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에게 묻는 그 질문, 임용고시와 직장생활
월요일이 공휴일이 되어 3일간의 휴일을 맛볼 수 있는 주의 금요일 밤, 나는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은 나의 학창 시절 나를 가르치셨던 선생님도, 현재 직장어린이집에서 동료 교사로 일하는 선생님도, 대학 동기였지만 현재 유치원과 어린이집 등 다양한 현장에서 근무 중인 선생님도 아닌. 내가 2년간 임용고시 시험 준비를 하며 관계를 맺었던 스터디원 선생님이셨다. 선생님과 나는 단지 노량진 학원에서 스터디 조원으로 맺어진 사이였고 사실 간단하게 공부시간 공유만 하면서 인연을 이어갈 수도 있었던 관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선생님과 2년간 거의 매일 공부시간을 공유하고, 서로 정서적 지지를 주고받으며 동료애를 키워나갔었다.
하필 점수까지 똑같게 1차 불합격을 2년간 똑같이 해버린 선생님과의 관계는 참 신기하고도 복잡 미묘할 수밖에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선생님은 사립유치원에서 6-7년간 담임교사 생활을 하셨던 베테랑 교사셨고 당시 나는 대학교를 재학 중이던- 그리고 갓 졸업한 무경력 수험생이었으니까. 까딱하다가는 지도교사와 실습생의 관계로나 만날 법한 연차이지만 선생님과 나는 임용고시 동지라는 일념 하에 존중을 주고받으며 함께 괴로움을 나누었었다. 그래서인지 그날은 작년 시험을 끝으로 일단 선생님은 다시, 나는 처음으로 현장에 가게 된 이후로 선생님을 만나는 첫날이었다. 이상하게도 만나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감사한 분.
근처에 재직하시게 된 것을 이유로 저녁에 만나 치킨을 안주삼아 생맥주를 마시며 근황을 주고받았다. 그리고 초임으로서의 나의 어려움에 대해 조언을 받고, 동시에 선생님께서는 임용에 대한 이야기를 하셨다. 미련이 남지 않느냐고 말이다. 그래서 갑자기 생각하게 되었다. 아무 생각이 없다면 그건 거짓말이겠지. 그러나 난 당시에 내 생의 '최선'을 다하지는 못했을지언정 그래도 인생에서 가장 열심히 살았었다고 생각하기에 아쉬움은 남으나 미련은 남지 않은 상태였다. 임용 공부를 병행하시며 올해 시험을 다시 준비하신다는 선생님의 말씀에 문득 내 안에 잠들어 있던 바람이 다시 눈을 뜨기 시작했다. 꿈틀대며 일어난 피부 각질 같은 욕망을 당장 아니다, 지금은 아니다.라고 애써 눌러보며 잠재우려 해 보았지만, 다시 한번 내가 이렇게 지내는 것이 맞는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는 판단에 이르렀다.
사실, 너무 힘든 생존기를 보내고 있기에 임용의 임 자도 떠올리지 못한 부분도 있었다. 적응도 어려운 일, 매뉴얼 익히기 뿐 아니라 연령에 대한 이해도 없는 초임이 다시 학문적으로, 시험을 위한 누리과정 공부를 하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자니 착잡한 마음이 든 것도 사실이다. 어쨌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오랜만에 회포도 풀고, 아이스크림도 먹고 귀가를 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밤하늘을 보며 든 생각이 있다. 그간 바빠서 생각해 보지 못했지만 묻어두었던 내 미련 덩어리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그리도 바라 왔던 임용 합격의 길을 뒤로하고 당장의 오늘을 살아가기 바쁜 나에게 여러 가지 어려움은 계속 다가온다. 언젠가 다시 올인을 하게 될 날이 올진 모르지만- 저출생 문제도 있고 새 정권이 지향하는 바에 따른 문제 등 복합적으로 공립유치원 교사 티오에 대한 상황이 좋지는 않다 보니 이런저런 것들을 다 고려해서 시기를 잡아야 할 것 같다. 내가 진짜 원하던 길과 가능성 있는 길 사이에서 고민하는 오늘이, 누군가가 보기에는 부질없는 고민이겠으나 나름대로 나에게는 재미있는 취미 시간으로 느껴졌다. 결론은 - 당장은 다시 올인으로 돌아갈 생각은 없지만 은은하게 시험은 응시해보면 좋지 않을까. 란 생각은 한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시험을 위한 암기만을 위해 누리과정 고시문과 해설서를 모두 토시 하나 빼지 않고 외우고, 7대 안전이라 불리는 영역의 내용들도 똑같이 엑셀 파일로 타이핑까지 쳐 가며 외우려 했던 2년간의 노력은 6개월 만에 다시 보니 모두 잊혀 있었다. 씁쓸하면서도 당연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언제든 다시 도전하면 외울 수 있는 것들이 고시문이니만큼. 나는 조금 더 오늘을 버티며 내일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에 대해서 고뇌해보아야 할 것 같다.
나는 다시 임용 공부를 하고 싶은 걸까? 아니면 현장에서 경력을 쌓고 싶은 걸까.
2022.06.05. AM.0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