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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노란 Mar 11. 2016

미니멀리즘 실천1: 옷장 비우기

성인 여성의 옷장 비우기

지난 번 계획을 세운 이후 실제로 제 옷장을 꺼내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옷장의 옷을 전부 꺼낸 상태


보통 비우기 할 때 더 입을 수 없는 옷, 잘 입지 않는 옷,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 등등으로 구분하여 버리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저는 지난 글에서 얼마나 남겨두고 버릴지를 미리 정해 두었기 때문에 버리기 더 수월했습니다. 각 용도 별로 가장 좋아하는 옷이나 자주 입는 옷을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버리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덕분에 '고민'의 과정이 정말 많이 생략되었습니다. 그렇게 비울 옷을 결정하고 그 속에서 버릴 것과 기부할 것으로 나누는 과정은 더욱 쉬웠구요.




여름 옷의 경우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의류를 남겨야 했습니다. 본래 원피스를 4벌만 남길 예정이었는데 실제로 옷장을 열어보니 작년 한 해 닳도록 입고 다녔던 옷들이 몇 벌 눈에 띄어서 차마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여름 옷


겨울 옷장은 조금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워낙 겨울에 외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꼭 필요한 때가 아니면 밖에 나가지 않기도 했지만 두꺼운 외투를 입고 잘 벗지 않기 때문에 아무 옷이나 마구 집어 입고 제대로 옷을 갖춰입고 살지 않았더라구요. 한 겨울에 입을 만한 하의류는 한 벌도 남아있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초라한 겨울 옷


봄/가을 옷은 정리하기가 쉬웠습니다. 워낙 추위를 많이 타다보니 남들보다 더 오래 겨울 옷을 입어서 봄/가을 옷은 아예 많이 가지고 있지 않았거든요. 그거 잘 입지 않는 옷 몇 벌을 정리하다보니 예상한 옷에 딱 맞춰 남겨둘 수 있었습니다.

봄 옷
가을 옷


그 외에 계절 별로 경사/조사용 의류를 따로 가지고 있으려고 했지만 집에 있는 정장 원피스가 사계절 내내 입기에 특별히 무리가 없어 보여서 그냥 딱 벌만 남겨 두기로 했습니다. 결혼할 때 시어머니께 선물받은 거라 제법 비싸고 예쁘기도 했구요.


의류 중에 가장 정리하기 어려웠던 것은 대학 졸업할 때 엄마가 선물로 사주신 원피스였습니다. 졸업사진 예쁘게 찍으라며 사주신 원피스는 너무 고왔고, 평소에 입기에는 많이 부담스러워 졸업사진을 찍은 이후 한 번도 입어 보지 못했습니다. 엄마 마음을 생각하면 선뜻 누군가에게 주거나 버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입고 다닐 수도 없어 참 난감했는데 이번 기회에 사진으로 찍어서 남겨두고 처분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친정 엄마가 사주신 꽃 원피스, 안녕!


정리하기로 결정한 옷은 버릴 것과 기부할 것으로 나누었습니다. 얼룩이 심하게 지거나 헤져서 입을 수 없는 것은 모아서 쓰레기 통에 버리고 입을 만한 옷은 박스에 넣어 포장했습니다. 박스에 넣은 옷들은 아름다운 가게를 통해 새로운 주인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부디 저처럼 옷장에서 썩히는 주인 말고 곱게 오래오래 입어 줄 주인 만나서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할 옷들
정리 끝!




속옷의 경우 수는 맞춰서 가지고 있지만 사이즈나 헤진 경우가 제법 있었습니다. 누구 보여줄 것도 아니고 어짜피 속에 입는 건데 뭐 어때, 라고 생각하면서도 막상 입으면 작아서 불편하기도하고 구멍난 부분이 신경쓰이기도 하고 양말같은 경우 늘어나서 벗겨지기도 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큰 맘 먹고 헤진 속옷류는 버리고 깨끗하고 잘 맞는 것으로 새로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또 액세서리 류는 예상했던 것보다 조금 더 많이 남겨두기로 했습니다. 특히 반지, 목걸이, 귀걸이는 커플링과 결혼반지 등 중요한 의미를 가진 것이 많았고 보석 디자인을 하는 친구에게 특별히 주문 제작하여 구입한 것들이 많아(언제 이렇게 샀는지 모르겠지만) 차마 누군가에게 주거나 버릴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정말 많은 것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옷장 한 쪽과 서랍들, 화장대 서랍과 남편 옷장 일부까지 침투해 있던 제 의류는 이제 딱 제 옷장 옷걸이에 다 걸릴 정도만 남게 되었고, 속옷과 액세서리 류도 각각 서랍 한 칸씩만 차지할 정도만 남았습니다. 저는 갑자기 빈 서립 속에 무엇을 넣어야 할 지 고민이 되어 한참이나 옷장 앞을 서성였습니다.

걸려 있는 옷이 제가 가진 옷의 전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의외로 실제 생활에는 큰 불편이 찾아오지는 않았습니다. 평소에 자주 입지 않는 옷 위주로 정리했기 때문에 정리했다는 사실을 잘 느끼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생각해 둔 용도 별로 옷을 남겨 두었기 때문에 필요한 상황마다 지정해 둔 옷을 꺼내 입기만 하면 되서 매우 편하다고 느껴질 정도였습니다. 조금이긴 하지만 비우기로 인해 삶이 달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무척 보람되고 앞으로가 무척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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