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동

단어와 단상_매(일)뭐(라도)쓰(기) 프로젝트_7월_14일차

by 쓱쓱

내게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나는 항상 두 딸을 낳은 것이라고 말한다.

살면서 나름 꽤 많은 성취의 순간이 있었고 그때마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경험이 많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만족스러운 일은 나와 짝꿍을 쏙 닮은 아이들을 낳은 일이다. 그러니 삶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을 꼽으라면 바로 세상에 태어난 두 딸과의 첫 대면 일 것이다.


큰 딸이 역아(逆兒)였기 때문에 나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느라 출산 직후 아이들을 바로 만날 수 없었다.

하지만 찢어질 듯한 배를 움켜잡고 신생아실 창밖에서 딸들을 만났던 그 감동적인 순간은 절대 잊지 못할 내 인생의 명장면 중 하나다.

어떻게 그렇게 작은 몸에 사람으로서 갖춰야 할 모든 것이 다 갖춰져 있는지.

생명의 시작은 정말 경이롭고 놀라웠다. 무엇보다 얼핏 보이는 내 얼굴과 사랑하는 짝꿍의 이미지가 한데 섞여 있는 것도 무척 신기했다.

생명이 생명을 낳는 일이란 세상에서 경험할 수 있는 일 중 가장 유니크하고 절대적인 일이어서 그 감동은 진정 대체 불가 한 것 같다.

그러나 나에게 있어 생명이 태어나는 것이 가장 감동적인 이유는 생명의 탄생이 잉태의 고통과 인내, 무엇보다 죽음의 위험을 뚫고 세상으로 나오기 때문이다.

엄마는 임신 기간 내내 자신의 피와 살을 먹이며 아이를 키우다 죽음과 같은 고통을 이겨내며 아이를 낳고, 아이는 온몸을 누르는 죽음의 압력을 견디며 세상에 나오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생명의 탄생은 엄마와 아이가 자칫 잘못되면 죽을 수도 있는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고 함께 이겨낸 엄청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감동이란 고난과 어려움이 클수록 더욱 강렬해지는 것도 같다.

그러니 생명의 탄생이야 말로 생명에게 있어 가장 큰 고난인 죽음의 위험을 이겨낸 가장 높은 수준의 감동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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