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기

by 연시홍

어제 하원 길에 차를 타고 가는데, 윤이가 갑자기 말했다.


“나 엄마 하늘나라 가고 결혼하고 아기를 낳아야하잖아. 엄마랑 따로 살기 싫은데“

하늘나라가 옆 동네정도 되는 줄 아는 듯 했다. 아이의 말은 늘, 예상 밖에서 문을 연다.


“윤아, 엄마는 윤이 결혼하고 아기 낳고, 그 아기가 크는 거 다 보고 하늘나라 갈건데? 그래서 엄마 운동 열심히 하잖아!”


아직 죽음에 대한 감각이 없는 윤이는 종종 나에게 하늘나라에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묻는다. 하늘나라에 간 아빠의 아빠는 어디 계셔? 왜 저기 언덕(무덤)에는 올라가면 안 돼? 신데렐라는 엄마가 하늘나라 갔대? 엄마, 아빠가 하늘 나라에 가면 나는 누가 키워줘?


이별의 무게를 아는 어른인 나에게는 이런 해맑은 질문들에 말문이 막힌다. 지금은 없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 혹시 남겨진 사람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남의 죽음도, 그리고 나의 죽음도.


“엄마, 하늘나라 가서 나 꼭 기다리고 있어야해!”

“그럼, 엄마가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근데 내가 엄마가 있는 구름을 못찾으면 어떡하지?”

“그건 걱정하지 마. 엄마가 윤이 구름에서 꼭 기다리고 있을게.”


운전을 하다 말고, 눈가가 뜨거워졌다. 나는 내가 영원히 살아갈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언젠가 죽겠지, 생각하긴 하지만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이별의 순간은 갑자기 찾아온다. 윤이 덕분에 나는 하늘 나라에 가서도 머물 구름 하나를 갖게 됐다. 내 삶이 끝난 이후에도 끝까지 응원하고 보살피고 싶은 존재가 있다는 것, 그건 생각보다 따듯했다.


아이를 낳고난 뒤, 나는 혼자라면 생각해보지 않았을 먼 미래의 시간을 자주 상상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시간여행자가 되는 일인 것 같기도 하다. 윤이의 다섯 살을 바라보며 나의 다섯살 때로 달려가게 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내가 떠나고 난 뒤 먼 미래에, 윤이만 남겨질 그 시간까지도 생각이 가 닿는다. 구글맵에서 줌인, 줌아웃을 하는 것처럼, 시간의 축척을 조절해 내 인생을 우주의 눈으로 내려다 본다. 그러고 나면, 종종 현실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 때가 있다. 윤이 구름 위에서 내가 떠올릴 생각은 오늘 하루 나의 실패도, 잠깐의 삐걱거림도 아닐 것이다.


“내 하츄핑 카메라로 엄마 사진 많이 찍어놔야지! 엄마도 하늘나라 가서 나 보고싶으면 핸드폰으로 사진 많이 봐!“


하늘 나라에 아이폰을 가져갈 수는 없을 테니, 오늘도 나는 눈에, 마음에 윤이를 더 많이 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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