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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노란 Jun 02. 2016

미니멀리즘 실천 15: 주방 하부 장 비우기

냄비, 실온 식품, 양념 비우기

주방 상부 장에 이어 하부장도 정리했습니다. 주방은 다른 것보다 기존에 사용하던 비닐과 플라스틱을 정리하는 것이 중요한데 금전적인 한계 때문에 갑자기 새로운 제품들을 구입할 수가 없어서 일단 사용하지 않는 것들은 정리하고 사용하는 것들은 시간을 두고 천천히 교체하기로 했습니다.




1. 일회용품


가열 도구(하이라이트) 하부장입니다. 결혼하고 신혼 생활을 막 시작할 무렵 친정엄마가 챙겨주신 비닐류(위생팩과 위생장갑 등)는 거의 사용하지 않아 많은 양이 남아있었습니다. 그땐 맞벌이라 집안일을 안 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미니멀리즘이며 환경보호, 고양이 보호를 실천한다며 의식적으로 사용하지 않았거든요.


아직 포장을 뜯지 않은 것들은 나눔 하고, 포장을 뜯은 것들은 일단 두고 필요한 곳이 있으면 조금씩 사용할 예정입니다. 비닐 쓰지 않긴 하지만 그렇다고 멀쩡한 비닐을 그냥 쓰레기통에 넣을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여기에는 그 밖에 주방에서 비닐 대신 사용하고 있는 주머니나 행주 대신 사용하는 자투리 천, 하이라이트에서 사용하는 주방 장갑을 보관 중입니다.


하이라이트 하부장의 모습




2. 수저


하이라이트 아래 작은 서랍에는 여분의 젓가락과 포크 등을 보관 중입니다. 플라스틱 숟가락을 전부 정리했더니 숟가락은 여분이 없고 젓가락만 여분이 있더라고요. 일단 당장 생활하는데 불편함이 없어서 숟가락의 추가 구입은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이라이트 하부 서랍 1




3. 라면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겠다고 이야기했지만 정말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라면의 유혹이었습니다. 저는 밥 다음으로 라면을 좋아하고, 남편은 상황에 따라 세상에서 가장 제 취향에 딱 맞는 라면을 끓여내는 재주를 가졌거든요. 이 라면 코너를 비우는 것은 아마 이 집 전체를 다 비운 후 가장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미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이라이트 하부 서랍 2




4. 살균기


주방에 기본으로 부착되어 있는 도마 살균기입니다. 싱크대와의 거리가 먼데다 특별히 살균해야 할 필요를 못 느껴서 사용하지 않고 있는 공간입니다. 여유가 된다면 슬라이딩 수납장으로 바꿔 사용하고 싶지만 막상 바꾸려고 해도 수납할만한 물건이 없어서 그냥 방치 중인 공간입니다.


텅 빈 살균기




5. 실온 식품과 양념


주방에서 가장 복잡하고 많은 물건이 수납된 곳이 아닐까 합니다. 하이라이트 왼쪽에 있는 조리대 하부장으로 가운데 기둥을 기준으로 왼쪽에는 실온 식품, 오른쪽에는 양념류를 보관해 두었습니다.


실온 식품 위쪽에는 차를 비롯한 음료와 실온 보관 가능한 식재료들(참치, 햄, 미역, 황태 등)이 있고, 아래쪽에는 어른 간식과 아이 간식, 고양이 간식과 밀가루류를 보관해 두었습니다. 앙념은 위쪽에 자주 사용하는 소금, 후추, 참기름, 허브류가 있고 아래쪽에 기름과 간장류를 보관해 두었습니다.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없으면 아쉬운 설탕과 꿀, 다시다류는 뒤쪽에 숨겨두었습니다.


조리대 하부장


좀 더 본격적으로 미니멀리즘과 환경보호가 실천되려면 여기에 보관된 각종 레토르트 식품들과 비닐이며 플라스틱에 포장된 제품들이 모두 퇴출되어야겠지만 아직 해당 식품을 벌크(포장되지 않은 상태)로 구매할 수 있는 곳을 찾지 못해 일단 평범한 다른 집처럼 가까운 매장에서 기성품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고민과 결정이 끝날 때 까지는 어떻게든 식사를 마련해서 먹는 게 중요하겠더라고요. 하지만 언젠가 이곳에서 사용 중인 비닐과 플라스틱들도 모두 집에서 퇴장시키고 싶습니다.




