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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와 아직 사이

마법과 같은 만약이 있다.

by 쓱쓱

이미와 아직 사이에는 상상하는 만큼 무수히 많은 만약이 있다.


만약 이미 지나간 일들을 되돌릴 수 있다면 지금의 우리는 좀 더 행복해질까?

아니면 만약 아직 도래하지 않는 일들에 대해 지금 더 철저하게 준비한다면 우리는 좀 더 편안해질 수 있을까?


이미 지나온 시간과 아직 살아보지 못한 시간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만약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이미 일어난 일들과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후회하거나 하염없이 불안해하며 그 자체에 매달린다.


하지만 모두가 잘 알듯이 이미 지나간, 일어난 일들은 다시 되돌릴 수 없고

아직 오지 않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을 완벽히 대비할 수 있는 방안이 있을 수 없다.


그렇게 우리는 매 순간 만약이라는 주문을 서두에 붙이며 무한한 시간을 떠돌게 된다.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만약이라는 주문을 후회와 불안의 씨앗으로 삼는다면 말이다.


그러나 만약을 가능성과 희망의 씨앗으로 삼는다면 이처럼 마법같이 멋진 단어도 흔치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이미 실패로 끝난 일이지만 만약 지금 내가 그것을 후회와 회환이 아닌 배움의 원천으로 삼는다면,

아직 오지 않은 미래의 나는 분명히 과거의 나보다는 어떤 식으로든 성장해 있을 수 있다.


또는 지금 나의 상황이 깊은 늪처럼 도저히 헤어 나올 수 없을 것만 같은 절망과 고통에 고립되어 있다 하더라도

만약 우리가 온 마음과 힘을 다해 아주 조금이라도 꿈틀거릴 수 있다면,

그래서 그 꿈틀거림이 몸짓이 되고 몸짓이 운동이 되어 마침내 힘이 붙게 된다면,

우리의 몸과 마음의 근육은 더욱 크고 강해질 것이며 닥쳐올 어려움들에 맞서 거뜬히 버틸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삶의 이야기는 결국 이미와 아직 사이에서 우리가 선택하는 만약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삶은 항상 비관과 낙관을 오가며 나아간다.

가끔은 쓰러진 김에 대자로 누워 쉬어갈 수도 있고 가시와 상처로 가득한 길에서 너무나 아파 목놓아 울 수도 있다.


그럼에도 만약 우리가 다시 만약의 마법을 떠올릴 수 있다면,

현재의 나에게 더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선택할 수 있다면,

분명히 조금은 더 편안한 오늘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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