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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3. 2022

빛과 소금

힘든 날이 있다면, 제법 견딜만한 날도 있음을 배웠던 한 주

  이번 한 주를 돌아보며 다시 적어보는 기록. 이번 주는 고민과 걱정들로 괴로웠던 한 주였다기보다 조금은 무난하고 또 우울함 적게 넘어갔던 한 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수업 주도 아니었을뿐더러 내가 해야 할 일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적당히 힘들었고, 또 적당히 실수했으며 적당히 웃을만했던 주였다는 판단이 든다. 여러 가지 고뇌들로 밤 잠 못 이루거나 남몰래 눈물 삼키는 날이 있으면, 또 어떤 날은 제법 할 만한 일이다- 제법 살만한 인생이다 생각하고 일할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임교사 1년은 실수 허용기라고들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것을 정말 힘들어하는  자신으로서 매일매일의 작고 사소한 실수들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이번 주만 해도 오후에 기저귀 매직캔 비우기를  해서 짝꿍 선생님이 대신해주신 날도 있었고, 청소  콘센트 마개를 다시  꽂아두어서 동료 선생님이 활동 중에 꽂아주시는  보기도 했다. 채워 놓아야 했던 물품을   채워서 눈치 보인 적도 있고 자장가 음원을 괜히 크게 키웠다  키워도 된다는 피드백도 들었고. 분명 이마에 땀이 줄줄 나도록 정신없이 움직이고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자꾸 딜레이 되는 일과 진행이 의아했고,  원인이 나에게 있는  같다는 생각이  날도 있다. 실수 허용기라 한들  스스로 이렇게 기억에 잔뜩 남아있는 실수들은     모여 눈덩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사실 나열해 보면 실수라고   없이 그냥 듣고  시정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입사 5개월 차가  되어간다고  이상은 실수하면  된다는 완벽주의가 자꾸  머리를 속도 없이 두드리나 보다. 어쨌든- 이러한 실수만 뒤로 한다면 제법 살만했던  주였다. 그리고  중심에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되었던 것은 역시 동료 선생님들과의 대화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결 숨을 돌릴  있는 오후 시간에 교사실에서 스몰 토크를 나누는  시간이 내게는 살아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사랑을 주는 직업인데도 사랑을 이리도 고파해서 어쩌나 싶지만 맛있는 간식 하나에,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 대화 소재에, 우리  아이 관련 이야기에 소소하게 웃음꽃이 피어났던  시간들이 내게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다.


  직장 동료 간의 관계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나누고 마음을 주면 안 된다고들 한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이고, 그것이 당연한 수순이니까. 그러나 아직 사회 초년생으로서 제 발 딛고 서지조차 못하는 내게는 그분들의 존재 및 관계가 내 하루를 좌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특별히 영향을 더 잘 받는다는 점도 물론 한몫하겠지만 말이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또 과했던 점은 줄여가며 가능한 아무런 문제 없이 일과를 마음 놓고 '지겨워'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이 되어서 내가 또 이 글을 보면 웃겨 정말.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4개월 차 직장인의 생각은 그러하다. 각자도생이 명답이지만 그렇게 살기 어려운 게 아직 나이기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는 업무와, 내가 버틸 수 있는 시련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불어오기를 원한다. 내 맘 같지 않으니 인생인 거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아남는 것 자체가 과업인 이 시기가 모쪼록 무사히, 이번 주만 같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모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본 빛 한 줄기와도 같았던 이번 주를 달갑지만 아쉽게 떠나보내며 곧 돌아올 정신없을 새로운 한 주를 마음 단단히 준비하는 와중에 써 본 글.



2022.04.24. AM 0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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