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에서 불타는 쇼핑을 마치고 4호선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아유, 힘들다. 집까지는 30분은 넘게 걸리는데, 이 시간 명동발 지하철에 앉을자리가 있을 리가.
친구와 나란히 손잡이를 잡고 서서 잠시 멍 때리고 있던 그때, 바로 앞에 앉아 있던 아저씨 한 분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앗싸."
속으로 나직이 쾌재를 부르며 발을 들썩였는데
이게 뭐야.
아저씨, 머리 위 선반에서 신문을 집더니 다시 앉는다.
에헤이 이건 상도가 아니죠 아저씨.
손에 든 사탕 뺏긴 것 같은 이 찝찝함, 아저씨 얼굴 좀 봅시다, 거.
…어?
오래된 점퍼, 군데군데 흰머리, 신문을 보느라 굽어진 어깨.
"… 아빠?"
본의 아니게 나를 약 올린 그 아저씨는, 우리 아빠였다.
집에서는 호랑이 같던 우리 집 군주.
밖에서 마주한 그는 조금 작고, 조금 굽어 있었고,
그 모습이 괜히 마음에 걸려서,
그날따라 유난히 더 요란하게 인사했다.
"아빠, 여기서 뭐 해?"
밖에서 보니 유난히 작은 어깨를 가졌던 우리 집 군주. 그 날 명동 지하철이 잊히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