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는 늦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후회, 용서, 분노, 젊음, 기회, 안부인사, 작별인사 같은 것이 그러했다.
외삼촌을 마지막으로 본 것은 내 기억상 초등학교 저학년 때였다.
우리 가족과 외삼촌네 가족이 같이 한강에도 가고 외삼촌네 집에 초대받아 놀기도 했었는데
머리가 너무 커버리고 나서는 인사조차 한번 가지 못했던 것 같다.
엄마가 힘들 때 번번이 큰 위로가 되어주셨던 분이었는데, 몇 년 전 사고로 크게 다치셨다.
삼촌은 시간을 거슬러 어린아이가 되어버리셨다.
큰 고비를 넘겨 그렇게라도 가족의 곁에 있어주신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엄마가 전화를 받고 엉엉 울면서 운전하며 집으로 돌아온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외삼촌의 큰 딸이 결혼을 하여 결혼식에서 거진 20년 만에 얼굴을 뵈었다.
등산을 자주 가셨을 정도로 건강하셨던 분이 휠체어에 몸을 맡기고 계셨고,
반갑다며 건넨 악수와 미소에 마음이 아렸지만 기쁜 날에 티를 내지 않았다.
조금 더 건강하셨을 때 안부인사를 전했으면 좋았을걸...
엄마와 맥주를 마시고 계실 때 받은 전화에서 다음에 술 한잔 하자고 하셨는데,
뭐 그리 바쁜 인생이었다고 안부 인사를 한번 못 드렸을까
아빠와 외삼촌이 담배에 관한 이야기를 하신 적이 있었다.
그때 외삼촌이 어린 나에게 물으셨다. "아빠가 담배 피우는 거 싫지?"
나는 아빠 무릎에 매달려 앉은 채로 "네"라고 대답했고,
외삼촌은 나에게 "어른이 되면 아빠가 왜 담배를 피우는지 알게 될 거야"라며 웃으셨다.
자주 인사드리지 못해서 죄송해요.
더 건강했을 때 웃으며 보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는데, 조금 늦었습니다.
이제야 아빠가 담배를 피우는 이유를 머리가 좀 큰 저는 알 것도 같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나눌 수는 없겠지만,
오랜 시간 힘들고 지친 제 엄마의 큰 위안과 지지자가 되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었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린아이가 되셨지만, 가족들과 저희 엄마 곁에 오래 있어주세요.
인생에서는 늦으면 안 되는 것들이 있다.
건강했을 때, 안부인사를 전할 수 있을 때, '고맙다 미안하다 사랑한다'는 말을 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것을 놓치지 말았으면 한다.
현실이 바빠 자칫 길다고 착각하는 짧은 인생에서 늦지 않게 마음을 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