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쓱쓱

내 몸이라고 내 몸을 다 알지 못하고

내 마음이라고 내 마음을 다 알지 못한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긴 건지

다리 한쪽에 시퍼런 멍이 들어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긴 건지

마음 한쪽에 시뻘건 그리움이 들어있다.


한참을 그렇게 멍든 다리를 보고 있었더니

한참 전부터 멍들어있던 가슴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생긴 건지

이래저래 멍들어 있는 내 모습에 눈물이 찔끔 났다.


호호하며 따뜻한 입김 부드럽게 불어주었다.

괜찮아 괜찮아하며 토닥토닥 꼭 안아주었다.






몸 어딘가

나도 모르는 멍이 들었다는 건,


일단 뭐가 됐든 그 순간

되게 진심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해야 할 것들이 있었을 것이고

해내기 위해 뭔가 열심히 몰입했을 것이다.


비록 몸과 정신이 일치되지 않았을지언정.


몸에 이런 멍이 생기면

덕분에 잠시 멈추게 된다.


언제 생겼지?

어디 부딪혔었나?


뭐.. 아무리 생각해 봐도... 소용은 없다.

왜냐하면 나도 모르게 생긴 멍이니까.


나도 모르게 생긴다는 건

그런 거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거

기억나지 않는 거

따질 순 없고 그저 받아들여야만 하는 거


다만 몸에 이런 멍이 들었다는 건


마음이 그저 녹색빛에 평온하지만은 않을 수 있다는 거다.

어쩌면 잠시의 여유도 없이 돌아가는 빨간색 조명이 가득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진심인 마음도 알겠고

뭔가 분주한 것도 알겠는데

그래도 나도 모르는 멍이 몸 어딘가에서 발견된다면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잠시 멈추고

마음이 어떤지 함께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가열된 머리로 인해

혹시 한참 전부터

마음에 빨간색 멍이 들어있었던 건 아닌지.


너무 진심이어서

너무 잘하고 싶어서

너무 분주해서

마음에 멍이 들었는지도 모르고

몸을 그렇게 몰아붙이고 있는 건 아닌지.


그러니 몸에

나도 모르는 멍이 생겼다면


호호 따스한 입김 불어 부드럽게 어루만져주자.

토닥토닥 두드리며 포근히 안아주자.


그 누구도 아닌 내가 먼저

그렇게 나를 돌봐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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