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독한 완벽주의자다. 내가 시작을 외쳤으면 끝에 도달할 때까지 어떤 변수도 허용할 수 없다. 주말이 되면 그날 하루 종일 잠을 잘 지, 아니면 집안일을 어떤 순서로 해치울지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돌린다.
이제는 제법 알려진 얘기인데 완벽주의는 완벽하다와는 완전히 다른 말이다. 내 완벽과는 관계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게 성향인지라, 완벽주의에도 부지런과 게으름이 나뉜다. 나는 말하자면 게으른 완벽주의자다. 게으른 완벽주의자가 가장 완벽한 계획을 세울 때는 바로 ‘해야 할 일을 언제까지 미룰 수 있을까’를 계산할 때다.
아, 그렇다. 오늘은 월요일. 그것도 꿀 같던 두 번의 연휴 끝의 월요일. 해야 할 일은 산더미인데 너무너무 하기 싫던 게으른 완벽주의자는 방금 달력을 째려보며 제법 비장하게 계획을 세웠다. 훗, 주변사람들은 내 불타오르는 눈빛을 보며 일에 몰두하고 있는 거라 생각했겠지. 이번 주 해야 할 큰 일은 두 개. 그중 하나는 내일/모레 이틀 간 한다. 그럼 나머지 하나는 오늘 안에만 하면 돼. 퇴근까지 3시간 남았으니 한 시간 더 놀아도 되겠다!
방금 나에게는 한 시간의 여유로움이 생겼다. 이 기쁨을 그냥 넘길 수 없으니 글로 남겨 기념해야지. 정말 완벽한 미룸 계획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