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느낀 편안함과 불편함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다. 싱가포르에서 2년간 일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비자 문제로 인하여 한국으로 돌아와 재택근무를 하게 되었다. 10월에 돌아와 11월 30일, 오늘까지 딱 2개월을 지내게 되면서, 싱가포르에서 잊고 있었던 한국의 삶을 다시 느끼게 해 주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 사는 것의 엄청난 장점을 일깨움과 동시에 현실적인 문제들을 부딪히며 다시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게 해주는 경험들도 있었다. 판데믹이라는 특이한 시기에 지냈던 2년이기는 하지만, 지금까지 느낀 것을 확실히 비교해보고자 한다.
3년 전 미국에 1년 거주하다가 한국에 왔을 때는 정말 먹고 싶은 게 없었다. 미국에서 모든 인종의 음식을 최상의 품질로 먹을 수 있었기 때문에, 원 없이 먹고 오다가 한국에 오니 별로 입맛이 돌지 않았다. 물론 그때 내 상태 또한 마음 편히 먹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으나, 먹고 싶어 생각나는 음식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가 2년간 싱가포르에서 돌아온 순간, 나는 군대 훈련소에 1개월간 갇혀있다가 벗어난 기분으로 맛있는 음식을 찾아 헤맬 수 있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의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먹는 나에게 조차, 싱가포르라는 나라는 너무 작고 다양하지 않았다. 싱가포르는 다양한 인종이라고는 하나, 그래 봤자 90퍼센트 이상이 중국계와 말레이, 인도계이다. 대부분의 음식점은 중국인의 입맛에 맞춰져 있고, 그렇기에 티와 같은 문화는 정말 좋았으나, 매번 같은 음식을 먹는 것에 질려있었다. 싱가포르는 한국만큼 자영업 숫자가 많지도 않고, 쉽게 음식 장사를 할 수 있는 만큼의 인프라가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한국만큼 저렴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찾기도 힘들다. 물론 내가 한국사람이라 한식에 최적화된 입맛이기는 하나, 한국만큼 빠르게 트렌트가 바뀌며, 조금만 뒤쳐져도 금방 밀리는 요식계에서 항상 맛있는 음식을 찾아내는 자영업자와 요리사분들 덕분에 2년 만에 왔으나, 정말 색다르고 맛있고, 저렴한 음식들을 즐길 수 있었다.
이것은 내가 싱가포르에서 외국인이라는 점 때문에 느낀 불편함인데, 아무래도 싱가포르에는 내 집이 없고, 렌트를 해야 하기 때문에, 집에 대한 편안함과 가전, 가구에 대한 구매욕구가 한국에 대해 현저히 떨어진다. 한국에 오자마자, 가구와 가전을 마구 주문했는데, 싱가포르는 언젠간 떠날지 모른다는 마음 때문에 집에 10만 원짜리 중고 냉장고를 살 때도 고심하며 샀던 기억이 난다. 또한, 싱가포르에 집에 손상이 생기면, 디파짓에서 깎일 생각이 먼저 들어 비싼 렌트비를 주며 지내도, 내 집이라는 편안함을 느끼기가 힘들었다.
싱가포르는 한국에 1인당 GDP가 2배가 넘는 나라이다. 물론 중위소득은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라, 빈부격차각 심한 나라이긴 하지만 개개인은 절대 구매력이 떨어지는 나라가 아니다. 하지만 나라 자체가 작고, 항상 여름이라는 특이한 기후와 적은 인구수는 싱가포르가 매력적인 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 한국에 돌아와서 놀란 것은 2년 만에 가전, 가구들에 정말 많은 옵션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싱가포르에서 청소기를 살려고 한다면, 다이슨과 대부분의 중국의 브랜드, 그리고 소수의 삼성과 LG의 청소기일 것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삼성과 LG 그리고 중소기업들의 다양한 브랜드들이 있었고, 거기에 해외 유명 브랜드도 전부 들어와 있으니 훨씬 선택권이 많았다. 심지어 같은 제품이라도 한국에서 구매하는 것이 싱가포르에서 구매하는 것보다 싸다. 아마 싱가포르에 들어가는 물류비가 한국보다 비싸기 때문 일 것 같다.
