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연노란 May 26. 2016

미니멀리즘 실천 14: 주방 상부 장 비우기

컵, 접시, 그릇, 밀폐용기, 주방용품과 원예용품 정리하기

아직 서재에 팔거나 나누기 위해 남아 있는 물건들이 남아있긴 하지만 중고 거래나 나눔은 시간이 좀 걸린다는 점을 감안하여 먼저 주방 정리에 들어갔습니다. 요즘 주방은 수납공간이 잘 나뉘어 있어서 정말 많은 물건의 수납이 가능하지만, 손이 닿지 않는 부분이 많고 문을 닫으면 보이지 않는다는 특성상 물건을 쌓아놓고 잊어버리며 살기 쉽습니다. 때문에 정말 웬만큼 정리를 잘 해놓고 사는 분이 아니면 금방 혼란스러워지는 곳입니다. 저희 친정 엄마만 하더라도 서랍 한 칸을 온전히 비닐봉지에게만 양보하셨는데 그마저도 다 수납이 되지 않아 항상 비닐이 빠끔 고개를 내밀고 있을 정도입니다.


비 존슨(쓰레기 없이 산다)은 자신이 사용하는 주방 용품 리스트를 다음과 같이 나열하고 있습니다.


비 존슨이 사는 지역은 미국이고 여기는 한국인데다 그녀와 저의 요리 방식이나 가치관이 다르므로 완전히 똑같이 정리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만 그녀의 리스트를 참고하여 저만의 방식이나 기준에 따라 정리를 해보려고 합니다.


저희 집 주방 비우기의 목표는 불필요한 물건을 덜어냄과 동시에 주방에서 사용하는 용품을 나무, 도자기, 유리, 스테인리스같이 안전한 소재로 구성하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물건을 덜어내는 것은 미니멀리즘의 기본이지만 그에 더해 남겨둘 물건들의 재질까지 고려하는 것은 가족의 건강과 환경을 위한 결정이었습니다.


사용하기 편리한 플라스틱이나 비닐 등 몇몇 제품들에서 환경 호르몬이 검출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링크) 이런 제품들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신소재 제품들이 판매되고 있지만 이런 것들은 사용 후 버려졌을 때 재활용이 어렵다고 합니다. 2016년 현재 페트와 플라스틱을 구분해서 버려야 하는 것은 같은 소재끼리 모아야 재활용이 좀 더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신소재들은 이전에 사용하던 재활용품들과 함께 재활용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재활용 방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일반쓰레기처럼 매립되거나 소각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기존의 소재 중에서 사용이나 관리가 조금 불편하더라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고 버린 후에 재활용이 용이한 나무, 도자기, 유리, 스테인리스(혹은 티타늄)를 주로 이용할 예정입니다.




1. 밀폐용기


상부 장 가장 오른쪽(가열기구와 가까운 곳) 수납장에는 밀폐용기를 넣어두었습니다. 반찬을 만들거나 재료를 다듬어서 바로 넣어 놓기 위함입니다. 가장 자주 사용하는 유리 용기가 하단에, 플라스틱 용기들은 중간에, 자주 사용하지 않는 양념통 류는 상단에 넣어 두었습니다.


냉장고와 냉동실에도 들어 있고, 주변 이웃집에 음식을 나눠주면서 사용한 그릇들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여기 들어 있는 용기보다 훨씬 많은 용기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음식을 만들 때마다 그때 그때 필요한 재료를 사서 계획적으로 모두 사용하고 먹는다면 밀폐용기가 아주 많이 필요하지는 않겠지만 아직 살림에 익숙하지 않은 저는 일주일에 한 번 장보기를 하고 반찬도 여러 가지를 미리 만들어 놓고 먹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밀폐 용기류는 많이 남겨두게 되었습니다.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몸통과 뚜껑이 모두 친환경 소재로 되어 있는 밀폐용기는 구하기가 어려워서 현실과 타협하고 플라스틱과 유리, 실리콘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밀폐용기를 보관 중인 상부장의 모습




2. 요리책, 거름망과 조리용 통


밀폐용기가 보관된 상부 장 옆에는 요리책과 조리 도구를 넣어두었습니다.


서재 정리하면서 책을 많이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주방에 보니 요리와 살림 관련 책이 또 20여 권 있어서 그중에서 보지 않는 책 몇 권을 다시 추려냈습니다. 요리 초보자라 요리책 없이는 밑반찬이나 요리를 제대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몇 권은 남겨둬야 했습니다. 다음에 여유가 생기면 자주 사용하는 레시피를 클라우드에 저장해 두고 태블릿 PC로 접근하여 사용할  수 있게 정리해 볼 생각입니다.


조리 중에 사용하는 거름망은 총 4개로 멸치 육수용, 된장용, 물기 제거에 사용되는 넓은 거름망, 남편이 비빔면이나 냉면 끓일 때 사용하는 플라스틱 거름망이 있습니다. 플라스틱 거름망은 남편이 워낙 애용해서 일단 보관해 두었는데 남편을 설득하여 곧 정리할 예정입니다.


