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로
어느 날, 10억이 생겼다
일확천금을 싫어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나 역시 그랬고, 때문에 주기적으로 동행복권 홈페이지에서 로또와 연금복권을 사곤 했다. 로또를 사고 난 날이면 남편과 밤산책을 하며 당첨금으로 무엇을 할까 재잘거리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선 아파트 대출금을 갚고 망가진 집을 수리하자. 그러고도 돈이 남으면 뭘하지? 그건 당첨금이 얼마인지 보고 결정하자. 우리의 대화는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 당연하게도 내가 산 복권이 당첨되는 일은 없었다. 그런 나에게 10억이 생기다니, 역시 사람 일이란 참 한 치 앞을 모르는가 보다.
얼마 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10억보다 값진 것을 묻는 게시물이 올라왔다. 해당 질문의 답변으로 선택할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배우자, 연인, 친구처럼 가까운 사람이었고 다른 답변은 11억이었다. 아주 재치 있는 질문과 답변이라는 생각에 나는 이 게시물을 남편에게 공유해 주며 물었다. "여보라면 나랑 10억 중에서 뭘 고를래요?" 그러자 남편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10억이 여보보다 소중하면 여보한테 10억을 줬겠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네. 돈과 나 사이에서 고민하는 남편의 모습을 보고 싶었던 나의 심술궂은 바람은 실패했다.
나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글쓰기를 배운 적은 없지만 활자를 조합해 읽을 만한 무언가 만들어내는 일에서 즐거움을 느낀다. 오늘도, 어제도, 그제도 뭔가 새로운 글쓰기 거리가 없을까 생각하던 중에 갑자기 나에게 벌어진 꿈 같은 일을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싶었다. 누가 이런 얘기를 궁금해 할까 싶지만 혹시 모르는 거니까. 틈날 때마다 나에게 어떻게 10억이라는 큰 돈이 생겼는지, 그 뒤로 나와 우리 가족에게 어떤 변화가 생겼는지와 같은 일들을 적어보려 한다.
나에게는 아직 쓰지 않은 돈이 남아 있고 삶은 계속되므로 이 이야기가 어떻게 끝나게 될 지는 모르겠다. 어쩌면 파산이나 탕진일지도 모르고, 어쩌면 이 돈을 잘 굴려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말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가능하면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결론에 닿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보려 하니 응원해 주었으면 한다.
기존에 발행한 글을 브런치 북에 넣는 방법을 몰라 부득이 재 업로드했습니다. 먼저 읽어주신 분들과 라이킷 해주신 분들께는 그저 죄송할 따름입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