물론 이 부분에서는 전 세계의 최고의 제품을 한 매장에 볼 수 있는 미국과는 비교도 안되지만, 한국이라면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마켓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한국은 온라인 마켓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경쟁이 심해 가격이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쿠팡은 같은 판매자끼리도 10원 경쟁을 통해 가격을 낮추기 때문에, 점점 저렴해질 수밖에 없다. 물론 싱가포르도 동남아에서 유명한 Shopee, Lazada, Q10과 같은 온라인 커머스가 들어갔으나, 대부분이 중국 알리바바, 티오바오 등에서 오는 물건이고 선택권은 개인적으로 한국이 압도적으로 편리하고 저렴한 것 같다. (물론 이는 내가 많은 싱가포르인들이 쓰는 알리바바,티오바오와 같은 중국 이커머스를 사용 안 해서 일 수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개인적으로 제일 불편했던 점 중 하나이다. 싱가포르에는 카페가 매우 없는데, 대부분의 카페가 우리가 생각하는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와 같은 카페가 아니라, 밥이나 면을 간단히 먹을 수 있는 미국 스타들의 카페이다. 즉, Coffee shop이 아닌 것이다. 한국인이 생각하는 공부도 할 수 있으며 대화도 할 수 있는 카페는 구 단위로 열 손가락에 꼽힐 정도이다. 물론 관광과 비즈니스 지역인 Central에 가면 많이 찾을 수 있으나, 많은 로컬과 직장인이 거주하는 지역들에는 이러한 카페를 찾기가 매우 어렵다. 나는 종종 스타벅스를 가서 공부했는데, 싱가포르에 대부분 카페는 전기 콘센트가 없고 심지어 노트북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스타벅스도 있어 공부를 하려고 하면 지하철을 타고 나가야 하는 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국에는 많은 카페에 자연스럽게 노트북을 들고 가 충전을 하며 공부를 하고, 요즘은 스터디카페도 많이 생겨나 정말 많은 옵션이 있다. 하루하루 새로운 지역을 가보며 유명한 카페에서 공부를 해보는 것 또한 하나의 재미이다. 한국에 와서 근무 이후 노트북을 들고나가 공부하는 것이 하루의 일상이 되어버린 게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한국에 2년 만에 와서 바로 느낀 것은 정말 너무 경쟁적이다. 카페만 가더라도 10m 건너 카페가 하나 더 있고, 정말 비슷한 스타일의 스터디카페 조차 50m 건너 스터디카페가 하나 더 있다. 편의점은 말할 것도 없고, 지인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회사 내에서 말할 것도 없고, 구직을 할 때, 심지어 같은 가족 구성원조차 서로 힘이 돼주는 것보다 경쟁하는 느낌이 들 때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내가 한국에서 살 때 당연히 그렇지 하며 느끼지 못했던 것인데, 경쟁이 있다고는 하나 상대적으로 덜한 싱가포르에 살다가 한국에 왔을 때 느낀 그 압박감은 정말 한국은 너무 한국인한테 가혹하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한국 사람들은 내가 가보았던 미국, 싱가포르 사람들과 비교해서 훨씬 뛰어나고 우수한 점이 많은 사람들이라고 느낀다. 누구보다도 빨리 열심히 일하고, 회사랑 사회에 헌신하는 것에 아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이렇게 열심히 경쟁에 참여한 사람들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지 못하는 것 같아 너무 아쉽다.
내가 한국에 와서 누릴 수 있는 위 4가지 장점들은 이러한 경쟁 속에 살아남은 우수한 서비스와 품질들에서 받았던 것이라고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경쟁적인 사회에 덧붙여, 최근 한국에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르고 열심히 노력했음에도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들로부터 점점 더 비관적인 사회가 된 것 같다. 한국에 와서 K-분노를 지하철에서부터 느낄 수 있었는데, 대부분이 분노에 차서 서로 좋게 넘어가기보다 싸우고 화내는 사람들이 된 것 같아 매우 안타까웠다. 뉴스에서도 조그마한 사건에도 쉽게 흥분하고 싸움과 폭력으로 변하는 것을 보고 점점 사회가 힘들어지고 비관적으로 돼가는 구나라고 생각을 하게 되었다.
또한, 싱가포르에서는 대부분이 커리어에 대해 생각하고, 앞으로 어떠한 식으로 발전을 시킬까 하는 긍정적인 대화를 많이 했던 반면, 한국에서는 대부분 퇴사에 대한 욕구와 회사에 대한 불평이 대부분의 대화를 채웠다. 물론 나도 2018년 한국을 떠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별 다를 바 없이 회사에 대한 불평을 1년 내내 하며 지냈던 기억이 나서 더욱 공감이 되었다.
2개월의 시간 동안 한국에 있으며 벌써 한국에 사는 것의 장점과 단점, 그리고 싱가포르에 사는 이유를 확인시켜주는 시간이 되었다. 덕분에 앞으로 내가 어떠한 목표와 가치관을 가지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