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글. 글보다 느낌. 다만 순간의 완벽함 속으로 누구도 데려갈 수 없고 혼자 돌아갈 수도 없으니 대안으로써의 가치가 있다. 솔직하게 정직하게 쓰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는 아무것도 설명할 수 없을 때가 있다. 날아갈 만큼 날아가고 남아있는 것을 단서 삼아야지. 그것만큼은. 사실은 전혀 다른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혀 다른 것이 전혀 다른 곳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무관한 일들이 이상한 방식으로 뒤엉켜 인과를 이룬다.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짓이라고 한다면, 그렇게 쓸모 있는 일은 또 뭔가 싶고, 그러면 굳이 멈출 이유도 없는 것이다.
나의 무게에 관여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견디거나 그렇지 않는 일을 고민하다 모르는 사이 한쪽으로 기우는 것. 반복하는 것. 처지에 따라 시시때때로 삶이 뒤바뀌는 건 사양이다.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님에도 이겨야 할 때가 있다. 이기고 나면 흔쾌히 예전처럼 따스함과 다정, 위로라거나, 근거 없는 마음을 믿는 일에 근거가 생길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나 이는 마음만으로 되지 않고, 또 마음만이라면 절박해지기 마련이다. 들끓어서 몰두하다가는 식었을 때 돌이킬 수 없어진다. 많은 것이 달라졌지만 숙원이라는 단어를 떠올리고 뒤따라오는 생각을 바라보자면 여전히 그런 것도 같다. 다만 이것만 보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다. 나를 위해서는 나와 무관하게 걷기도 해야 한다. 걷기도 전에 내 안에서 정리하고 끝내는 일을 줄여야. 한 가지 그르침에 전부 멈추는 날이 이제 오지 않았으면 하지만 최소한의 보험이 있어야 한다. 절박함은 동력이 되지만, 제대로 동력 삼기 위해서는 내가 절박하다는 사실을 잊고 살기도 해야 한다는 걸 기억해야 하고.
진짜와 가짜 흐릿함과 명백함 한때의 동력 이제는 아닌
그 모든 것에서 시선을 거두고 무관함에 집중한다. 일단 이 자리에서 벗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