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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노란 Aug 07. 2016

미니멀리즘 실천 19: 현관 비우기

신발 정리하기

참으로 무더운 나날의 연속입니다. 더위에 휴가까지 겹치면서 거의 매일 일상에서 멀어진 채 여행을 계획하거나 다녀오거나 그리워하고 선풍기 앞에서 오늘 하루도 빨리 끝나기를 기다리며 살고 있습니다. 덕분에 집은 정리되지 않은 채 자질구레한 생필품들로 어지럽혀진 채 방치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동안 집을 많이 정리한 덕분에 남편이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예전처럼 "폭탄 맞은 것 같은 집" (친정 엄마의 표현으로는 "돼지우리")이 되지는 않습니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더위와 싸워 이기며 겨우겨우 정리한 곳은 바로 현관이었습니다. 현관은 풍수지리에서 무척 중요한 곳으로 항상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살다 보면 어제 벗은 신발과 오늘 신었던 신발과 남편 신발과 애기 신발과 밖으로 가지고 나가려고 내놨다가 깜빡 잊어버린 물건과 집안에 놓기는 왠지 그런 각종 공구들과 안 신는 신발 등등으로 가득 차서 정신이 없어지곤 합니다.





정리하고 난 후의 현관입니다. 다 집어넣고 소화기와 남편 슬리퍼 한 켤레를 꺼내 두었습니다. 소화기는 비상시에 바로 사용할 수 있어야 해서 넣지 않기로 했고, 남편 슬리퍼는 신는 용도라기보다는 저 혼자 집에 있을 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이 집에 남자가 살고 있음"을 알리기 위한 용도로 내어 두었습니다. 중문을 닫으면 중문과 신발장 사이 틈에 세워 놓은 걸레 봉이 살짝 보입니다.


지금은 보이지 않지만 식구들이 모두 돌아오는 저녁 무렵이면 신발이 3켤레(제 것, 남편 것, 아이 것)가 추가됩니다. 저희 식구들 모두 특별한 외출이 아닌 이상 평소에 신는 신발 한 켤레만 계속 신기 때문에 따로 행사가 있지 않으면 항상 신는 신발 세 켤레만 꺼내놓고 사용합니다.





신발장 문은 총 3개이지만 실제로 수납 가능한 곳은 넓은 오른쪽과 좁은 왼쪽 2곳으로 나뉩니다. 통상적으로 이용하는 것처럼 넓은 곳에는 신발을, 좁은 곳에는 잡동사니를 넣기로 정하고 정리했습니다. 우선 신발장 서랍에 마구잡이로 보관되어 있던 공구들을 꺼내서 공구함이 있는 안방으로 옮겼습니다. 그리고 현관에 나서면서 '필요하면 챙겨가기 위해' 1년 가까이 보관만 해오던 각종 도구들(제 경우에는 에코백과 의자 바퀴, 털 제거용 솔, 고양이 목줄 등)을 폐기했습니다.


좁은 왼쪽 중 아래 넓은 곳에는 청소기와 우산 3개를 보관하고, 위의 좁은 수납장에는 수납함을 넣어서 현관에 나서면서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을 넣어 두었습니다. 맨 아래칸은 차 키와 고양이 털 제거용 찍찍이와 청소기 부품을, 그 위에는 딸아이 우비를, 맨 위칸에는 남편 자전거 탈 때 쓰는 안전모, 그 아래칸의 바구니에는 자전거 부품 등을 넣어두었습니다.



중간에 사용하지 않는 선반을 떼어 내려고 했는데, 쉽게 떼 지지 않아서 장식을 올려놓고 비워두기로 했습니다. 어차피 높이도 높아서 뭔가 수납해도 잘 보이지 않기도 하고요. 이곳에 가습기 청소 솔을 보관해 두었는데 보이지 않아서 잊어버리고 있다가 이번에 정리하면서 발견해서 드디어 겨울에 사용한 가습기를 청소해서 보관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나름 잘 보관한다고 놓은 것인데 참 아이러니합니다.


집에서 보관하고 있는 우산은 딱 3개인데, 제 우산 2개와 아이 우산 1개입니다. 제 우산 중 하나는 양산 겸용인데다 무척 작아서 혼자 외출할 때 주로 사용하고 좀 더 큰 우산은 남편과 외출할 때 사용합니다. 그 외에 다른 우산들은 차와 남편 회사에 각각 1개씩 보관하면서 필요하면 사용하고 다시 가져다 놓고 하는 식으로 사용합니다.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고 특별히 잃어버릴 일도 없어서 무척 편리하게 이용 중입니다.




