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드는 것

by 쓱쓱


약간의 기미도 없이


예상도 긴장도 없이


순식간에 머리칼이

쭈뼛


명렬하게 멸절할 듯이

쉬익


내일도 미래도 없이


달려드는 것은

달아나게 한다.






새들도 아가양도 모두 잘 준비를 하는

어스름한 저녁


산책을 하러 밖으로 나왔을 때였다.


항상 시작하는 나만의 스팟에서 워치를 세팅하고

천천히 기분 좋게 걷기 시작했을 때


몸 위로 어둠이 서서히 내려앉았다.


알 수 없는 평안함과 안정감이

몸을 지긋히 눌렀던 것 같다.


완벽한, 이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던 순간이라고 생각했다.


적당한 바람과

식물들이 내뿜는 진한 풀냄새가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들었다.


덕분에 에너지가 돌기 시작했고

슬슬 뛰어도 좋을 것 같던 순간


갑자기 검고 커다란 벌레가 얼굴을 향해 달려들었다.


으악!


순간적으로 몸에 긴장이 극도로 치솟았고

머리카락이 쭈뼛 섰다.

본능적으로 허공에 팔을 휘저으며

부리나케 달리기 시작했다.


얼굴을 때리던 딱딱한 감촉과

순간적으로 귓가에 스치던 맹렬한 윙윙거림이

납득되지 않는 공포의 감정으로 각인되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연신 뒤를 돌아보며 생각했다.


예측할 수 없이

갑작스럽게


조율과 배려 없이

맹렬하게


그저 맹목적으로

거칠고 사납게 달려드는 것들은


그것이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우리를 달아나게 한다는 것을.


달려드는 것들은

결국 달아나게 한다.

그러니

부정적인 것들은 말한 것도 없고


아무리 좋은 의도와 마음이라도

아무리 좋은 기회와 진심이라도

달려들지 말자.

결국엔 모두 달아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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