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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 권하는 냐옹이 Mar 15. 2023

만인의 소울푸드, 떡볶이

떡볶이에 대한 담론

삼 남매 중 막내인 나는 자연스럽게 가족들의 사랑을 받으면서 자랐지만, 입은 참 짧은 아이였다.


먹는 것에 대한 적은 관심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소식은 아니지만 음식 종류에 대한 호불호가 아주 낮은 수준이다 보니 점심에 먹은 걸 저녁에 다시 먹어도 별 상관이 없고, 어제 먹은 음식을 오늘 다시 먹어도 전혀 문제없는 삶을 살고 있다.


내가 가장 못하는 것 중 하나가 '뭐 먹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다. 그래서 점심 메뉴 정해주는 동료 직원이 참 고맙고, 그냥 식당 몇 개 정해놓고 뽑기로 나오는데 갈까 생각도 한다(물론 아직 실행해보진 않았다).




이런 나도 좋아하는 음식이 몇 개가 있다.

다른 사람들이 음식이라고 하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콩나물 무침, 도라지 무침, 빵, 떡, 그리고 내 정체성을 표현하는 하나의 키워드인 커피가 그것들이다.


음식의 필요충분조건으로 한 끼를 온전히 때울 수 있는 조건으로 음식을 말한다면(물론 나는 빵과 커피도 충분한 식사가 된다고 생각한다), 단연코 떡볶이를 말할 수 있다. 며칠 전에도 아내님과 떡볶이를 먹으며 떡볶이에 대한 서로의 철학과 관심을 논한 적이 있다.



사업가 집안이었던 아내님은 어릴 적 외식을 자주 했고, 외벌이에 아이가 셋이나 되는 우리집은 외식은 입학식과 졸업식에나 경험하는 대단히 대단한 이벤트였다. 밥은 집에서 먹는 것이라는 게 기본적인 사고방식이던 어린 시절엔 밖에 있는 식당을 보면서도 신기해했다. 저긴 도대체 누가 간다고 이렇게 식당이 많은 거지?


자연스럽게 삼 남매의 집 간식으로 가장 자주 등장한 게 떡볶이였고, 역시나 자연스럽게 떡볶이는 내게 소울푸드가 되지 않았나 싶다.


결혼 전 장모님이 물었다.

"유서방은 어떤 음식 좋아하나?(집에 오면 해줘야 하니까)"

"아... 저는 떡볶이를 좋아합니다.;"

"..."

이제 결혼 10년 차지만 나는 아직 떡볶이를 대접(?)받지 못했다. 물론 고기반찬은 많이 해주셨다.




오늘 직장동료들과 수다를 떨다 보니 떡볶이라는 주제가 나왔다. 떡볶이를 좋아하는 멤버만 모이다 보니 각자 좋아하는 떡볶이 브랜드, 과거 인기 많았던 추억의 브랜드, 국물떡볶이, 로제소스, 김밥과 먹으면 맛있는 브랜드, 튀김이 괜찮은 브랜드, 숨은 동네 맛집 등 떡볶이에 대한 온갖 담론이 이어졌다.


'쌀떡 VS 밀떡'에서는 소수 의견으로 면볶이, 가래떡으로 만든 떡볶이까지 다시 대화가 이어졌고, 결국 사무실 근처에 있는 분식집에 가서 곱창이 들어가는 즉석떡볶이를 먹으러 가는 일정을 잡자는 것으로 긴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추억을 이길 수 있는 맛은 없나 보다. 우리 부부는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떡볶이를 먹는다. 맛이 너무 좋아서 안 먹으면 일주일이 괴롭다기보다, 간단히 먹을 수 있고 과거를 기억할 수 있는 수단으로 이만한 게 있을까 싶다.


아~! 직장 동료들과 떡볶이 담론의 진짜 마지막 주제는 떡볶이 가격이었다. 요즘 물가가 안오르는 분야가 없지만, 이제는 떡볶이도 저렴한 금액으로 사먹을 수 있는 음식의 범주를 벗어났다는 것. 재료비와 인건비도 많이 올라갔고, 떡볶이에 들어가는 재료도 다양해졌지만 '서민적'이라는 타이들이 늘 함께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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