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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리 Feb 24. 2021

어떤 날들이 너의 기도를 비웃는다면

b는 지나온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단단한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어. 진중히 고개를 끄덕이며 이야기를 듣고 나서 입을 여는 는 거침없이 자신의 경험을 꺼내며 명쾌한 답지를 제시하곤 했지. 아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을 그 아이는 조금도 망설인 적이 없었어. 나는 이미 지나왔고, 그러니까 아직 지나는 중인 사람들이 덜 아프면 그걸로 된 게 아니냐고 내게 말한 적이 있다. 현명하고 다정한 아이야.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아. 그렇지만 나는 마음 한구석이 오래도록 시렸어. b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들은 때로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돌아갔어. 누군가는 연신 고맙다며 미소짓고는 다시 연락하지 않았지. b는 그 사실을 담담하게 받아들였어. 자신이 읽었던 어느 책의 구절을 내게 이야기하면서 말이야.


*“이 이야기는 내가 했으니까 내 이야기란다.

듣기 좋았든 안 좋았든 말이야.

네가 가질 건 갖고, 남길 건 남기렴.”     


그런데 있잖아, 나는 봤어. 저 말을 하면서 견디는 b를 봤어. 아마도 다시 그들에게 연락하지 않겠지. 분명하게 겪은 일들은 사람을 어느 면에서 단호하게 만든다. 독해지게 만든다. 종종 우리가 우리이지 못하는 건 지나온 날들이 주는 단단한 믿음이라는 것 때문인지도 몰라. 우리가 날마다 가까워지고, 그래서 누구도 결국 영원한 타인으로 남는다는 사실을 망각할 때.


그래서 네게 이 말을 꼭 해주고 싶었다.     

분명히 지나온 날들이, 그로 인한 믿음이 네 기도를 혹여 비웃는 걸 본다면 있지.

나는 그날의 믿음을 없던 일로 할래. 사실 무엇도 지나오지 않았다고 말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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