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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3. 2022

영아반과 유아반

나 자신이 나의 오늘을 부정하기 때문에 지쳐가는 것일까

 만 1세 반 생활로 교직생활의 첫 시작을 하게 되며, 많이 괴로웠고 힘들었다. 얼결에 취직한 직장이니 일단 다니긴 해야겠고, 마음은 불편한데 다 털어놓을 곳이 없었다. 누군가에게는 투정으로 들릴 것이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그냥 남의 일일 것이므로 단언컨대 완벽히 내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이는 없었다. 그게 가장 친한 가족이라 할지라도. 푸른 꿈만 꾸었던 지난날과는 달리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맞이한 것은 말로 설명 못할 힘듦이었고, 이 종류의 고통은 지금껏 느껴본 다른 어려움과는 그 질이 다르게 느껴졌다.


  그래서 내년에는 유아반을 가봐야지, 유아반을 희망한다고 학기말 면담 때 피력해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요새는 또 고민이 든다. 이제 조금 적응을 했다는 신호일까. 내가 재직 중인 직장은 내년도 학급 지망을 면담 때 말씀드리고, 이를 반영하여 배정을 해주신다고 한다. 물론 1 지망과 2 지망 둘 다 안 되는 경우도 있고, 신입은 결정권 없이 첫 해 연령을 그대로 이어가도록 배정하기도 한다는데. 그래도 반영을 해주실 수도 있을 것 같아 나는 매일매일 생각이 바뀐다. 현재 연령을 1순위로 말씀드릴까? 2순위 지망으로 주실 수도 있는데 전략적으로 쓸까? 유아반을 쓰면 유아반에서 내가 적응할 수 있을까? 슬쩍 곁눈질로 보니 유아반은 더 힘들어 보이는데 멘털적으로 상처받진 않을까? 그런 '나다운'고민도 좀 들고, 한편으로는 이제 겨우 1년 차지만 이왕 들어왔으니 0세 빼고 모든 연령 경험해보는 건 어떨까? 연임으로 내년은 2세 후년은 3세, 이런 식으로 올라가면서 경험하고 싶다.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내게 어울리는 연령, 내가 맞는 연령이 있다고들 한다. 유아반에 계신 선생님들은 개원 이래로 계속 유아반에만 계시는 분도 계시고, 반대로 영아반에 계신 선생님들도 고연차 선생님들은 영아반에서만 근무하신 분들도 계시고. 원장님의 결정에 따라 연령 트레이드가 이루어지긴 한다지만, 대체로는 그런 흐름이라는 걸 알게 된 후로는 '뭐가 맞는지 알기 위해선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봐야겠다'라고 생각하게 된 것 같다.


  그래서 매일 생각이 바뀐다. 내년의 나는 어떤 연령에서 괴로워하고 있을까? 그리고 어떤 연령을 경험하며 지식을 공고히 하거나 성장하고 있을까. 성장하는 내일의 내가 기대되기 때문에 미래 상상은 언제나 즐겁다. 따뜻하고 친절한 영아반 교사도, 창의적이고 통솔력 있는 유아반 교사도 모두 경험해보며 내 길을 찾아나가고 싶다. 나에게 어울리는 길을 찾아서, 좋은 교사는 어려울지언정 노력하는 교사, 나아가는 교사는 꼭 되고 싶다.



2022.04.16. PM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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