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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1. 2022

'놀이중심 교육'의 명암

국가 수준 교육과정의 이면

  놀이중심 교육과정 (2019 개정 누리과정)에 대해 심층적으로 탐구하고, 공부하며 심지어 해설서까지 달달 외운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긍정적인 의미에서 놀이중심 교육과정을 굉장히 신뢰하는 편이다. 놀이라는 경험을 통해 아이들이 자유롭고 창의적인 방식으로 배울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단 한 번도, 실질적인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이면을 보진 못했던 것 같다. 이는 내가 이론적으로만. 또 국가가 지향하는 이상적인 방향을 바탕으로만 가치관을 형성했기 때문도 있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 놀이중심을 도입한 경우 좋은 점보다는 비교적 좋지 않은 점을 보게 된다고들 한다.


  나는 영아반에서 근무하기에 놀이중심으로 보육과정이 이뤄지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느낀다. 하지만 한국 사회는 점점 학습식의 지도만을 바라는 경향이 있다. 오죽하면 저출생 시대에 맞춰 유치원 폐원율도 늘고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영어학원 유치부(부모들은 '영유'라고 부르나 '학원'이 맞다.)에 취원하는 아이들도 늘어가고 있을까. 시대의 흐름과는 달리 어쩌면 지나치게 이상만을 좇았던 결과가 새 누리과정이기에 발생한 단점도 분명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지만. 핵심 쟁점은 유아반의 놀이중심 교육과정의 공정성인 것 같다. 담임교사로 근무 중인 내게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느낌이 드는 일화가 있었다.


   국공립유치원이나 저소득층의 영유아가 많이 다니는 기관에 근무한 교사의 경우, 비교적 소득 수준이 높고 다양한 사전 경험을  영유아에 비해 교육 효과가 떨어진다고 낀다는 것이다. 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놀이에 필요한 조건 4가지는 1) 적절한 공간 구성과 2) 시간적인 융통성, 3) 놀잇감, 그리고 4) 사전 경험이다. 유아들이 교실  제한된 공간뿐 아니라 복도, 현관 , 계단  기존에 놀이공간으로 보지 않았던 공간까지도 확장하여 놀이할  있도록 도와줄 . 그리고 유아들이 원하는 놀이를 위해 교실 공간 구성을 자유롭게 변경해   있을  놀이의 효과가 나타난다. 또한 유아의 놀이 몰입도가 높아 놀이 확장을 위해 일과시간을 조정하여 놀이시간을 늘려주는 등의 시간적인 융통성을 발휘하는  또한 놀이에서 중요한 요소이다. 폐쇄성, 구조성, 창의성, 심미감 등을 고려한 다양한 놀잇감 활용 역시 빼놓을  없다. 그러나  3가지는 교사가 도와줄  있는 부분이지만 '사전 경험'이라는 것은 교사 혼자 100퍼센트 채워주기 어려울 수 있다.


   사전 경험을 교사가 다양하게 제공해  수는 있지만, 가정에서 연계하는 경우와 비할 바가  된다. 가정에서 여행을 가보고, 다양한 체험을 해본 아이는 똑똑한  아니라 사전 경험을 풍부하게 쌓은 아이가 된다. 그러므로 교사가 놀이를 확장해   응용하활용할 수 있는 아이로 자란다. 이것이 놀이중심 교육과정에서 추구하는 이상적인 놀이 확장을 통한 배움의 예이다. 하지만 사전 경험이 부족한 아이들은 기본적으로 해당 개념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진다. 경험한 바가 없기 때문에 '놀이'라는  속에서 창의성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례로, 교통수단을 주제로 놀이가 이루어지는 학급에서 <비행기를 타고 여행을 가본  있는 아이>  승무원 역할과 승객 역할, 조종사의 역할로 역할을 나누고, 가방에 놀잇감 짐을 싸서 탑승하는 놀이를   있다. 이미 그런 방식으로 여행을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교사가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오면 캐리어는 무게를 재서 수하물로 붙여야 하던데,   추가해보면 어떨까?", "비행기 타고 내릴  입국심사를 하는데,  역할도 만들어 보면 재미있겠다.", "비행기 탑승권도 만들었니? 미술영역에서   만들면 진짜 같겠구나."라는 발문을 통해 아이들의 놀이를 보다 실제적으로 확장시켜   있다.  아이들은 어렴풋하지만 실제 공항에 가서 부모를 따라 줄을 서며 수하물을 부치고, 탑승권을 발급받아 기내 입장 시 보여준 경험이 있으며 출입국심사과정을 통해 '신기한 ' 통과해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행기를 애초에 타본 적도 없는 아이라면? 교사가 위와 같은 말을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며, 동영상  사진자료를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제공해 주더라도 실제 경험한 것과 다르기 때문에 단순 탑승 놀이만 반복될  있다는 것이다.  안타까운 부분 중에 하나였다. 생각해 보니 그럴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편견일  있지만 분명히 사전 경험의 양이 많은 아이와 적은 아이 간의 교육효과가 달라질  있다는 생각에도 도달했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교육과정은 누구를 위한 교육과정이 되는 걸까. 교육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아니라 더욱 심화시키고 있는 것은 닐까.


  우리는 공정하고 바르며 조금  나은 사회를 위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교사의 역할과 의무 안에는 다양한 이유로  높은 교육을 제공받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몫도 들어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관점에서    교육과정이 위와 같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면, 내가 지금껏 생각했던 '학습식 공부', '단순 반복형 교육' 반대해서가 아니라, 보다 공정하고 보편적인 교육을 위하여 국가수준 교육과정(놀이중심 교육과정)은 또다시 수정되어야  필요가 있지 않을까? 개정  2015 누리과정이 다소 교사 중심의 교육이 주가 되었다 하여 개정되었으나. 어떠한 면에서는 교사의 주제중심 교육 아래에서만은 적어도 같은 조건에서 배울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실제적인 교육환경의 문제를 확인하고 싶다는 열망도 조금씩 생긴다. 과연 내가 현재 재직 중인 기관의 유아반 아이들은 놀이중심 교육으로 인해 이득을 보고 있을까, 아니면 손해를 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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