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든 날이 있다면, 제법 견딜만한 날도 있음을 배웠던 한 주
이번 한 주를 돌아보며 다시 적어보는 기록. 이번 주는 고민과 걱정들로 괴로웠던 한 주였다기보다 조금은 무난하고 또 우울함 적게 넘어갔던 한 주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우선 수업 주도 아니었을뿐더러 내가 해야 할 일이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적당히 힘들었고, 또 적당히 실수했으며 적당히 웃을만했던 주였다는 판단이 든다. 여러 가지 고뇌들로 밤 잠 못 이루거나 남몰래 눈물 삼키는 날이 있으면, 또 어떤 날은 제법 할 만한 일이다- 제법 살만한 인생이다 생각하고 일할 수도 있는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초임교사 1년은 실수 허용기라고들 한다. 누군가에게 피해 주는 것을 정말 힘들어하는 나 자신으로서 매일매일의 작고 사소한 실수들이 용납되는 것은 아니다, 아직도. 이번 주만 해도 오후에 기저귀 매직캔 비우기를 안 해서 짝꿍 선생님이 대신해주신 날도 있었고, 청소 후 콘센트 마개를 다시 안 꽂아두어서 동료 선생님이 활동 중에 꽂아주시는 걸 보기도 했다. 채워 놓아야 했던 물품을 다 못 채워서 눈치 보인 적도 있고 자장가 음원을 괜히 크게 키웠다 안 키워도 된다는 피드백도 들었고. 분명 이마에 땀이 줄줄 나도록 정신없이 움직이고 열심히 돌아다니는데, 자꾸 딜레이 되는 일과 진행이 의아했고, 그 원인이 나에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 날도 있다. 실수 허용기라 한들 나 스스로 이렇게 기억에 잔뜩 남아있는 실수들은 한 톨 한 톨 모여 눈덩이가 되는 거라고 생각하니까.
사실 나열해 보면 실수라고 할 것 없이 그냥 듣고 잘 시정하기만 하면 되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런데도 입사 5개월 차가 다 되어간다고 더 이상은 실수하면 안 된다는 완벽주의가 자꾸 내 머리를 속도 없이 두드리나 보다. 어쨌든- 이러한 실수만 뒤로 한다면 제법 살만했던 한 주였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빛과 소금 같은 존재가 되었던 것은 역시 동료 선생님들과의 대화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한결 숨을 돌릴 수 있는 오후 시간에 교사실에서 스몰 토크를 나누는 그 시간이 내게는 살아있는 시간이라고 느껴진다. 사랑을 주는 직업인데도 사랑을 이리도 고파해서 어쩌나 싶지만 맛있는 간식 하나에, 요즘 유행하는 아이템 대화 소재에, 우리 반 아이 관련 이야기에 소소하게 웃음꽃이 피어났던 그 시간들이 내게는 정말 의미 있는 시간이다.
직장 동료 간의 관계에서는 너무 많은 것을 나누고 마음을 주면 안 된다고들 한다. 시간이 흐르면 결국 제 살 길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기 마련이고, 그것이 당연한 수순이니까. 그러나 아직 사회 초년생으로서 제 발 딛고 서지조차 못하는 내게는 그분들의 존재 및 관계가 내 하루를 좌우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내가 특별히 영향을 더 잘 받는다는 점도 물론 한몫하겠지만 말이다.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또 과했던 점은 줄여가며 가능한 아무런 문제 없이 일과를 마음 놓고 '지겨워'만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중이 되어서 내가 또 이 글을 보면 웃겨 정말. 하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4개월 차 직장인의 생각은 그러하다. 각자도생이 명답이지만 그렇게 살기 어려운 게 아직 나이기 때문에.
내가 버틸 수 있는 업무와, 내가 버틸 수 있는 시련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고통만 불어오기를 원한다. 내 맘 같지 않으니 인생인 거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살아남는 것 자체가 과업인 이 시기가 모쪼록 무사히, 이번 주만 같이 지나가기를 바란다. 모처럼 캄캄한 어둠 속에서 본 빛 한 줄기와도 같았던 이번 주를 달갑지만 아쉽게 떠나보내며 곧 돌아올 정신없을 새로운 한 주를 마음 단단히 준비하는 와중에 써 본 글.
2022.04.24. AM 0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