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리게 많아 보이지만
사실은 단순해
조금만 주의 깊게 따라가 보면
금세 드러나거든
갈래갈래마다 뿌려놓은
연탄재로는 어림도 없는 소리
미끄러지듯 빨려드는 곳에서
마지막에 마주하는 건
결국 사랑
안지도 피하지도 못하는
숙명의 불덩어리
시작도 끝도 소멸인
갈래 끝엔
결국 사랑.
처음엔 모든 게 질리도록 복잡해 보였다.
갈래가 너무 많고, 그 끝이 어디로 이어질지 도무지 가늠이 안 됐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조금만 마음을 낮추고 주의 깊게 따라가 보면
그 복잡함이 금세 허물을 벗었다.
마치 누군가 오래전부터 길을 은근히 밝혀두었던 것처럼.
사람들은 흔히 연탄재 같은 단서들—쉽고 가벼운 힌트들—만으로
인생의 깊은 이야기를 해독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나는 안다.
그런 건 겉표면을 덮은 재에 불과하다는 걸.
길을 비추는 진짜 불은 훨씬 더 깊은 곳에서 타오른다는 걸.
살다 보면 어느 순간,
미끄러지듯 어떤 방향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때가 있다.
머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데, 몸이 먼저 반응하고 마음이 먼저 움직이는 순간들.
그리고 참 클리세하게도 그 끝에서 내가 마주한 건 결국 사랑이었다.
안아도 뜨겁고, 피하려 해도 다시 찾아오는,
참으로 인간다운 숙명 같은 불덩어리.
사랑은 시작이자 끝이고, 동시에 소멸에 가까운 것일지도 모른다.
부서졌다가 다시 피어오르고, 스러졌다가 또 생겨나는,
어떤 거대한 순환의 중심.
그래서 나는 결국 이렇게 말하게 된다.
수많은 갈래 끝에 놓여 있는 건 결국 사랑뿐이라고.
그 단순한 진실에 도달하기까지
내가 얼마나 많은 갈림길을 헤매고, 얼마나 많은 연탄재를 밟았는지
생각하면 웃음도 나고, 조금은 아리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은 안다.
그 모든 복잡함과 소란은
나를 그 한 지점,
사랑이라는 단 하나로 데려가기 위한 길이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