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론 편>
유아교육과 및 아동보육과에 입학한 새내기가 첫 대학생으로서의 삶을 즐길 설렘에, 다양한 친구들과 모여서 즐겁고 신나는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아무래도 대학에 가면 '아이들을 좋아한다'는 공통분모를 가진 마음 잘 맞는 동기들이 많을 확률이 높고, 대부분 여학생들만 모여있어 여고 느낌이 물씬 나기도 하기 때문에 타과에 비해 어떨지는 모르겠으나 대체로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많이 형성되는 학교도 많다.
인간관계, 대학생활에서의 대인관계에 대한 부분도 물론 중요하며, 그 내용 역시 다룰 계획이다. 그러나 이번 부제도 빼놓을 수 없을 만큼 중요하므로 이번에는 공부와 성적에 대해 조금 남겨보려 한다.
나는 대학교 재학 당시 a+, 모든 과목 a+를 목표로 공부했었다. 장학금을 반드시 받아야만 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장학금을 받는 것 또한 내 목적 안에 들어있기도 했다. 순수한 학문에 대한 호기심과 깨끗한 성적증명서를 만들고 싶다는 욕심을 모두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전공과목에서 남들보다 더 성적이 낮은 것은 좀 짜증 날 것 같다는,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 마인드도 갖고 있었다. 이에 나는 4.36의 나쁘지 않은 평균 학점을 만들 수 있었으며 전체 평균 학과 차석으로 대학을 졸업할 수 있었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성적의 이득도 보았다.
결과적으로, 성적은 취업 시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 유아교육과에 진학하며 혹자는 '유아교육과는 대학교 안 봐', '4년제든 전문대든 상관없어', '성적이나 학점도 안 봐'라고 말하는 경우도 들어봤다. 처음엔 진짠 줄 알았고 아쉬우면서도 좋았던 기억이 난다. 나 역시 어떤 부분에서는 유리하기도 하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유아교육으로 정평난 곳에 진학한 것이 아니었으므로 그저 블라인드 채용처럼 와, 좋다- 나쁘지 않네. 정도로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학교 이름과 성적은, 취업 시장에서 분명히 도움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 사립유치원은 굉장히 작은 규모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으며 일부 원장님들은 오히려 호봉이 낮아 경제적으로 부담이 덜 되는 어린 졸업생을 더 선호하여 채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학교와 학점을 안 보는 곳이 있다면 분명히 보는 곳도 있다. 그렇다면, 자본주의 시장에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내가 성적이 좋다면 성적증명서를 요구하는 기관 A와 요구하지 않는 기관 B 모두에 지원할 수 있다. 그러나 내 성적이 낮은 편이라면, 기관 A에는 지원하지 못하고 B에만 지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취업하고자 하는 기관의 대다수가 B 같이 성적을 보지 않는 기관들이라 하더라도, 성적이 좋은데 내가 선택해서 지원하지 '않는'것과, 지원하지 '못하는'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다. 좋은 기관을 골라 갈 수 있는 선택권이 그만큼 줄어드는 셈인데, 아쉽지 않을까?
<여우와 신 포도> 이야기는 나무에 매달린 포도를 먹고 싶었던 여우가 팔이 닿지 않자 '저건 어차피 안 익어서 맛이 없는 신 포도야. 안 따먹는 게 나아'라고 생각하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일반적인 방어기제 중 하나이며 자기 합리화라고도 하는데, 이것을 지금 시점에 적용한다면 성적이 낮은 사람이 기관 A에 지원서를 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어차피 성적증명서 본다고 꼭 좋은 기관도 아니더라', '여기 말고도 성적 안 보는 좋은 기관들도 많은데 굳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될 것이다. 인간은 자신의 편의에 맞게 합리화를 하며 살아간다는데, 어찌 되었건 좋은 기관에 취업하기 위해서는 성적관리를 하는 것이 나의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는 것에는 한 점 틀림이 없다.
더불어 경험 상 성적을 보는 기관들의 일반적인 특성을 추려보면, 대학교 위탁으로 운영하는 어린이집 및 유치원이기 때문에 연구를 필요로 하여 급여를 국가 호봉에 준하여 지급하거나, 또는 학력 호봉을 인정해주는 직영 및 재단 직장어린이집인 경우가 많다. 꼭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좋은 곳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최저시급 + 국가 지원 처우개선비만 받는 기관보다는 국가 호봉을 주는 기관이나 시간 외 수당을 챙겨주는 곳, 그 외 다양한 복지가 제공되는 기관이 훨씬 나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대체로 졸업예정자 및 취업예정자에게 플러스알파가 되는 부수적인 서류를 요구하는 기관의 경우 그만큼 내게 돌아오는 혜택이 많을 수도 있다.
그리고 본질적으로 대학의 네임을 바꾸기는 어려우나 성적만은 내 노력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성적은 당장 첫 취업 시에도 중요하지만 기관에 따라 경력교사가 되어서도 성실성을 판단하는 자료로써 이직 시 요구받기도 하는 서류이기도 하며, 대학원을 진학할 때, 유아교육 관련 기업으로 이직할 때 등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나의 인생에 있어 기본적으로 준비해 두면 '나쁠 것 없는'자료이다. 어쩌면 이 직종에 있더라도 나를 업그레이드시키기 위해서는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수도 있는 종이인 것이다.
그러니 당장은, 아주 조금의 희박한 확률이라도 복지 좋은 기관에 취업하기 위해서 아쉽지 않을 만큼 나의 성적을 높이고 관리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