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너무나 유명한 문장.
정현종 시인의 방문객,
그 첫 구절.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머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그렇다.
누군가를 만나는 일은 실로 단순하지 않다.
그것은 내 앞에 있는 그들의 삶과
그 삶을 둘러싼 수많은 이야기들이
서로의 삶으로 스며들고 퍼지며 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시시각각 이전의 색채와 명도가 바뀌고
서로의 마음의 풍경과 농도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러니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단순한 만남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가 나에게 온다는 것이고
그것은 바로 서로의 이야기가 각자의 마음밭에서 새롭게 재창조되는
경이롭고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오늘 종일 다섯 명의 삶과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상담 장면에서 내담자와의 만남은
개인적인 인연으로 깊이 있게 사귀어 나가는 관계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그 어떤 만남보다 깊고 진하다.
비슷한 듯 전혀 다른 삶의 쾌적 속에서
그들이 살아낸, 그리고 살아내고 싶은 삶의 모습이 너무나 눈부셔
자주 눈시울이 붉어졌다.
끊임없이 넘쳐나는 그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그들과 함께 온전히 그 이야기 속에 머물기 위해 노력하면서
자주 마음이 울렁였다.
물론 쉴 새 없이 밀려드는 이야기의 파도에 잠시 현기증이 나기도 했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를 부유하듯 따라가며
각자의 인생이 그리고 있는 고유한 결을 느끼는 일이
얼마나 큰 특권인지를 깊이 새삼 떠올렸다.
각자가 가진 고유한 삶의 진동이 이야기를 통해 퍼지며
서로의 울림판을 울리는 일.
그렇게 각자의 울림의 파동이 커지며 서로의 삶의 지형이 조금씩 변화되고
끊임없이 새로운 삶의 판이 형성되는 일.
그러니 우리에게 누군가의 이야기가 온다는 것은
시인의 말대로 실로 어마어마한 일이며
그것은 또한 실로 어마어마한 특권이라는 것을
새삼 다시 찐하게 새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