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립유치원으로의 이직 마음을 먹기까지의 고민들
날도 더워지고, 수업 준비 및 실행도 해야 하고, 그 와중에 여러 행사를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작지만 새롭게 업데이트되는 스트레스들로 인해 교직 일기를 쓸 에너지가 남지 않았다. 기실 매일의 교사 일기를 기록하려는 마음보다는 마음에 울림이 있거나 깨달음- 또는 특정한 생각이 들 때 적어야겠노라고 생각하고 브런치를 찾아온 점도 있기에, 이렇게 생각보다 일기를 올리기에 긴 텀이 있었지만 그만큼 글 하나하나에 의미가 더 깊게 담길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주말에 대학 지도교수님을 만났다. 내가 입사 이후 느끼는 본질적인 고민들과 현 상태에 대한 불안감, 그리고 도전과 아쉬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교직생활의 내 첫 사고였던 CCTV 열람 사건을 겪고, 조금은 정신을 차리고 버티나 싶었던 찰나 다시 CCTV를 열람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두 번째로 발생한 이번 일은 그 전 사건에 비하면 정말 내 탓도 아니었던 하나의 일화였고, 결과적으로 내 잘못이 아닌 사건으로 종료되었다. 그러나 지난번과 유사한 물림 상처로 유추되는 상처를 발견하고 CCTV를 열람하는 그 시간 동안. 교실에서 대기하는 나의 심정은 그야말로 정신줄을 놓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만큼 '나 그만할까?'라는 생각이 든 때는 없었다. 1번도 아니고 2번째가 될 뻔한 상황이었으니까. 혹시 내가 '또' 못 본 문제가 있었나? 또 시야가 좁았나 하는 생각에 아이들을 만지기가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고, 특히 이번 주 만들 교구와 자료가 우연찮게 너무 많아 야근을 2주째 하던 중이었기에 더 타격이 컸던 것 같다.
여전히, 내가 어느 순간 가장 교사라고 느끼느냐 묻는다면 수업 준비를 하는 순간이라고 대답할 것 같았다. 또 이번 일로 내가 열심히 수업을 준비하고, 몸 갈아 의미 있고 재미있는 수업을 하고자 노력하더라도 사고가 나면 죄 의미 없는 일이 되는구나 싶어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들었다. 현실 실현 가능성이 없음을 알면서도 주말마다 직장보육센터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돈 많이 준다는 직영 어린이집 채용공고를 서칭 하고, 각종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익명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를 뒤적이는 중인 나에게 '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끔 한 사건이었다. 출퇴근 시간 보장, (연령별로 다르긴 하지만) 그래도 커피 정도 사 마실 수 있도록 존중받는 휴게시간, 그리고 자잘한 수당들을 받고 근무하는 첫 직장의 좋은 점들을 다 버려두고 여기를 떠나야 하는가? 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었다.
주변 지인들의 말을 들어보면, 사립유치원에 다니는 교사들은 내가 받는 급여보다 10에서 3-40만 원까지 덜 받으면서도 더 이른 시간에 출근해 늦은 시간에 퇴근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마음으로 얼마나 이곳에서 더 일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끊이질 않았다. 우선 든 마음으로는 영아반이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지만. 조금 더 나이 많은 유아라고 달라질까? 난 내가 그래도 외유내강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멘털이 약한 사람에 불과했나. 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일을 즐거워서 하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다 당연히 싫은데도 그냥 하는 거라고들 한다. 주변 동료들이 좋기만 하다면 돈이 좀 적어도 괜찮다고 하는 사람도 많은 판국에 객관적으로 나쁘지 않은 직장을 그만두고 나가는 게 맞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내가 좀 바보 같기도 했다. 그렇지만 워낙 박봉에 처우나 인식도 좋지 못한 영유아 교사 업계에서 단 하나 좋은 점은, 웃을 일이 있고 아이들로 인해 치유받는 느낌을 받는다는 것. 이는 공공연히 알려진 교사들이 이 직종에 남아있을 수 있는 힐링 포인트이다. 그러나 난 아직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지도교수님을 만나 자문을 구했을 때 이리도 유아에 대한 미련이 남고 생각이 많다면. 빨리 어릴 때 이직해서 유치원을 경험해 보고, 정히 안 맞을 때 다시 직장어린이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추천해 주셨다. 어차피 중도퇴사를 고민한 것은 아니므로 조만간 현재 직장을 뛰쳐나가는 일은 없겠지만, 돈도 적게 줄지도 모르고 워라밸도 없이 밤 시간과 주말 사생활이 침해당할 수도 있는 폐쇄적인 사립유치원의 환경 속으로 스스로 발을 내디뎌야 할지를 고민해야 하는 나를 떠올리며 입안이 참 까끌해졌다.
그리고 저녁에 술 한잔을 걸치며 내 해결사 친구에게 물었을 땐, 실현 가능한 방법을 조언받았다. 조언해준 모든 것을 실행할 수는 없다. 실수투성이인 신입 짝꿍을 다 건사해 주시는 반 대표 선생님께 나 이거 안 맞는 것 같다고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예의 없고 도리가 아닌 것 같아서다. 그래도 두 번째 방법은 기회가 닿으면 입을 떼 보는 것으로 하기로 했다. 원장님께 영아가 안 맞는 것 같다고 조심스레 내 마음을 전하기. 과연 이런 정신상태로 내가 유아반을 가더라도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지만. 그럼에도 내년에 정말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져 영아반을 맡게 된다면, 이제는 고민하지 않고 이직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열정만 과다한 초임기의 교사'가 나임을 나도 알고 있다. 주변에서도 오히려 조금 컴 다운하고 내려놓으라고, 힘을 좀 빼고 다니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궁금하다. 아마 허술하기 짝이 없을 신입교사임에도 내가 맡은 일을 완벽하게 해내고 싶은 욕심이 작용을 했을 테고, 한편으로는 이 것 외에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순간이 적기 때문은 아닐까 하는 마음도 들었다. 최애가 딱히 없는 우리 반 아이들, 주말에 생각나거나 하다못해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설정해놓고 싶은 아이조차 없는 것, 가끔가다 귀여운 행동을 하거나 내게 달려와 안기는 아이들을 보며 잠시 귀엽네- 느끼기는 하지만 이 정도가 일반적으로 영유아 교사들이 느끼는 행복도의 절반은 될까에 대한 고민들. 오히려 더 내가 사랑 표현을 해주면 정이 들까 싶어 '사랑해', '귀여워'라고 말해주는 노력에도 5개월째 만나는 첫 제자들을 향한 나의 지금 마음이 정말 '100% 참 정일까'에 대한 고민은 든다.
어쨌든-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고, 그리 결정한 하루였다. 올해만 하고, 일단 그만둬야지. 그만두면 돼.라고 생각하며 내 스트레스를 조금 내려두는 걸로 생각하기. 그럼 남은 하반기를 버틸 수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진짜 내가 내년에 그만두고 이직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동기들이나 주변 남들보다 어쩌면 몇 개월 빠르기도 한 내 직장생활. 롱 패딩을 입고 출근했던 1월에서 땀을 줄줄 흘리는 더운 여름의 초입을 맞이하기 시작한 시점에도 고민이 지속된다면. 이제는 내 행복과 건강을 위해서라도 우선은 이렇게 가볍게 마음먹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민 많고, 생각 많은 내게 정말로 지독히도 힘들고 어려운 일들이 계속 생겨나는 요즘이다.
2022.07.04.AM 1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