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방, 그리고 거실 정리하기
주방 다음으로 정리한 것은 바로 물건입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들은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집을 어지럽히는 주범, 그리고 집에서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아이 물건입니다. 저희는 양가에서 태어난 첫 손주이기도 했고, 시어머니가 어린이 관련 업종에서 일하고 계신 탓에 선물이나 중고 물건을 무척 많이 받았습니다. 덕분에 실제로 제가 제 돈 주고 구입한 물건이 거의 없었음에도 아이 물건은 나날이 늘어만 갔습니다.
이번에는 정리를 하기 전에 미리 비포 사진을 찍어 두었습니다. 저희 딸은 집에서 가장 작은 방을 혼자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 글을 적는 현재 24개월인 딸은 자기 방에서 혼자 잠을 자고, 그 외의 활동은 모두 거실에서 했습니다. 때문에 아이 방에는 아이 침대와 잘 보지 않는 책 등 잡동사니가 놓여 있었고, 평소에 가지고 노는 장난감 류는 모두 거실에 내놓은 상태였습니다.
아이 물건 정리의 목표는 아이 방에 보관할 수 있을 정도의 양만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가 자주 가지고 노는 물건들은 따로 구분하여 남기고, 자주 사용하지 않거나 중복되는 종류의 장난감이나 책은 아름다운 가게에 보내거나 지역 카페를 통해 필요하신 분께 나누어 드렸습니다.
이 방에 있는 물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침대, 4단 서랍, 아이 책상과 의자, 싱크대, 책장
- 가습&공기청정기, 선풍기, 아이패드(자장가를 틀어주는 용도)
- 베개, 이불, 인형 10여 개
- 아이 여름 의류와 손수건, 기저귀, 로션 등 아이 용품 전반
- 스케치북과 색연필
- 블록 1 상자, 각기 다른 종류의 퍼즐 블록 3종류, 자석 블록 1종류
- 소꿉놀이, 병원놀이, 볼링, 실 꿰기 교구 각 1세트
- 퍼즐, 탑 쌓기, 끌기, 오뚝이, 주사위, 카메라, 펴지는 공, 밟는 건반 장난감, 도로 그림 매트 각 1개씩
- 낱말 카드, 악기류 각 1 바구니씩
- 아이 도서 50여 권
처음에는 아이가 자는 공간에 놀잇감을 넣어 준다는 게 탐탁지 않았습니다. 밤에 자지 않고 장난감 가지고 놀면 어쩌지 하는 고민이 컸는데 의외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잘 시간에 자고, 일어날 시간에 일어나는 것은 그 전과 똑같았습니다. 대신 장난감이 들어 있는 바구니를 거실로 들고 나와서 가지고 놀고, 다 가지고 논 다음에 다시 바구니에 정리해서 넣는 놀라운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바구니를 원 위치로 가져다 놓는 것은 아직 엄마가 해줘야 하지만) 자기 공간이 생긴 것이 마음에 드는지 방 안에서 혼자 그림 그리며 놀고 있을 때 다가가면 "엄마, 가, 저리 가"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기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복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만 아이 장난감을 제법 많이 정리해야 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아이의 허락을 구해야 했습니다. 24개월이긴 하지만 나름 호불호도 있고 좋아하는 장난감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리면 서운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은 흔쾌히 가져가라고 하기도 했고, 어떤 것은 안된다고 거부의 의사를 표현하기도 했지만 잘 설득하여 대부분 큰 무리 없이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 물건을 정리한 덕분에 거실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장난감을 정리하기 위해 거실에 보관 중이던 박스들, 블록 박스를 보관했던 선반, 인디언 텐트, 각종 박스들이 사라졌고, 수납되어 있던 물건들도 3~4박스가량 집을 떠나갔습니다. 덕분에 원래 아이 물건으로 꽉 차 있던 거실은 가족들이 더욱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딸은 아랫집 언니가 빌려준 빠방을 타고 마음껏 전진과 후진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전에는 빠방을 세워둘 적당한 곳이 없어 항상 어딘가 구석에 주차를 시켜두어야 했는데 지금은 어디에 두어도 자유롭게 타고 내릴 수 있어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이번 정리를 통해 가장 많은 혜택을 받은 것이 이 빠방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