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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에는 '끝'이 없다.

우리의 까지만 있을 뿐

by 쓱쓱

'끝까지'라는 말에는 실제로 끝이 없다는 사실을 새롭게 발견했다.


끝까지 사랑한다, 끝까지 노력한다, 끝까지 함께한다, 끝까지 달린다, 끝까지 글을 쓴다.


분명 '끝'은 마지막 종결, 마지막 한계점에 다다르는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끝났다, 끝이다, 끝, 은 더 이상 연결되지 않으며 완전히 단절된다는 의미다.


또 ~까지만 놓고 봐도 끝이 포함된다. ~까지는 어떤 일이나 상태 따위의 범위가 끝임을 나타내는 보조사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끝이라는 단어와 까지라는 보조사가 합쳐진 '끝까지'라는 말은 끝에 끝이 더해진 끝에 대한 끝판 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끝까지'라고 표현하면 끝의 기준점이 사라진다.

나아가 '끝까지'라고 말하면 오히려 끝이 보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끝까지'는 희한하게도 끝이 없이 계속될 것 같은 강한 암시를 풍긴다.

특히나 뒤에 동사가 따라올 때에는 마치 그 움직임이 영원히 지속될 것 같은 의미를 전달한다.


일단 끝까지 사랑한다,라는 말을 보자.


당신을 끝까지 사랑한다는 말은 당신을 사랑하는 것을 끝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말로 이해된다.

그렇다면 그 끝은 언제일까? 특별한 조건을 제시하지 않는 한, 이는 결국 영원히 사랑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그러니까 결국 '까지'가 중요한 것이다.

끝이 있긴 하겠지만 실제 그 끝은 '까지'에 달려있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그 끝을 희미하게 만드는 것은 까지를 정하는 이의 의지이다.

끝까지 사랑하고자 하는 이의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끝은 결코 도래하지 않는다. 그렇게 도래하지 않는 끝은 영원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그러니 끝까지 사랑하는 사람의 사랑은 인간의 영역을 뛰어넘을 때까지 지속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끝까지라는 말은 발화자의 엄청난 의지가 투영된다.

명확한 한계를 지닌 인간이 영원의 영역을 기웃거리려면 그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어야 아주 조금이라도 맛볼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무언가를 끝까지 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서 발현되는 의지의 빛을 넋 놓고 바라보게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유한한 인간이 영원이라는 무한한 영역을 자신의 의지로 가보겠다는 처절해서 아름다운 빛이 너무나 감격스럽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끝이 없이 끝까지 자신의 의지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온 마음을 다해 감사와 존경을 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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