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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T Sep 04. 2021

싱가포르 로컬 생활 - 영어와 중국어

그리고 그 중간에 있는 싱글리시

초등학교부터 10년 이상의 영어 의무교육과정을 거친 한국인들은 외국인을 만나면 무서워한다. 혹시 나의 영어가 틀리거나 못 알아들으면 어떻게 하지? 나 또한 겪었던 일이고 극복하고 있는 일이다. 공식적으로 영어권 국가인 싱가포르에 오게 된다면 걱정이 많이 될 것이다.

하지만 걱정하지 마시라! 싱가포르에 오면 당신이 영어를 얼마나 공부했던 그들이 말하는 영어를 못 알아들을 가능성이 크다.

https://youtu.be/LHNdL7wXaqE

싱가포르 배경 할리우드 영화인 크레이지,리치,아시안의 진짜 싱가포르 버전이다.

참고로, 싱가포르를 경험해보지 못한 구독자들에게 나의 경험을 살짝 공유하자면, 나는 2013년부터 2015년 미군 카투사 생활을 하였고, 많이 부족하였지만, 2년 간의 경험으로 어느 정도 귀는 트였고, 또한 스스로 영어 공부를 하여 듣기 만큼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2016년 홍콩으로 교환학생을 가서 홍콩인, 스웨덴인, 덴마크인, 캐나다인, 일본인, 중국인 모든 나라 사람들의 영어를 들었고 이탈리어처럼 rrrrrr발음이 강하거나 인도처럼 힝글리시가 강한 나라의 사람들과 얘기를 나눠도 대화의 문맥이나 목적은 파악이 가능했다. 그러다가 싱가포르에 최고 대학 중 하나인 NTU에서 교환학생을 온 중국계 싱가포르인과 대화를 하고 나는 뇌 정지가 오고 말았다. 도저히 중국어와 영어 중간쯤에 들리는 발음과 억양 그리고 속도는 내가 중국인인 줄 알고 중국어로 대화를 걸려는 건가?(홍콩에서 돌아다니면 꽤나 많은 사람이 중국어로 대화를 건다)라는 생각이 들 때쯤 중간중간에 들리는 영어 단어 같은 느낌에 아 아마도 영어로 말하는구나라고 알 수 있었다.


싱가포르의 역사

언어에 대해 말하기 앞서 싱가포르에 대해 조금 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말레이시아 반도 최남단에 위치해있는 싱가포르는 원래 말레이시아 영토였다. 그전에 영국이 차지하기도, 네덜란드가 차지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말레이시아의 영토였다가, 말레이시아에서 말레이와 중국계 화교들의 인종 갈등이 붉어져 싱가포르의 국부인 리콴유를 포함해 많은 중국계 화교들이 작은 어촌마을인 싱가포르로 강제 독립을 당하게 되었다. 현재는 그러한 역사를 딛고 어느 정도 화합이 되어 중국계(76%), 말레이시아계(15%), 인도계(7.5%)가 다 같이 살고 있다. 중국계는 주로 만다린(북방어)와 중국 남부인 민난어(호키엔)를 많이 쓰고, 말레이어, 인도의 남쪽 언어인 타밀어를 각자 쓰고 있었다. 그러다 언어의 통일성과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공식 언어로 영어를 채택하며 만다린, 말레이어, 타밀어, 영어 4개의 언어가 공식 언어로 쓰이는 나라가 되었다. (지하철을 타도 4개의 언어가 모두 방송 또는 표시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싱가포르의 언어를 알아보기 전에 TMI로 한 가지 더 말하고 싶은 게 있다. 구독자님들은 세계에서 가장 쉬운 언어 중 하나가 인도네시아어 인 것을 아시는가? 인도네시아는 지도에서 보면 알 수 있듯이 수많은 섬들로 구성되어 있다.

17,000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인도네시아는 각 지역마다 종교, 언어, 문화가 완전히 다르다. googlemap

그리고 수많은 부족들이 700개가 넘는 로컬 언어로 살고 있다. 이들을 통합하기 위해 인도네시아는 인도네시아어를 만들었는데, 문법을 굉장히 단순화하고 그에 맞는 단어만 외워서 배열하면 원하는 목적을 전달할 수 있게 간단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즉, 서로가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효율적인 면으로 발전한 것이다.

