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를 통합하는 능력
오늘은 출근길 눈치 작전에 실패했다.
종종 7시 30분과 7시 40분 사이 한 차례 출근 행렬이 지나간 다음 다소 소강상태로 접어드는 시점.
이때 버스를 타면 콩나물시루처럼 심겨 힘겨운 버티기를 하지 않아도 되는데, 시작은 좋았으나 두 번째 정거장에서부터 인파에 둘러싸이기 시작했다.
그렇게 어찌어찌 떠밀려 뒷문 쪽에 서게 되었는데, 문이 열리자마자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인해 거의 압사직전이 되었다.
오늘따라 버스 기사님은 배차 간격이 신경 쓰이셨는지 터프하기 그지없었고 작은 움직임에도 사람들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요동치는 버스에서 중심을 잡기 위해 나는 천장에 달린 손잡이와 옆에 세워진 봉을 잡고 안간힘을 썼다. 물론 이쯤 되면 버스 안에 있는 사람들도 서로 어느 정도 민폐를 끼칠 수 있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받아들일 순 있지만, 그럼에도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버스 문이 열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버스에 타기 시작하자 이건 거의 끼워진 상태가 되어버렸는데, 그때 내 옆에 서 있던 한 남자가 보였다.
남자는 이미 손잡이를 선점하고 있는 사람들 때문에 붙들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상태였고 오늘 기사님의 운전 패턴으로 보아 붙들 것이 없다는 것은 매우 난감한 상황일 수밖에 없었다.
생각하고 움직인 건 아니지만, 나는 오른손으로 붙잡고 있던 손잡이를 놓고 왼쪽 봉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다리가 충분히 벌어지지 않는 상황과 사람들의 압력을 견디며 서 있기란 쉽진 않았지만 맥락 상 그게 맞을 것 같았다.
남자는 내가 놓은 손잡이를 재빨리 잡았고 나는 매우 쿨한 척 앞만 보고 있었지만 그 순간 아주 잠깐 남자의 시선이 느껴졌다.
그 상황에서의 맥락은 의지할 것이 두 개나 있는 나와(살아보겠다고 탐욕스럽게도 버스 손잡이와 봉을 모두 쥔 자) 의지할 것이 하나도 없는 그다.(그는 실로 버스 안에서 디스코 팡팡을 탈 수도 있었다.) 그리고 봉보다는 그에게 더 가까운 손잡이를 양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거다.
이처럼 어떠한 맥락을 읽는다는 건 어떠한 대상에 대해 그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연결하고 통합하여 전체를 이해하려 노력하는 것이다.
현재의 그가 지금의 모습이 될 수밖에 없는 과거를 이해하고 그것이 계속될 경우의 미래를 예상해 볼 수 있는 것.
때문에 맥락을 이해하는 것은 인간 사회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매우 중요한 스킬이라고 할 수 있다.
당연히 이러한 스킬은 대상에 대한 순수한 관심과 깊은 관찰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은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사실일 것이다.
그렇게 버스에서 내릴 때까지 상황은 별로 나아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그럭저럭 견딜만했던 것은 아마도 그가 내게 보낸 그 짧은 시선 때문이었던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