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소를 갑자기 변경시키고 817유로의 빚을 갚으라고 한다
프랑스는 공부하고 싶은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좋은 국가이다. 특히 낮은 등록금과(석사의 경우 234유로이니, 1유로에 1370원 환율로 32만 원이 조금 넘는다. 물론 CVEC이라는 학생보험 91유로 정도를 1년에 추가로 내긴 하지만 그래 봤자 총합 50만 원 이내이다) 월세 보조금(Aide au logement pour les étudiants)을 국적에 상관없이 지급한다. 비싼 파리의 월세를 견딜 수 있는 힘이다. 혼자 사는 학생에게 321유로의 보조금이 나온다. 이는 동거여부, 결혼 여부, 혹은 기숙사에 사는지에 따라 다르게 산정되고 있다. 아마도 1100유로 이하의 월세를 내고 학생 체류증을 소지한 조건에 한하여 받을 수 있다. 우리 부모님이 프랑스 정부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가능하니 한국인으로는 놀라울 뿐이고 그저 평등한 기회를 주는 교육 시스템의 시혜자가 된다.
그래서 외국인 학생에게도 동일한 재정지원을 주는 것에 대해 오래전부터 논란이 많았다. 마크롱 정부가 2017년 혹은 2018년에 외국인 학사, 석사 등록생에 한하여 연 600만 원의 등록금을 받겠다는 교육정책 발표도 이러한 일부의 불만을 반영한 의사결정이었을 것이다. 프랑스 학생들이 오히려 적극적으로 이러한 정책 기조에 강력하게 반발했는데 다행히 정책의 철회로 인해 나는 큰 걱정 없이 프랑스에 오게 되었다. 하지만 프랑스 파리 2대학 Paris Assas와 파리 3대학 Paris Sorbonne nouvelle은 외국인 학생에 한해 등록금을 인상하라는 정부의 조치를 별 반발 없이 수용하였다.
이리 주절거리는 까닭은 갑자기 CAF가 내게 자신들이 내 서류들을 재검토하니 내게 너무 많은 돈을 지급했다고 하여 20일 안에 817유로를 갚으라는 메일을 보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내 통장에는 47유로의 잔고가 있었고 다행히 이번 달에는 219유로 미만의 잔고가 있어서 외식을 최대한 삼가고 있는 중이다. 6월 이후로 경제적 상황이 바뀐 적도 없는데 무엇을 잘못 보았길래 내가 800유로 이상의 금액을 지불할 수 있다고 보는 건지 모르겠다. 이 돈은 지금 살고 있는 집 한 달 월세 이상이기도 하고 게다가 나는 월세 내는 시기만 다가오면 불안감에 숨쉬기도 힘들다.
프랑스는 특히 행정처리와 방향이 극악이다. 이러한 불편함은 현지인들에게도 외국인들에게도 공평하다. 한 번 잘못된 자신들의 실수는 절대 쉽게 고치지 않는다. 만약 그들의 계산이 잘못되었다면, 아마도 4개월 이상 걸릴 것이다. 내가 이리 그들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들이 적시한 기간 내에 정말 월세든 소득이든 변화한 게 없어서이다.
그들의 결정에 반대한다는 메일을 두 통이나 보내고 체류증 갱신 신청할 때 제출한 제3자에 의한 소득 증명 서류도 보내라는 말이 없었는데도 보냈다. 그저 모든 서류는 미리 보내고 그들의 결정만 기다릴 뿐이다. 이 일은 빨리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크리스마스 휴가와 신년 휴가로 인해 원래 느린 업무 속도는 더 지연될 것이 확실하다. 내 담당자가 부디 빨리 내 메일을 읽기를 바란다. 가장 마음 편한 것은 일단 내가 빚을 20일 내에 갚고서 나중에 환불해달라고 요청하는 일이지만 난 지금 당장 그럴 수가 없어서 마음이 불편할 뿐이다. 이제 불안감을 떨치고 내가 더 이상 더 할 수 있는 일은 없으니 조용히 과제를 위해 참고도서를 오늘 안에 다 읽고, 개요를 수정하면서 한쪽씩 과제에만 집중해야 한다.
다행히 미리 친구 앞에서 힘든 일을 토로하면서 나도 모르게 울었으니, 마음이 그리 흔들리지는 않고 있다. 프랑스인 친구는 모든 서류를 다 제대로 냈는데도 CAF에서 14유로만 받고 있다. CAF에 대해서는 내가 위로하고 왔는데 상황이 역전되었다.
다시 스스로 서류를 살펴보았다. 이들은 나를 엉뚱한 기숙사에 거주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내 주소를 마음대로 바꾸고 돈을 요구한다. 집주소에 기숙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의 실수 때문에 CAF에서 발행하는 우편물도 내가 제대로 받을 리가 없다. 그러한 주소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817유로의 빚이 생긴 이유는 적어도 알게 됐으니 마음이 편하다.
그들과 다르게 나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 체류증 주소도 다시 확인하라고 체류증도 보내었다. 도대체 구글 주소에도 존재하지 않는 주소는 어떻게 새로 발명하는 것일까? 담당 직원의 창의적 행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