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중요한가?
아파트 중문 옆에 새로 공사가 시작되었다.
2층이었던 작고 낡은 건물이 헐리고 좁은 골목 사이로 커다란 트럭들이 드나들었다.
사람들은 굉음을 내며 서 있는 트럭과 건설 장비들로 인해 인상을 찌푸리며 지나갔다.
특히나 오래된 건물이니만큼 왠지 위험할 것만 같은 느낌이 강해 나도 바삐 걸음을 재촉하며 지나가길 반복했다.
그렇게 땅이 깊게 파이고 콘크리트가 부어지고 지반이 다져지는 과정을 종종 목격하면서
하나의 건물이 지어지는 모습을 순차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건물이 올라가면서 간이로 세운 벽면에 자그마한 현수막이 걸렸다.
소규모 공사현장이니만큼 뭔가 거대한 안내판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너무 검소한 안내판에 눈길이 갔다.
그리고 발견한 현수막 속 문구는 이제까지 내가 본 그 어떤 건설현장에서의 안내 문구보다 인문학적이고 인본주의적인 문구였다.
그렇다.
내가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내가 사라지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일은 이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미친 듯이 몰두하고 있는 일도.
불안한 미래를 위해 온몸을 갈아 넣어 준비하고 있는 그 어떤 공부도
어쩌면 관계까지도
내가 다치면서까지 해야 할 중요한 것은 아니다.
결국 내가 없으면 너도 없고
우리도 없고
세상도 없다.
이 뻔한 진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바로 나 자신이면서도
이 뻔한 사실을 가장 잘 잊고 사는 사람 또한 바로 나 자신이라는 것을
소박한 건설현장 안내 문구가 오늘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