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19이후 너무나 바뀌어버린 해외취업
2019년 7월, 나는 취직을 확정하지도 않은 채 무작정 싱가포르로 넘어왔다. 해외취업을 하겠다는 의지만으로 말이다. 비행기를 타고 3개월 Short term 비자를 받은 후 입국을 해도 전혀 문제가 없는 시기였다.
2020년 3월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다. 내가 일을 시작한 지 3개월 만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여기저기 창궐하기 시작해 결국에는 전 세계적으로 퍼졌다. 5개월 동안 새로운 오피스에 적응했다고 생각했을 무렵, 나의 회사는 모든 직원을 Work from home으로 전환시켰고, 2020년 4월에 싱가포르에 가장 강력한 통제 조치인 락다운이 퍼지면서 모든 국경과 비자 발급, 그리고 삶의 모든 것이 멈춰버렸다.
사스나 메르스처럼 끝나겠지 라고 생각한 지 벌써 1년 반, 2021년 8월 기준, 1차 백신을 75퍼센트 이상, 2차 백신을 60퍼센트 이상 접종한 싱가포르에서도 아직 약한 단계의 락다운이 진행 중이다. 그만큼 코로나바이러스는 빨리 끝나지 않을 것 같아 보인다.
싱가포르는 발 빠르게 문을 닫아버렸다. 유일한 육로 통로인 말레이시아의 국경은 2020년 문을 닫아버렸고 관광객도 받지 않고 있다. 특히나, 싱가포르의 원동력 중 하나인 외국인 노동자들 또한 비자를 주지 않거나, 입국을 받지 않고 있다. 그 덕분에 빠르게 질병을 통제하고 확산을 늦추는 것에는 성공했으나 2020년 GDP가 5.4% 하락했다고 한다.
이러한 2020년의 경제성장의 둔화와 높은 실업률은 싱가포르 정부가 외국인을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게 되었다. 특히 2020년 진행된 싱가포르 총선거에서 93석 중 10석을 야당에게 빼앗겼는데 이것은 1965년 말레이시아로부터 독립 후 1당 독재를 계속 유지해 온 여당인 PAP에게 충격적인 수치였다. 참고로 야당은 외국인 근로자 수를 제한해야 한다고 지지하는 입장이다. 이러한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하여 싱가포르는 2020년 여러 번에 걸쳐 외국인 비자의 기준을 급격히 올려버렸다.
내가 처음에 싱가포르에 입성할 당시 2019년 9월 외국인에게 가장 좋은 고용 비자인 EP(Employment Pass)의 기준이 월급 3600SGD (306만 원)에서 2020년 5월 3900SGD (332만 원)로 기준을 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2020년에 다시 한번 4500SGD (383만 원)으로 급격히 올렸다. 또한 금융업계에 종사하는 근무자는 기준이 5000SGD (425만 원)으로 인상했다.
이 비자가 중요한 것이 그 아래 단계인 SP(Social Pass)와 WP(Working Pemit)의 경우는 Levy라는 세금을 회사에서 정부에 매달 납부해야 하기 때문에, 외국인을 고용하려면 더 많은 비용이 들고, 따라서 회사들이 로컬인 싱가포르인들을 채용할 가능성이 높게 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DP(Dependant's Pass)라고 불리는 고연봉 EP, SP 배우자에게 주는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Working Visa를 발급받지 않고도 일을 할 수 있었는데, 2021년 이것 또한 막아버려, DP를 가지고 있는 외국인들도 반드시 EP, SP, WP를 발급해야만 일을 할 수 있다. 당연히 회사에는 더 많은 세금 부담이며, 근로자에게는 회사에서 세금 비용을 부담만큼 급여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
이를 통해서 싱가포르는 코로나바이러스 이후 5퍼센트에 가까운 싱가포르인의 실업률을 2021년 중순 완전 고용에 가까운 4퍼센트 이하로 내릴 수가 있었다.
하지만, 그만큼 외국인에게는 자리가 줄어든 것이다. 실제로 통계에서도 많은 외국인들이 2020년 이후에 줄어든 것을 볼 수 있으며, 특히 저임금 노동자(메이드, 건설노동자) 등이 많이 빠져나갔으며, 그 외 SP, EP에 종사하는 전문직 노동자들도 꽤나 많이 나갔다. 실제로도 주위에 한국인들을 보면 들어온 사람은 거의 보기가 힘들고 대부분 오랫동안 싱가포르에 갇힌 생활과 비자 등의 문제로 떠난 사람이 많다.
자... 여기까지 보면 정말 싱가포르 취업은 정말 꿈도 희망도 없어 보인다.
하지만, 포기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싱가포르에도 좋은 소식들이 있는데, 하나는 백신 접종 비율이다.
위에 말했다시피, 싱가포르의 접종 비율은 2021년 7월 31일 기준 1차 60% 2차 75%이다. 작은 나라에 비해 부유한 싱가포르는 소수의 시노백 백신을 자원하여 맞은 인구(1~2%)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인구가 모더나, 화이자를 접종하였다. 이는 모더나, 화이자 위주로 접종한 이스라엘을 포함해도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접종률이다. 물론 현재 델타 변이에 돌파 감염 이슈로 락다운을 진행하였고 지역감염이 아직 퍼지고 있으나, 빠르게 백신 접종을 했다는 것은 앞으로 국경을 열 수도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인 것이다. 실제로 싱가포르 정부는 높은 접종률로 인해 단기 여행도 9월에 허용할 수 있다는 발표를 했으니, 앞으로 기대가 된다.
두 번째로는 작년 이후 고용을 축소했던 기업들이 올해 들어 다시 고용할 의사를 보인 것이다. 현재 2021년 두 번의 락다운으로 인해 기업들의 고용 의사가 21년 첫 번째 분기만큼 높지는 않지만, 그래도 앞으로 좋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다.
2년 간의 짧은 싱가포르 경험이지만, 그동안 빠르게 변화했던 외국인 정책을 바라보면, 국경이 열리고 외국인들이 다시 많이 들어온다고 하더라도 2년 전만큼의 기회를 쉽게 잡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싱가포르의 구직 상황에 맞게 잘 준비한다면, 싱가포르 해외 취업을 원하는 구독자들 또한 언젠가는 원하는 것을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