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시절 추억 정리하기
편지에 이어 두 번째로 정리한 추억은 학창 시절 받았던 성적표와 상장이었습니다.
그 시절에는 "이거 보관해 놨다가 10년 뒤에 꺼내 보면 정말 놀랍겠지! 신기하겠지!"라고 생각하며 과거를 회상하는 성숙하고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을 상상했을지도 모릅니다. 실제로 오랜만에 꺼내보니 "음,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했군", "나는 정말 뭔가 버리지 못하는 성격이었군"하는 것 외에는 특별한 감상이 없었습니다. 이게 제 삶에서 꼭 필요한 부분이냐고 묻는다면 단연코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저를 행복하게 하고 설레게 하는 것이라고 묻는다면 그 역시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또 우리 딸이 자라서 학교에 가게 되면 같이 보면서 하하호호 웃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 깨끗하게 버리지 못하고 이렇게 일부를 이미지로 남겨두었습니다.
얼마 전 까지는 성적표뿐만 아니라 학교에서 시험 보고 남은 시험지도 모두 보관하고 있었습니다. 언젠가 다시 풀어 볼 거야! 라며 열정을 불태웠지만 결국 재활용 쓰레기에 불과했습니다. 어쩌면 시험이 끝나자마자 종이배며 비행기를 접어서 즐겁게 가지고 놀다가 쓰레기통에 버렸던 친구들이 더 현명했던 걸지도 모릅니다. 저는 그 긴 세월을 쓰레기를 보관하기 위해 제 집의 약 1평가량의 공간을 내어주고 있었으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