https://youtu.be/-bCSHRBEwwQ?t=344

인도네시아 언어의 배경을 알고 싶다면 5분44초 참고

싱가포르의 영어- 싱글리시

서로의 언어가 많이 다를수록,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만든 언어는 더욱 쉬워야 하고, 직관적이어야 한다. 그렇게 완전 다른 인종과 언어가 모인 싱가포르의 경우를 보면 완성된 영어를 채택하여 쓰고 있다고는 하나, 2 언어를 배우는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완벽 모국어를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게 간단하고  모국어를 조금씩 섞어 지금까지 싱가포르에 대세를 이루고 있는 영어인 싱글리쉬를 만들었다. 예를 들어, 싱글리시에서 문장 뒤에 많이 쓰이는 Lah, leh, lor 보통 중국어로 말할  많이 쓰이고, 중국어로 keyi 영어 can 영어로 조동사로 다른 동사와 함께 쓰여야 하지만 싱가포르에서는 단독적으로 많이 쓰인다. 또한 can lah, can leh, can lor 모두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 싱가포르에서 오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차이점을 알기가 쉽지 않다. 또한 매우 가끔 보이는 형태인데, 가끔 give me something something for me라고도 쓰인다.

ex) pencil for me (연필 줘)

이런 식으로 로컬화뿐만 아니라 영어 문법 자체가 변형되는 브로큰 잉글리시를 많이 쓰게 되어, 영어 기본기가 튼튼하지 않은 외국인이 오게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영어 실력을 많이 까먹을 수가 있다.


사실 영어라고 하더라도 각 나라마다 다르게 발전해오고 쓰였기 때문에 누가 옳은 영어를 쓴다고는 하기 힘들다. 영어를 처음 쓰기 시작했던 영국이 옳은 것인지 (사실 영국도 지방마다 사투리가 있기 때문에 하나로 말하기 어렵다. 특히 영국의 바로 옆 나라인 아일랜드의 경우 억양이 매우 심해 알아듣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또는 21세기 하드파워, 소프트파워의 정점인 미국이 기준인지 딱 정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영어를 의사소통의 목적으로 배우고 있다면, 싱글리시는 싱가포르 밖에서 쓰기에는 큰 단점이 될 수가 있다.  많은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들도 싱글리시를 알아듣기 어려워 하기 때문이다.

https://youtu.be/uiYUkl6tsAo

영국의 a bottle of water 발음을 놀리는 영상, 영국, 미국, 호주는 서로 완전히 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백퍼센트 그런 것도 아니다.

또한, 싱가포르 사람들이 영어를 공용어로 쓴 것은 60년대부터이다. 역사가 짧은 만큼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고 어감의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만큼의 영어 실력을 가진 사람이 매우 드물다. 따라서 모국의 언어를 이용해 소프트파워를 만드는 것에 매우 약하다. 미국의 경우, 아메리카 대륙에 산지 오래 된 흑인들은 영어를 이용해 본인들의 slang을 만들어 랩과 영화 등에 많이 노출했고 많은 사람들이 틀린 영어임에도 불구하고 slang을 따라 하게 까지 발전시켰다. 한국, 일본, 프랑스, 중국, 홍콩 본인들의 언어로 강력한 문화를 만들어 전 세계에 영향력을 주었다. 싱가포르가 작아서 소프트파워가 약하다기엔 싱가포르의 라이벌인 홍콩이 1990년대 홍콩 영화로 아시아에 큰 영향력을 준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물론 그 배경엔 많은 이유가 있었겠지만, 나는 언어 또한 큰 문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부족한 영어로 대화를 하다 보니 전반적인 매너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아마 외국에 나가거나 외국인을 만나본 구독자들은 느꼈을 것이다. 영어로 친절하게 대답을 해주고 싶지만 부족한 영어 때문에 ok나 no로 빨리 상황을 무마시키거나 본인의 뜻과는 다른 의미가 전달되는 느낌을 받은 적 말이다.

특히 서비스업에서 굉장히 많이 느낄 수 있는데, 서비스에 따라 팁을 받는 미국에 서비스는 물론 따라올 수 없겠지만, 그래도 10퍼센트의 Service charge라는 것을 강제 청구하면서 어떻게 이러한 서비스를 주는 레스토랑이 있지라는 생각이 들게 될 때가 많다.

혹시나 한국에서 지내며 체감하기 어려운 구독자가 있다면 한글로 예시를 들어보겠다.

A -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와서 그런데 여기 추천 음식이 뭔가요?

B - 저희는 등심돈까스가 가장 많이 나가고요, 치즈돈까스도 손님들이 많이 찾으세요

A - 아 그러면 치즈돈까스로 주세요

B - 음료수는 뭘로 하시겠어요?

