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노란 May 02. 2016

미니멀리즘 실천 9: 책장 비우기 1/4

안 보는 책 정리하기

서재 정리가 한창 진행되고 있습니다. 여태까지 정리한 편지나 노트 등은 대부분 책장이 아니라 박스 속에 넣어 보관해 왔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서재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책장'은 이제 겨우 정리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집에는 책이 참 많았습니다. 남편도 저도 책을 좋아했고 책 사는데 돈 아끼지 말라는 생각을 가지고 보고 싶은 책이 있으면 별 고민 없이 구입하여 보곤 했습니다. 방문해서 책을 고르고 읽고, 개한 내에 다시 방문하여 반납해야 하는 도서관 시스템보다 지금 구입해 놓으면 시간이 생길 때 언제든 볼 수 있는 구입이 훨씬 덜 번거로웠기 때문입니다.


책 좋아하는 두 사람이 결혼을 하여 살림을 합치면서 양이 더욱 늘어나게 되었습니다. 책 읽는 취향이 비슷하다 보니 겹치는 책도 있었고요. 책장 사진을 따로 남겨 놓은 적은 없지만 책장은 주로 높이 덕분에 고양이들의 쉼터로 주로 활용되었습니다. 게다가 책을 계속 추가로 구입하면서 책을 보관할 공간이 필요해졌고, 저희는 책장이나 공간박스 등을 추가로 구매했습니다.


책장 꼭대기에는 고양이들의 낮잠 명소


위부터 아래까지 책으로 꽉 들어찬 책장


그러던 와중에 제가 미니멀리즘에 눈을 뜨게 되면서 책장 하나를 통째로 비우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남편이 결혼 전에 읽었던 추리 소설들로 결말을 알고 있으면 다시 읽었을 때 흥미가 감소하기 때문에 앞으로 다시 읽을 일이 없을 거라 생각하는 책들이었습니다. 약 80권의 책을 알라딘과 예스 24 중고책 서점을 통해 판매하고 이곳을 통해 팔 수는 없지만 아직 깨끗한 책 몇 권을 골라 아름다운 가게로 보냈습니다.


알라딘으로 보낸 책들. 폐기 처분된 책들도 제법 많았습니다.




그렇게 남은 책장 하나를 끌어안고 반 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내다 이제야 남은 책장 하나도 마저 정리를 시작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구입한 저렴했는데 총 16칸에 매우 많은 책을 수납할 수 있어서 남편과 무척 신나 했던 책장입니다.


정리 전 책장 상태. 사실 집이 좁아 책장에 접근하기도 매우 어려운 상태였습니다.


제일 먼저 "모두 읽었고, 최근 1년 사이에 새롭게 펼쳐보지 않은 책"을 골라냈습니다. 한 번 읽었던 책이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계속 펼쳐 보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예전에 한 번 읽은 뒤에 다시 꺼내보지 않은 책들 위주로 정리했습니다. 소설책과 만화책이 주였고, 서점에서 충동적으로 구매했지만 자주 꺼내보지 않았던 실용서적도 포함되었습니다.


정리 대상 1위였던 책.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기 위해 책을 사는 놀라움을 보였던 과거를 반성합니다.


꺼낸 책들은 정리하여 알라딘 중고 박스 속으로.


총 40권의 책이 알라딘 중고 서점으로 보내졌고, 알라딘 중고 서점에서 매입하지 않는 책 10여 권은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기 위해 따로 모아두었습니다.




또 책장에 고이 보관되어 있던 파일철의 내용물을 꺼내 버렸습니다. 여기서 전에 정리가 끝난 줄 알았던 사용 설명서가 추가로 발견되고, 정리되지 않은 노트가 발견되는가 하면, 노트를 정리한 노트가 나오기도 하는 등 매우 놀라운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몇 달 전 잃어버린 줄 알고 새로 만들었던 딸의 예방접종 수첩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책장에서 발견된 파일들


파일들 속에 들어 있던 종이들. 최근 이틀 새 이런 박스가 4번이나 집밖으로 쫓겨났습니다.


성적표 스캔 이후 600여 개의 이미지를 추가로 스캔해야 했습니다.


또 책장 사이사이에 구겨진 채로 보관되어 있던 종이들을 모두 꺼낸 뒤에 내용을 확인하고 중요한 것은 스캔한 뒤, 그렇지 않은 것은 바로 쓰레기통으로 보냈습니다. 명함, 쪽지, 영수증, 잡지나 신문의 기사 스크랩 등 생각보다 종류나 수가 많았습니다.


연애할 적에 남편에게 그려주었던 그림도 책장 속에서 방치된 채 발견되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이라는 긴 시간을 거쳐 책장의 1/4를 비워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비워낸 책장의 현재 모습


책장은 항상 꽉 차있는 상태였고, 책장 위쪽의 공간도 책꽂이나 상자 등을 이용해 책이나 노트, 종이류를 보관하는 데 사용되었기 때문에 이렇게 빈 책장을 보고 있으면 무척이나 낯선 느낌이 듭니다. 뿌듯하기도 하고요. 무엇보다 저희 집 고양이들이 빈 책장 사이와 위를 탐색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장 비워내기 쉬웠던 더 이상 필요 없는 책과 종이의 정리가 끝났기 때문에 앞으로의 정리가 매우 걱정이 됩니다. "아직 읽지 않은 책"과 "좋아하는 책", "아끼는 책", 그리고 "사진첩"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남은 책장도 현명하게 정리해 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리즘 실천 8: 성적표 비우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