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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3. 2022

교사들간의 유대감과 거리감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외려 문제가 되는 직장 내 관계

  팀티칭을 운영하는 메인 교사의 입장에서   나는 어떤 신입 동료 교사일까. 눈치 보는 삶이 그리 좋지 않다는   알지만 그럼에도 착한 아이 콤플렉스처럼 칭찬받고 싶고 인정받고 싶고,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은 목마름만은 여전히 가득하다. '신입치고', '초임치고'라는 말이 객관적으로 좋지 않은 말임은 알지만, 또한 강한 자극제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한 점에서, 생존기를 보내는 내게 있어 가장 중요한 대상은 학부모도, 아이도 아닌 동료 교사이다.


  교사가 아이가 1번이어야지, 학부모가 우선이어야지  무슨 무책임한 말이냐-라고 말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나는 동료 교사, 정확히는  교실을 같이 이끌어가면서도 배울 대상인 짝꿍 교사 선생님들과의 관계가 1번이라고 생각한다. 사람이 좋아서 세상을 기쁘게 살아가는 내게 효능감을 갖게 하고,  일하며 느끼는 희로애락을 함께 느낄 '업무 공동체'이기 때문이다. 동시에, 기실 나의  교사생활에 있어 같은반 동료 선생님들은 - 그분들이 들으신다면 부담스러워하시겠지만- 아이들  아니라 내게도 스승이시기도 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1년의 시간 동안 교사로서 내가 해야  일을 배우고, 관찰하고, 실수하고, 수정하고, 반복하며 온전히  사람분의 역할을  해낼  있기 위해서는 우리반 선생님들을 통해 배워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래서 가장 가까운 동료 교사이자  보이고 싶은 대상이   같다.  교사생활에서 짝꿍 선생님이 있을 경우  경력교사의 스타일을 많이 체화하고 배우게 된다는 말이 기억난다. 그만큼 지금  시기가 교사로서의 능력을 많이 배우고 빨아들이는 스펀지 같은 시기인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더욱 다가가기가 어려운 점도 있다. 왜인지 대답하고 이야기하는데 주눅이 들어 눈을 마주치질 못하겠고,  끝을 흐리는 나의 모습을 직시하면 이렇게나 바보 같을 수가 없다.   부러지게   하고, 한다는 말은 군기 바짝  "!"소리뿐일까.  번에  알아듣지도 못하고, 여유롭게 받아치지도 못하는  태도가 선생님들께도 부담으로 다가오진 않을까 염려스럽다. 친근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는 것도 지금  레벨에는 벅찬 목표일 수도 있다. 이를테면 게임을 시작할  프롤로그에서  <무기 잡고 몬스터 앞까지 다가가기> 메인 퀘스트인 초심자가- '몬스터 앞에서 어떤 스킬을 써야 hp 아끼면서 효율적으로 게임할  있을지' 고민하는 꼴이다. 그래, 사실은 욕심인  맞다. 하고 싶은 , 이루고 싶은 것들이 너무 많은데  무수한 바람들   하나도 이루지 못한 것이 못내 불안한가 보다.


 그래도 똑 부러지는 사람이고 싶어, 인정받고 싶어 같은 반 선생님들이 칭찬해줬으면 좋겠다. 유치하지만 "선생님 정말 잘하고 계세요.", "첫 해인데 너무 훌륭한걸요.", "죄송은요. 고생 많았어요"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면 정말 좋겠다는 생각들을 자기 전에 하곤 한다. 때론 그 말을 듣지 못한 하루를 돌이켜 보며 실수한 것들을 반추해보는 동안 눈물을 삼키기도 하고.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들은 나에게 위와 같은 말을 할 이유나 필요가 없다. 나는 첫해, 생존기 교사라고 해도 결국 그분들과 같은 '교사'이고, 보조교사도 아닌 같은 '담임교사'이다. 교사로서 이런 일, 저런 일을 하는 것은 칭찬받아야 하는 일이 아니고.. 사실은 당연히 수행해 내야 마땅한 것이다. 동시에 그분들은 내게 잘했다 잘못했다 잘잘못을 가려줄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그런 생각에 도달해서야 겨우, 마음속 부담이란 짐을 한 보따리씩 내려놓기 시작해본다.


  이전 글에서 나는 스스로를 미어캣이라고 칭했었다. 여유를 가지고 상황을 파악할 여력이 되지 않아 온 몸에 힘을 주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피는- 불안한 눈빛의 미어캣. 딱 그 말처럼, 전신에 힘이 바짝 들어가 있는 동료인 내가- 어쩌면 그분들께 부담스러운 신입, 또는 열정은 넘치나 제일 기본이 되는 것들을 못하는 신입.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했을 때에는 덜컥 겁이 났다. 그래서 욕심을 좀 덜어보자고 생각했다. 내 부족한 점을 메우기 위해 잡다한 업무를 대신 도와드려야지- 라는 생각으로 행했던 것들을 버리고, 내가 해야 할 당연하고 중요한 일부터 잊지 말도록 유의하기. 그게 선생님들께 가장 덜 죄송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느끼게 되었다.


  사담도 마음껏 나누고, 나와도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논의하고, 때로는 직장의 다사다난한 일에 대해서 불평도 하며 함께 유대감을 느끼는 관계가 되고 싶다. 나도 업무가 조금 더 익숙해진다면 아마도. 그렇게 나아갈 수 있겠지? 선생님들께 죄송한 마음, 1인분을 다 해내고 싶은 열망, 자꾸만 반복되는 실수에 드는 자괴감, 조금 더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이 한 데 뭉쳐 몽글몽글 또 다른 걱정거리를 만들어 내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이번 주도 고생 많았다. 힘들었으니 고생한 만큼 내가 스스로 칭찬해줘야지. 또 처음 경험했던 한 주를 무사히 넘기고 새로운 한 주를 위한 주말을 보내게 되며 하루하루 성장해가는 나를 그 누구보다 나 자신이 칭찬한다. 내 나름대로 훌륭했고, 정말 노력했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커나가는 모습이 진심으로 멋졌다. 몇 년 뒤의 나는 너무도 익숙하고 당연하게 업무를 수행하며 동료관계를 형성할 수 있을 거야. 생각하며 마무리해본다.



2020.04.16. AM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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