요리할 때 재료를 다듬어서 임시 보관하거나 섞는 용도로 사용하는 각종 통은 모두 스테인리스 재질로 흔히 스텐 밧드라 불리는 네모난 통과 스텐 볼로 불리는 둥그런 그릇 2종류를 사용 중입니다. 밧드는 한 가지 사이즈를, 볼은 작은 것과 중간 것, 큰 것으로 도합 7개 내외를 사용 중입니다.


그동안 날씨가 추워 상부 장 한쪽에 고이 모셔놓은 냉면 그릇이 보이는데 날이 조금 더 더워지면 꺼내서 냉면 먹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예정입니다.


책과 도구들이 들어 있는 상부장




3. 컵과 접시, 기타 주방용품들


싱크대 위 상부 장입니다.


오른쪽 구석 상부 장 바로 아래 콘센트가 있기 때문에 꺼내서 바로 사용하기에 적합한  믹서를 여기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깔때기와 계량스푼이 함께 보관되어 있고 보이지는 않지만 계량용 저울도 여기에 함께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 위에는 절구 2개가 보관되어 있는데 하나는 어른용, 하나는 이유식용입니다. 맨 위에는 자주 사용하지 않는 칼 가는 기구를 올려두었습니다. 상부 장 안쪽으로 공간이 있지만 그 안쪽에는 아무것도 보관하지 않고 있습니다. 거기에 뭘 넣어봐야 뭐가 있는지 보이지 않아 어차피 잊어버릴게 뻔하니까요.


싱크대 바로 위 선반에는 자주 사용하는 접시와 딸아이 식판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접시들은 너무 무거워서 너무 위쪽에 수납할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자리하게 되었습니다. 그 위로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마다 종종 사용하는 머그컵과 찻잔, 소주잔과 유리잔(남편과 깔루아 밀크를 만들어 먹을 때 사용하는 잔)을 올려 두었습니다.


맨 위에는 손님들 오셨을 때 사용하기 위한 여분의 컵들과 접시를 올려 두었습니다. 구석에는 크기가 다양한 유리병들을 모아 두었는데 집에서 만드는 비료를 나눔 할 때 사용할 예정입니다. 그 위에는 행주와 걸레 여분과 부엌 칼집, 싱크대 뚜껑 등 특별한 상황에서만 사용되는 물건들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접시와 컵이 수납된 싱크대 위 상부장




4. 원예 용품과 그릇, 외출 용품과 오븐 용품


싱크대 옆에 밥솥이 놓여있기 때문에 이쪽 상부 장에는 그릇류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밥그릇과 국그릇, 비빔밥이나 면류를 담아 먹는 큰 그릇, 딸아이가 주로 사용하는 손잡이 달린 그릇 등이 전부 이곳에 있습니다. 여분을 따로 보관하는 접시와 달리 그릇은 의외로 자주 사용하게 되어서 모두 아래쪽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고양이들이 간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작은 그릇들도 여기에 함께 보관하고 있고요.


외출할 때 사용하는 도시락통과 물병, 보온병 등은 자주 사용하지 않아서 위쪽에 보관하고 있습니다. 딸아이가 소풍 갈 때 사용하는 물통은 무거우면 안 될 것 같아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른쪽 구석에는 오븐 사용할 때 이용하는 받침대와 틀들이 있습니다. 아이 낳고 거의 사용하지 않아서 일단 위에 올려 두었는데 아이가 조금 더 커서 같이 뭔가 할 수 있게 되면 내려서 함께 사용할 예정입니다.


가장 왼쪽의 상부 장은 아일랜드 식탁 위에 위치하고 있는데 아일랜드 식탁에서 화초나 새싹 채소를 키우고 있어서 관련 물품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아래 바구니에는 각종 씨앗과 설명서 및 간단한 도구들이, 위칸에는 비료와 관련 도서를 수납해 두었습니다.


싱크대 왼쪽 상부장
바구니 안에 보관된 각종 씨앗들-




이렇게 물건을 정리하면서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이 1박스 반 정도 나왔는데 예전에 정리했던 규칙에 따라 아름다운 가게에 보낼 수 있는 것들(개봉하지 않은 새 제품들)은 따로 싸서 보내고, 남은 것들 중에서 필요한 사람들에게 나눠주거나 분리수거하여 버렸습니다. 쓰레기통에 버리는 물건 없이 모두 제 쓸모를 찾아 보내주면 좋겠지만 보관상태가 좋지 않은 물건들은 그렇게 해줄 수가 없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직 플라스틱 제품이 많이 눈에 띄는데 대체할 수 있는 물건들을 찾지 못하는 경우 새 것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이유와 적절한 제품을 찾아야 한다는 시간적인 문제 때문에 일단은 그냥 넘어가기로 했습니다. 기존의 제품을 버리거나 나눠주고 새 제품을 사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미니멀리즘에 가까운지, 아니면 그 물건이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일단 계속 사용하는 것이 미니멀리즘에 가까운지 아직 스스로 답을 결정하지 못했거든요.


주방 정리는 서재 정리처럼 일일이 스캔하고 내용물을 들춰볼 필요가 없어서 정리가 빠르게 진행되는 것 같습니다. 하부장 정리도 즐거운 마음으로 마치고 돌아오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니멀리즘 실천 13: 책장 비우기 4/4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