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냄새

by 쓱쓱


소멸의 순간이 가까울수록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공의 구멍 속으로

젊음이 홀리듯 빠져나간다


단단히 에워쌌던 육체의 기운이

허옇게 일어나는 버짐처럼

조각조각 부서지며 흩어진다


생명의 색이 바랠수록

탄력의 저항 또한 약해져서

축 늘어진 채 쪼그라든다


오래된 고목의 쾨쾨한 냄새가

몸이 흔들릴 때마다

슬금슬금 피어오른다


애쓰지 않으면 결코 감춰지지 않는

지독한 죽음의 냄새가

주위를 잠식한다


거의 본능적으로

인간은 죽음의 냄새를 알아차리고

허물어져 가는 삶의 기둥을 붙잡는다






늙어간다는 것과 사라진다는 것,

그리고 그 사이에 스며있는 무수한 균열들.


어린 시절,

친할아버지가 집에서 돌아가셨다.

대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왕왕 울던 뒷산 아래 큰 한옥집에서.


시골집에 도착했을 때 할아버지는 병풍 뒤에 누워계셨다.

가족들의 울음소리와 향 냄새가 온 방에 가득했고,

나는 생애 처음으로 죽은 사람과 한 방에 있다는 느낌을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어렴풋이 깨달았다.

죽음의 냄새는 코가 아니라 몸으로 맡게 된다는 것을.


몸이 으스스했던 것 같다.

차가움과 뜨거움이 반복되는 복잡한 감각 속에서

죽음이라는 절대성 앞에 압도되면서도

엉뚱하게도 판다지 만화에 흠뻑 심취해 있던 시절이라

혹시 시체가 벌떡 일어날 것만 같아

더 무서웠던 기억이 난다.


성인이 된 후, 숲길을 걷다 버려진 고목을 보았다.

비가 온 후라 나무속 축축한 심재에서 특유의 눅눅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 냄새는 몸이 무의식적으로 감지하는 어떤 ‘경고’라는 것을 알았다.

그 냄새가 인간의 몸에서도, 마음에서도 피어오를 수 있다는 경고.


종종 아파트 주변에서, 거리에서, 병원에서 버려진 고목의 냄새가 났다.

어떤 존재가 소멸의 방향으로 나가기 시작할 때, 서서히 결의 변화가 진행된다.

피부의 수분이 줄고, 탄력이 사라지고, 표정의 여백이 늘어나며 확실하게 기운을 내려놓는 일.

나는 그런 장면들을 눈으로 보기보다 냄새로 먼저 느낀다.


그 냄새는 짚어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있다”.

몸이 흔들릴 때, 마음이 꺼질 때, 누군가의 표정이 갑자기 바랜 것처럼 보일 때도

우리는 설명할 수 없는 불안과 함께, 그 냄새를 먼저 알아차린다.


애써 감추지 않으면 배어 나오고, 가까스로 다독이지 않으면 쉽게 번진다.

그리하여 사람은 죽음을 전혀 모르는 척 살다가도,

어느 날 갑자기 그것의 기척을 알아차리고는,

허물어지는 삶의 기둥을 붙잡으려 초조해하며

삶에 대한 더할 나위 없이 강한 애틋함을 뿜어낸다.


나는 죽음이 가까워질 때 인간이 보이는 몸짓들과 상태를 캐치하고 싶었다.

다만 나는 한 인간이 사라지기 직전 남기는 ‘냄새의 이야기’가 아닌

그 냄새를 먼저 알아차리고 몸을 굽혀 다가가는 또 다른 인간의 시선을 갖고 싶었다.

그리하여 서로의 끝을 냄새로 먼저 감지하고,

말하지 않아도 그 의미를 이해하며,

서로의 아주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이 흔들리는 인생이 될 수 있다면,

종국에 닿고 싶은 자리에 가까울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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