A - 물 주세요

만약 싱가포르였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다.

A - 안녕하세요, 제가 처음 와서 그런데 여기 추천 음식이 뭔가요?

B - (손가락을 가리키며) 이거랑 저게 괜찮습니다.

A - 아 그러면 치즈돈까스로 주세요

B - 음료수는?

A - 물 주세요

모든 서비스 업종에서 이러한 것은 아니다. 하이디라오 같은 정말 굉장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음식점도 있고, 사람마다 표정은 무뚝뚝해 보이나 말해보면 친절해 보이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길게 말하는 것보다 짧게 짧게 용건만 딱 말하는 것이 전반적인 문화처럼 잡혀있다. 가끔 페이스북이나 뉴스 댓글에 외국인들이 이러한 싱가포르 서비스에 불만을 가지는 것을 볼 수 있어, 많은 나라에서 온 사람들이 이상하게 느끼는 것이 보편적인 것 같다.


싱가포르의 중국어

80%가 중국계라 하여 중국어를 배우고자 한다면 그것 또한 문제가 된다. 만다린(북경어)에는 4개의 성조가 있다. 같은 발음이라 하여도 성조를 맞게 써야 원하는 의미가 전달된다. 그러나, 싱가포르인들은 이 성조를 잘 지키지 않는다. 또한 많은 단어들도 중국 또는 대만과 다르게 발음을 한다. 따라서 가끔 본토 중국인과 대만인이 싱가포르에 와서 중국어로 대화하다가 이상함을 느낀다. 마치 미국인, 영국인이 싱가포르에서 영어로 대화하다가 이상함을 느끼는 것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따라서 싱가포르는 영어와 중국어, 또는 영어와 말레이, 타밀어 2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비율이 굉장히 많은 나라이지만, 어느 하나의 언어도 완벽하지 않다는 것이 크게 단점이 되는 나라이다. 물론 사람의 차이가 커서 특히 외국에 유학을 했던 싱가포르인들은 싱글리쉬와 영어를 자유자재로 전환하고, 부모 중 중국인, 대만인이 있는 경우 완벽한 중국어를 구사하는 아이들도 있다.


싱가포르에서 외국인으로 사는 것의 장점

한국인 입장에서는 초반에 싱글리시를 알아듣는 문제만 돌파하면, 미국, 영국 또는 호주와 같은 영어권 국가와 차원이 다른 편안함을 느낀다. 아마 영어를 공부하는 사람들은 한 번씩 느껴봤을 것이다. 상대가 교과서와 같은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는 미국인, 영국인보다 조금 어눌하고 천천히 말하는 한국인 또는 제3외국어를 쓰는 외국인들과 영어로 대화를 할 때 훨씬 편안하고 자신감 있게 영어가 나온다는 것 말이다. 특히 외국에 나와서 미국인들 사이에 껴있다 보면, 그들의 언어에 주눅이 들어 말수가 적어지는 경험도 많이 해봤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완벽한 현지인들보다는 조금은 완벽하지 않은 외국인이 대화하기 훨씬 편했다.

두 번째로는 싱가포르인들은 서로 다르다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어 영어권 국가보다 훨씬 나의 부족한 영어를 참을성 있게 들어준다. 특히, 속된 말로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말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물론 영어 향상을 위하는 입장이라면, 조금은 발전 없는 영어를 사용할 가능성이 크지만, 영어를 말하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크게 향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같은 인종에게 말하는 것이 다른 인종에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편안함을 준다. 해외에 나가서 다른 인종과 어울리고 화합하는 법을 배워야 하는 것에는 매우 공감하고, 그러한 경험을 한 번쯤은 반드시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결국에는 같은 인종, 같은 문화, 같은 언어를 쓰는 사람들과 더욱 친밀감을 느끼게 되고 편안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미국에도 흑인은 흑인들과 백인은 백인들과 한국계 미국인은 한국계 미국인들과 주로 어울린다. 나도 싱가포르에 오며 미국에서 백인들, 흑인들과 말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문화를 공유하는 중국계 싱가포르인에게 말하는 것에 훨씬 편안함을 느낀다.


이 글을 보고 영어가 부족해 싱가포르에 오는 것을 고민하는 한국인이 있다면, 조금은 자신감을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 물론 학생 또는 직업을 위해 온다면 살아가기 위한 어느 정도의 영어실력은 필수고 내가 가진 영어 실력만큼 얻어갈 수 있는 곳이 싱가포르이므로 오기 전까지 꾸준히 영어 공부하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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