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스러운 것들이 몰려올 때
고통스러운 것들이 몰려온다. 그러면 우리는 가능한 한 빨리 그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 진다.
고통을 느끼게 하는 것들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상하게 만든다. 얼굴을 일그러트리고 마음을 쿡쿡 찌른다.
시간은 멈춘 듯 흐르지 않고 고통의 기간은 무한대로 늘어난다. 가능한 모든 수단을 활용해 제거하고 싶어 진다. 밀어내고 싶어 진다.
고통이 느껴지면 신속하게 해결하고 싶은 것이 본능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의 역사는 결국 생존의 역사이며 고통은 생존에 대한 강력한 장애물이므로.
그러다 보니 고통의 순간이 찾아오는 것이 두려워진다. 한번 경험한 고통은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나아가 고통이 찾아올까 봐 걱정하느라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고통스러운 순간도 고통스럽지 않은 순간도 모두 고통스러워진다.
그런데 고통에 그대로 머물러 보면 어떻게 될까.
어떻게 해서든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을 잠시 접어두고 몸과 마음이 느끼는 고통의 결을 그대로 느껴보면 어떨까.
조용히 그 안에 온전히 머물러 보면서 고통을 감각하고 느끼는 우리의 기존 방식을 인지해 보면 어떨까.
그러다 보면 혹시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방식으로 우리의 감각과 느낌을 새롭게 개발할 수도 있지 않을까.
태풍의 핵은 의외로 고요하다. 휩쓸리고 날아가고 부서지는 건 태풍의 언저리에 있을 때다.
고통의 언저리에서 신음하며 소리치느라 자신을 잃어버리는 것보다 고통의 핵 안으로 들어가 머물러 보자.
소리치지 말고 울부짖지 말고 화내지 말고 원망하지 말고
그냥 조용히, 가만히 그 안에 머물러 보자.
조용히 눈을 감고 나에게 찾아온 이 고통의 본질이 무엇인지 마음으로 느껴보자.
소요와 소란으로 가려져있던 고통의 본질이 조금씩 선명해 질 수 있도록.
그렇게 선명해져지면 고통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견딜만한 것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