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기 서사를 이어가기 위해.
우리는 모두 자신의 이야기 속 주인공으로 살아간다.
주인공인 우리는 일반적으로 자신을 기준으로 상황과 대상을 이해하고 나름의 사건과 그에 대한 반응들을 선별적으로 선택하여 기억하면서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간다.
이때 재미있는 점은 심리적으로 정상적인 사람들 대부분이 자기 자신을 영웅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특히 영웅의 도드라지는 특징으로써 도덕적 우월성은 매우 보편적이지만 강력한 착각의 형태를 띤다.
자신이 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던 정당성, 혹은 하지 않을 수밖에 없었던 타당한 이유 등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이러한 도덕적 우월성이 매우 강력한 긍정적 착각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이를 통해 자아상을 유지하기도 하고 사회적인 혜택을 누리기도 한다.
이렇듯 우리는 모두 저마다 영웅으로써 자신의 이야기를 열심히 써 나간다. 그런데 그 과정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다.
내 삶의 이야기 속에서 영웅인 나는 도덕적 우월성을 가지고 잘 살아가고 있는데, 종종 이에 도전하는 일들이 발생하는 것이다.
최선을 다해 어떤 일을 만들고 함께 하는 사람들의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나에게 누군가 너의 비리를 폭로하겠다면서 사람들을 선동하여 자신의 이득을 취하기 위해 순진한 사람들을 이용했다는 투서를 넣었다면 나의 영웅 서사는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때가 바로 내가 어떤 사람인지를 명확히 알 수 있는 일종의 기회가 된다.
분명 일차적으로는 사실과 다른 이야기가 마치 사실인 것처럼 돌아다니고 이로 인해 인격적인 대미지를 얻을 경우 분노와 억울함을 경험할 것이다.
그런 후 그 말을 그냥 무시할 수도 있고 오히려 공격하거나 반격할 수도 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왜 그런 투서가 들어갔을지,
혹은 사람들의 성장을 위해 모임을 만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의 저변에 나의 유능감과 인정에 대한 욕구를 채우고자 했던 면은 전혀 없었는지,
스스로를 성찰적으로 돌아볼 수 있다면, 그래서 우리의 서사를 조금은 더 유연하게 수정할 수 있다면 우리의 서사는 그럭저럭 건강하게 나아갈 수 있다.
반면에 자신의 견고하고 경직된 서사를 고집하거나 도덕적 우월성이 과도하게 발현되어 영웅 만들기가 망상의 수준이 된다면 히틀러와 같은 인물이 실제로 나타날 수도 있다.
자신의 정당성에 대해 망상 수준을 가졌던 그는 자살하기 전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세상은 영원히 국가사회주의에 감사할 것이다. 내가 독일과 중유럽에서 유대인들을 멸종시켰으므로."
도덕적 우월성은 분명 영웅의 덕목이고 영웅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는 큰 동력이긴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언제든지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지 못한다면 그것은 상상 이상으로 엄청난 고통과 분노를 유발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 나의 서사는 어떠한지,
견고함이 지나쳐 부러질 듯 경직되어 있지는 않는지,
그리하여 나와 나의 주변을 혹시 고통과 분노로 몰아넣고 있지는 않는지,
찬찬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