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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4. 2022

파도처럼 밀려온 첫 사건과 눈물

잘 해냈노라 안심하기도 전에 맛보아야 했던 쓰라린 상처

 지난 1주, 나는 생애 처음으로 학부모 상담을 하게 되었고 2차례의 참관, 1차례의 실제 대면상담, 2차례의 전화상담을 진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보면 별 일 아닌 사소한 문제가, 주관적으로는 너무나 큰 일 여러 가지가 겹쳐와서 꽤나 괴로웠던 일주일이 되었다. 준비는 정말 밤을 새 가며 열심히 했다. 그리고 면담이 끝날 때는 그렇게 후련할 수가 없었다. 문제가 발생하기 직전까지는 정말 뿌듯하다고, 나름대로 내 연차에 잘 해냈다는 생각까지 들어왔다. 그러나 어떠한 일들이 겹쳐오며 동료 선생님께 지적도 듣고, 늘 잔잔히 존재했던 나의 실수도 더욱 부각되었다. 학부모님으로부터 들은 교사 언행에 관련된 컴플레인과 서류 제출 관련하여 부모님이 불편함을 표현하신 일, 그리고 상담 관련 일이었다.


  사실 내게 원인이 있지 않은 문제였으나 내가 문제인 것처럼 보일만한 것도 있었다. 그 과정에서 오해도 받았었다. 또한 그 문제와 관련된 상황에 내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내 문제'처럼 여겨지는 상황 속에서 나를 지켜주며 해결해줄 이는 따로 없었다. 결국 내가 이 학급의 담임이고 함께 운영해 나가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꽤나 오랜만에 서러움에, 두려움에, 긴장감에 눈물도 흘렸던 것 같다. 그때의 눈물은 그랬다. 어쨌든 가장 후련해야 할 날의 문을 가장 답답하게 닫아버린 느낌이었다. 집에 돌아와서도 울고, 상황이 일단락되며 메이트 선생님 앞에서 긴장이 풀려 펑펑 울어버리기도 하고.



불안감에 떨며 집 가는 길에 사간 맥주 한 캔. 당시에는 그래도 약간의 위로가 되었었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마무리가 되었다.  오해 없이  넘어갔던 이번  주와(거의 동료 선생님이 해결해 주신 문제이긴 하지만) 함께 위로가 되었던 것은 스승의  메시지이다. 처음으로 맞는 스승의  편지에 담긴 감사의 말들은 오롯이  하나만을 위한 말은 아니었겠거니 싶지만-  편으로는 '그래도 내게도 포함되는 메시지였겠지'라는 생각에 여러 감정이 솟구친다. 감동의 의미, 감사의 의미, 그리고  부족함에 대한 죄송함의 의미가 담긴 눈물이기도 했지만. 처음으로 받는 교직생활에서의 메시지에 그저 내가 그리도 듣고 싶었던 감사하다는  한마디에 속절없이 무너져  방울 눈물을 훔치기도 하고,  어떤 편지에서는 얼굴을 잔뜩 일그러뜨리기까지 했다. 가장 힘겨웠던 일과 가장 벅차올랐던 일이 혼재됐던  주였다.


 행복 총량의 법칙이라고, 교사생활 1년 차에 경력 선생님들도 우실 만큼 난감했던 일을 함께 겪으니 그저 땅굴을 파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만큼 얻은 행복도 있다. 동기 선생님들과 따로 술도 마시고 오프 더 레코드 시간을 가진 것이다. 근무 중에 얼굴에 힘겨움이 깨나 묻어난 탓인지, 동료 선생님이 퇴근 후 술 한잔을 제안하셔서 함께 자리하게 되었다. 힘들었던 일을 공유하는 자체로 위로받고, 함께 직장 관련된 이야기를 나누며 공통분모 안에서 환기도 하고 진심으로 치유된 시간이 된 것 같다. 원체 사람을 좋아하는 나이기에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가장 치명적이고, 또 그런 일들은 사람으로 치유되므로 그날의 대화 자리는 내게 꼭 맞는 처방법이었다고 생각이 든다.


 새로운 한 주가 밝을 것이다. 돌아오는 주는 바쁜 수업 주고, 지난주 일들을 반복하지 않도록 정신을 차려야 하는 주이다. 세심한 거 하나하나, 실수하지 않도록 특별히 신경 쓰고 긴장 놓지 않는 한 주가 되어보자는 다짐으로 잠들기 직전 남겨보는 글. 지난 괴로웠던 한 주를 발판 삼아 절대 잊지 않기 위해 남기는 글이자, 이렇게 극복해 나갔음을 기록해 보는 생존기 교사의 오늘의 일기.



2022.05.16.AM.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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