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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노란 Mar 22. 2016

미니멀리즘 실천 3: 화장대 비우기

전업 주부의 화장대 비우기

옷장 이후에 정리를 시작한 것은 화장대였습니다. 여자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넘치도록 많은 화장품을 가지고 있을 겁니다. 화장품의 유통기한이 개봉 후 2~3년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기초 제품을 제외한 색조 화장품은 3년 안에 사용할 수 있는 것이 거의 없습니다. 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늘 사용하는 제품만 사용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화장할 일이 거의 없어져서 그렇기도 합니다.


저는 전업주부라 외출할 일이 많지 않아서 화장할 일이 많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왠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하나 둘 사 모으고 선물 받다 보니 화장대에는 사용하지 않는 화장품들이 제법 쌓여 있었습니다. 거기다 직장 생활할 때 사용했지만 아직 남아 있는 유통기한이 조금 지난 화장품들도 아직 남아 있고요.


목록을 들여다보면 언젠가 쓰겠지 싶어 모아둔 핸드크림들, 건조하면 바르려고 생각해놓고 귀찮아서 뜯어보지도 않은 바디로션, 좋다는 소문에 구입했지만 어울리지 않아 사용하지 못했던 색조 화장품, 그리고 각종 립 제품들, 필요하지는 않지만 왠지 하나쯤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구매한 뷰티 보조 도구들까지 수와 종류가 무척 많습니다.




우선 화장대를 열어 유통기한이 지난 제품을 모조리 버렸습니다. 어떤 화장품은 유통 기한이 직접 적혀있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기 때문에 특정 시점, 제 경우에는 2012년 남편과 결혼을 기점으로 그 전에 구입한 화장품들은 모조리 쓰레기 통에 버렸습니다. 거기엔 아버지가 면세점에서 사다주신 디올 팔레트도 포함되어 있었는데 그 안에 아이쉐도우와 파우더는 단 한 번도 찍어 발라보지 않았습니다. 비싼 거라고 아끼다가 그냥 버려진 것이지요.


유통기한이 남아 있는 것들 중 거의 사용하지 않은 고가의 제품들은 중고로 판매하였습니다. 중고 판매할 때는 항상 거래 사기를 주의해야 합니다. 더 치트로 대상의 전화번호를 확인하고 고속버스 택배나 퀵 등 수취인 확인과 배송 추적이 어려운 수단으로 택배를 보내지 않아야 합니다.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새 제품들은 새 주인을 찾아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판매하기 곤란하지만 깨끗한 제품은 따로 모아 필요한 분께 나눠 드렸습니다. 주로 유통기한은 아직 남아 있지만 잘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과 나중에 사용하기 위해 모아두었던 여분 제품들이었습니다. 잘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은 지금 당장 화장을 하고 외출해야 한다고 가정했을 때 사용하지 않을 것을 골랐고, 여분의 제품은 지금 사용하는 것과 추가 1개만 남겨두고 나머지를 모두 골라내었습니다. 화장품 한 개를 다 사용하는데 드는 시간을 생각하면 여분을 여러 개 가지고 있다가 나중에 또 유통기한이 다 되어서 버리게 될게 뻔하니까요.


다른 분께서 잘 써주시길 바라며 보내준 




예전에는 독립된 거울 화장대를 사용했었는데 화장대 의자 속, 거울 뒤편 수납공간, 거울 옆 선반, 화장대 서랍에 빼곡하게 화장품이 들어차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화장대를 여동생에게 넘겨주고 화장실 옆에 붙어 있는 서랍 하나에 남은 화장품을 모두 넣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습니다.


화장할 때 사용하는 거울 옆 빈 선반들을 채우기 위해 책장 어딘가에 꽂혀있던 그림과 만화책 들을 가져왔습니다.


지금 남아 있는 화장품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화장품에 관심이 많으시거나 외출할 일이 많으신 분, 또 개인의 화장법이나 피부 상태에 따라 남길 수 있는 화장품의 수는 이것보다 더 적거나 많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수는 제 기준으로 남겨놓은 것이니 참고만 해주세요.


- 빗과 거울, 휴대용 빗과 거울 각 1개

- 가벼운 크림과 무거운 크림 각 1개, 휴대용 크림 1개

- 선크림 2개, 미스트와 데오도란트 각 1개

- 프라이머, 메이크업 베이스, 파운데이션 각 1개

- 아이라이너와 붓, 뷰러, 마스카라, 하이라이터, 아이쉐도우 붓과 눈썹 붓 각 1개, 아이쉐도우 3 컬러

- 립밤 1개, 립글로스 2개, 틴트 3개

- 바셀린, 마법의 연고 각 1개

- 휴대용 헤어 에센스 1개

- 향수 1병, 휴대용 향수 1병

- 아세톤 1병, 클렌징 오일 1병


남아 있는 화장품 및 악세사리는 이게 전부 입니다.




옷 정리를 할 때도 느낀 것이었지만 막상 이렇게 한꺼번에 많은 것들을 비워내더라도 막상 생활할 때는 거의 불편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늘 사용하는 것들만 남아있기 때문에 순서나 어떤 제품을 사용할지 고민하지 않고 슥삭 바르기만 하면 되니 화장하는데 드는 시간이 굉장히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쉐도우를 써볼까? 하고 발라봤다가 왠지 안 어울리는 것 같아 지우고 평소에 사용하던 제품으로 다시 바르는 일을 안 해도 돼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비우기를 실천하면 할수록 평소에 하던 자잘한 '고민'들이 사라지고 그 고민들에 있던 자리에 '시간'이 차오르는 것이 느껴집니다. 고민이 사라지니 마음도 가볍고 여유롭습니다. 집 안 곳곳에 남아 있는 불필요한 고민들이 모두 사라질 때까지 앞으로도 비우기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요즘은 또 뭘 버려볼까 생각하느라 하루가 즐겁게 느껴지기까지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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