넓은 신발장은 상단에 남편 신발과 잡동사니, 중간 서랍에 운동기구, 하단에 제 신발과 아이 신발을 보관했습니다. 예전에 옷 정리하면서 신발을 얼마나 남길지 고민했던 결과보다 많은 10켤레(당시 계획은 10켤레)만 남겨두었습니다. 남편 신발과 아이 신발은 두 사람의 동의를 얻어 헌 신발을 정리하는 정도로 마무리했습니다.


우선 신발장 상단에는 남편의 군복과 군화가, 그 아래칸에는 부츠 키퍼와 배드민턴 채, 그 아래칸에는 쓰레받기와 빗자루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부츠 키퍼를 처분해야 할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올 겨울에 겨울 신발 중 낡은 하나를 부츠로 바꿀 계획이라 일단 남겨두었습니다. 만약 겨울에 부츠를 사지 않는다면 내년 봄에는 신발장에서 떠나게 될 살림 1호가 될 예정입니다.


남편 신발은 매우 심플합니다. 축구화, 운동화, 캔버스화, 단화, 구두, 슬리퍼. 그리고 출근할 때도 신고 놀러 갈 때도 신고 슈퍼 갈 때도 신는 크룩스 1켤레와 헬스장에서 신는 운동화(차에서 보관)가 전부입니다. 중복되는 쓰임 없이 깔끔하게 구입해 놓고 닿아서 헤질 때마다 새로 구입해서 씁니다. 저도 나름 미니멀리즘을 실천한다 생각하지만 남편을 따라가기엔 멀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음은 저와 아이 신발입니다. 저는 운동화 3개(헬스장에서 신는 운동화는 마찬가지로 차에서 보관), 실내화, 검은색 단화, 검은색 구두, 검은색 겨울 구두, 털 부츠, 샌들, 크룩스, 슬리퍼가 각 1켤레입니다. 예전에 계획했던 것과 다른 점은 밝은 색 구두 대신 운동화가 1켤레라는 점, 겨울 신발에 가죽 부츠 대신 구두가 있다는 점, 장화 대신 크룩스가 있다는 점, 그리고 실내화가 있다는 점입니다. 실내화 덕분에 계획을 넘어서긴 했지만 한 겨울에 집안에서 수면양말+실내화를 신었을 때 느껴지는 그 따뜻함을 포기할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었습니다.


아이 신발은 총 5켤레로 털 부츠 1켤레, 샌들 2켤레, 운동화 2켤레입니다. 어차피 매우 자라는 속도가 빨라서 딱 맞는 신발을 한두 켤레만 구입해서 신기고 있습니다. 샌들은 사긴 샀는데 모래 들어간다며 싫어해서 못 신기고, 운동화는 2켤레 중 하나가 찢어져서 여름 내내 운동화 한 켤레만 열심히 신어대고 있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저희 집에서 가장 미니멀한 사람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듭니다.



서랍에는 줄넘기 2개, 아이젠 2개, 배드민턴 공 1개, 볼링 할 때 사용하는 아대 1개가 보관 중입니다. 이건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순간에 요긴하게 잘 사용하기 때문에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특히 아이젠은 1년에 1번이나 쓸까 말까 하지만 겨울에 이게 없으면 참 아쉬운 순간이 있습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는 참 미니멀리즘 실천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그 부분이 더 매력적이라 생각하지만요.





살다 보면 여기 있는 물건의 수도 변할 때가 오긴 하겠지만 당분간은 추가 구매나 더 정리하는 일 없이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집안의 묵은 때를 벗겨낸 것 같아 무척 속이 시원합니다. 오랜 시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보관해 오던 고양이 외출용 목줄을 정리해서 그럴지도 모릅니다. 현관이 깨끗해지니 손님이나 배달하시는 분들이 찾아와도 당당하게 맞을 수 있다는 점도 무척 만족스럽습니다.


공간이 작다 보니 물건도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그러다 보니 정리하는데 걸린 시간도 길지 않았습니다. 혹시 미니멀리즘을 시작해 보려고 고민 중인 분이 계시다면 오늘 일단 현관과 신발장부터 정리해보시길 권하고 싶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올 때마다 즐거운 기분을 느낄 수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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