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노란 May 11. 2016

정리하는 이유가 필요한 이유

환경을 생각하는 나의 미니멀리즘

정리를 시작하고 많은 물건을 팔거나, 기부하거나, 양도하거나, 버렸습니다. 제가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을 보고 주변에서 따라서 물건을 정리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고요. 정리는 참 신나는 일입니다. 당장 공간이 눈에 띄게 깨끗해지고, 묵은 짐을 내려놓았다는 안도감이나 성취감 같은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줍니다. 그러나 이런 공간적 심리적 변화는 "정리하고 비우는 과정" 자체에서 오는 것이라는 점을 경계해야 합니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사사키 후미오)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은 내가 원하는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써 정리와 비움을 이용하는 것일 뿐 정리와 비우기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미니멀리즘은 마음의 평화 혹은 주변 환경과 삶의 변화를 이루기 위한 방법으로, 자신이 세운 목적을 위해 자신이 가진 많은 것을 내려놓고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이르는 말입니다. 그런데 목적이 아니라 정리와 비움 자체에 집중하게 되면 물건을 버려야만 하는 이유나 간직할 필요가 없는 이유만을 고민하게 됩니다. 그럼 어떤 물건을 남겨야 하는가? 이 물건은 남겨야 하는 물건인가? 나는 왜 이 물건이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집중할 수 없게 됩니다. 이 질문에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그 외의 나머지를 정리하면 되므로 정리와 비움의 과정이 한결 수월해지고, 어느 정도가 진행되어야 정리와 비움이 끝나는 것인지도 확실히 알 수 있는데도 말입니다.


단순히 정리하는 행위만을 위해 정리를 하는 것은 정리하는 과정 자체가 지루해지거나 정리 후에 오는 후회나 죄책감, 불편함들의 감정이 들었을 때 미니멀리즘을 지속시키기 어렵게 합니다. 또한 정리하기 위한 이유(이 물건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아)는 그동안 물건을 보관한 이유(이 물건은 언젠가 필요할 거야)를 만들었던 것과 같이 스스로를 합리화시키는 용도이므로 생각이 바뀌어 물건이 필요한 이유가 생기면 다시 그 물건을 소유하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입지 않는 옷들을 정리한 빈 옷장에 입을 옷이 없다는 이유로 새로운 옷을 구입하여 건다면 이는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옷장을 정리 정돈했다고 이야기하는 편이 더 옳습니다.




자신이 정리하는 목적을 알고 있다면 미니멀리스트로 사는데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정리에 이유를 부여해주고, 어떤 것이 필요하고 그렇지 않은지 구분하게 해주며, 조금 부족하고 힘들지도 모를 미니멀리스트로써의 삶을 유지하게 해주는 원동력이 되어줍니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목적이란 건강, 안전, 여유(시간적, 공간적, 경제적, 심리적), 환경, 가족, 여행, 아름다움 등 개인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에 따라 모두 다를 것입니다.


예를 들어 건강한 삶이 목표인 사람에게는 각종 석유화학제품(플라스틱과 비닐류)과 냉장고 속 불량 식품, 소금이나 설탕 같은 조미료들이 정리의 대상이 되어야겠지만 단순히 공간적 여유를 위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는 사람에게는 모양 변형과 수납이 용이한 석유화학제품은 꼭 필요한 물건이고, 식품에 대해서는 무척 관대하게 소유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또 공간적 여유나 환경/에너지 문제를 위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려는 사람에게는 전기 포트가 불필요한 물건이겠지만 미니멀리즘을 통해 시간적 여유를 얻고 싶은 사람에게는 전기 포트가 무척 중요한 물건이 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심플하게 살기(도미니크 로로)에서 말하는 미니멀리즘과 설레지 않으면 버려라(곤도 마리에)가 말하는 미니멀리즘,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비 존슨)가 말하는 미니멀리즘, 적게 소유하며 살기(가네코 유키코)가 말하는 미니멀리즘이 모두 다른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그동안 불필요한 물건들 위주로 정리를 진행해 왔으나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삶의 중심, 자주 사용하는 공간과 물건으로 정리와 비움의 순서가 옮겨가면서 본격적으로 왜 비우는 것인가, 어디까지 비워낼 것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시기가 다가왔습니다.


제가 미니멀리즘을 실천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환경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미니멀리즘을 접하기 전부터 환경 보호에 관심이 많아 친구들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면 뒤따라 다니며 줍고, 직장 다닐 때 화단에 담배꽁초를 버리는 동료에게 다시 꽁초를 주워서 가져다주는 놀라운 행동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던 중 서점에서 노 임팩트 맨(콜린 베번)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고, 실제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쓰레기를 길가에 버리지 않는 것뿐만 아니라 내 삶에 뭔가 커다란 변화를 주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나 노 임팩트 맨은 환경 보호를 위해 삶에 어떤 변화를 주어야 하는지 구체적이고 친절하게 알려준 책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가 일본에서 출판된 각종 정리 서적들을 보며 미니멀리즘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최종적으로 나는 쓰레기 없이 산다를 통해 미니멀리즘이라는 행위가 환경에 영향을 덜 끼치며 살 수 있는 방식의 하나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본격적으로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지금의 목표는 최소한의 것들로 자연과 환경에 영향을 덜 미치며 살고, 그 과정을 공개하여 여러 사람들에게 환경에 영향을 덜 주고 사는 삶에 대해 알리는 것입니다. 주변의 물건 정리가 척척 진행되고 있고 이 글을 읽는 분들이 계시므로 제 목표는 제법 잘 진행되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다른 분들도 왜 자신이 미니멀리스트가 되고자 하는가? 에 대해서 심사숙고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정리와 비움에 대한 동기 부여와 앞으로 어떻게 비울 것인가에 대한 틀을 잡는 것에 무척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리즘 실천 11: 책장 비우기 3/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