6. 냄비와 프라이팬


조리대와 싱크대 사이, 주방의 ㄱ자 코너 부분의 하부장입니다. 여기엔 프라이팬과 큰 냄비 류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프라이팬은 작은 코팅 팬과 큰 스테인리스 팬, 볶음용 코팅 팬 3가지를 보관 중이고, 소쿠리와 쟁반도 각각 1개씩 보관 중입니다. 냄비는 큰 냄비와 찜용 냄비 2가지가 있는데 둘 다 코팅 냄비라 혹시 코팅이 벗겨지면 버리고 사용하기 위해 유리 냄비 하나를 여분으로 대기시켜 두었습니다.


주방 코너 하부장


7. 재활용품과 칼


싱크대 바로 밑 하부장에는 재활용품을 보관하고 있습니다. 싱크대에서 요리하거나 씻거나 정리하면서 나온 재활용품을 다용도실로 가지고 나가서 버리는 게 번거로워서 아예 싱크대 밑에 자리를 내주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문에 부착된 칼 꽂이에는 칼 2세트(6개)가 있는데 하나는 아이 유아식 만들 때 어른용과 구분해서 사용하기 위해 구입했던 제품들이라 아직 남겨두었습니다. 아이들을 다 키우고 나면 이것도 정리할 예정입니다.


싱크대 하부장




8. 작은 냄비들과 주전자, 남의 집 살림들


싱크대 옆쪽 하부장에는 작은 냄비들과 잼팟 1개, 주전자 1개, 뚝배기 1개가 들어있습니다. 작은 냄비는 각종 요리와 국등을 할 때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어서 3개 이하로는 줄이기 어려웠습니다. 뚝배기는 신혼초에 선물 받아 무척 애지중지했던 세트가 있었지만 너무 아낀 나머지 몇 년이나 사용하지 않아 처분하고 가장 기본적인 사이즈 한 개만 남겨두었습니다.


그 옆쪽 아일랜드 식탁과 연결된 하부장에는 시댁, 친정에 보내야 할 그릇들과 제사 음식을 준비할 때 필요한 도구들이 수납되어 있습니다. 원래 시댁에서 제사를 지냈으나 올해부터 저희 집에서 제사를 모시게 되어 시댁에 있던 물건들을 가지고 왔는데 아직 한 번도 제사를 치러보지 않아서 얼마나 남기고 얼마나 정리해야 할지 알지 못해 일단 깊숙이 보관해 두기만 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보이지 않네요)


싱크대 옆 하부장


9. 곡류


아일랜드 식탁 하부 서랍에는 쌀과 잡곡류가 들어있습니다. 보통 냉장고에 보관하시던데 저희 집은 냉장고까지 가는 길이 번거로워서 보다 밥통에 가까운 아일랜드 식탁 아래에 곡류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일반적으로 곡류를 보관할 때 사용하는 세로로 긴 통을 사용할 수 없어서 아직은 비닐채로 보관 중입니다.


아일랜드 식탁 하부 서랍




주방 상, 하부장 정리를 마치고 이제 눈에 잘 보이는 주방 조리대와 싱크대, 아일랜드 식탁 위를 정리할 차례입니다. 냉장고 정리까지 마치면 주방 정리는 마무리가 됩니다. 아직 조금 더 정리를 해야 하긴 하지만 지금까지 정리한 것만으로도 주방이 매우 넓고 쾌적해졌다는 느낌이 듭니다. 꺼내 쓰기도 다시 정리하기도 편하고, 무엇보다 종종 집안일을 도와주는 남편이 "그거 어디 있어?"하고 찾거나 "이거 어디다 넣으면 돼"하고 물어보는 일이 없어 좋습니다.


주방은 서재에 비해 정리가 무척 수월한 곳인 것 같습니다. 서재의 물건들은 대부분 아직 쓸만한 것들이라 새 주인을 찾아주거나 정보를 좀 더 가벼운 디지털 형태로 남기느라 많은 시간을 써야 했는데 주방에서 정리해야 하는 물건은 대부분 너무 오래돼서 먹을 수 없는 식품류, 빚 바래거나 녹슬거나 코팅이 벗겨진 조리도구, 구입해 놓고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도구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정리하는데 미련을 둘 필요가 없고, 정리 과정도 간단하게 쓰레기통 혹은 재활용 통에 넣어 내놓거나 박스에 포장해서 기부 신청만 하면 돼서 무척 편했습니다.


어쩌면 지금까지 정리한 것 중에서 가장 정리가 간편했던 곳이 주방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많은 주부들이 "정리"를 생각할 때 주방을 생각하시는 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리가 편하지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 만큼 정리 후의 가벼움을 맘껏 만끽할 수도 있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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