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도 마음도 정리가 필요할 때
정리의 핵심은 버리는 것이다.
정리를 한다며 아무리 각을 잡고 색깔별로 예쁘게 나열해 봐도 한정된 공간에 물건이 너무 많으면 정리된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정리를 통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이고 쾌적하고 깔끔한 기분을 제대로 느끼려면 먼저 쌓여있는 물건들의 용도를 잘 파악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필요 없는 것들을 버리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런데 먼저 선순위를 정하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에 대한 명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물건의 용도와 실질적인 사용 여부를 확인하고 소유의 기준에 따라 분리하는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여기서 다시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이다.
기준이란 보편성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매우 개별적인 속성을 지닌다.
따라서 전반적으로 자신이 편안해질 수 있는 기준을 먼저 찾고 그 기준에 따라 자신만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시도해 보면 된다.
결국 이러한 기준을 통한 선별작업을 하는 행위는 나를 더 잘 알아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다.
물건을 선별하기 위한 기준이 결국 나의 취향과 철학, 그리고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작업이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특히 우선순위란 반드시 계층이 생기는 것이기 때문에 1순위는 절대적으로 하나만 적용된다.
그리고 이때 흔히들 본격적인 내적 갈등이 심화된다.
나의 경우도 매번 이것도 꼭 필요한 것 같고 저것도 꼭 쓸 때가 있을 것 같고 이건 이것대로 의미가 있고 저건 저것대로 의미가 있기에 종국에는 한번 뒤집어 본 경험으로 만족하며 고스란히 제자리에 집어넣기도 한다.
사실 우선순위를 잘 정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버리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버린다는 것은 필연적으로 한 때 어떤 식으로든 나와 맺었던 관계에 대한 단절을 포함한다. 즉, 연결감이 중요한 사람들은 대상이 사람이든 물건이든 그것이 단절되어 상실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특히 관계지향적인 사람일수록, 의미중심적인 사람일수록 연결감이 중요한데, 이러한 연결감이 끊어지게 되는 것이 불편한 것이다.
특히 요즘엔 청소와 정리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자기 개발성 영상들이 꽤 많이 돌아다니는 것 같다. 소소하지만 지금 내가 할 수 있고 꽤나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자기가 머무는 공간을 청소하고 정리함으로써 정신을 쾌적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고 한다.
혼잡과 난장(亂場)이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아 정리가 필요 없다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확실히 몸과 마음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몸으로 느끼는 것은 반드시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
주변을 정리하는 것이 결국 마음에 쾌적한 공간을 마련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마음의 방을 정리하면 현실의 방을 동기화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겨 방정리도 시작할 수 있게 된다.
흔히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어느 정도 정리가 될 때 사람들이 주변과 방청소를 시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마음의 방을 정리하는 것도 현실의 자기 방을 정리하는 것과 표면적으로는 비슷해 보인다.
마음에 어지럽게 널려 있는 생각과 기억, 그리고 감정들이 과연 무엇인지 좀 더 잘 이해하고, 남겨두어야 할 것과 버려야 할 것을 구분하는 작업을 거쳐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다.
물론 마음의 방을 정리하는 것은 훨씬 어렵다.
죽도록 버리고 싶어도 버려지지 않는 기억도 있고 절대로 버리고 싶지 않은 생각이지만 버려야 할 생각들도 있다.
그러나 방정리를 하듯 자신만의 기준을 명확히 가지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다 보면 조금씩 정리가 되기 시작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기준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마음의 기준이란 편안함 또는 행복감이다.
따라서 현재 내 삶에서 내가 편안해지기 위해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지, 조금이라도 행복감을 느낄 수 있으면 어떤 생각을 버려야 하는지 찬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경험상 인간은 모두 자기실현의 경향성을 지니고 태어나기 때문에 유기체로써 가장 적합한 상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그리고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훨씬 가볍고 쾌적한 마음의 방을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모든 변화에는 용기가 필요하듯이 버리는 것 또한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때문에 방이건 마음이건 정리를 할 수 있는 사람은 그래서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