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라는 테두리 안에 '우리'도 떠올려 주는 사회를 바라며
헤드 주가 끝났다. 이 일을 시작하고 나서부터 금요일 오후가 되면 그렇게나 후련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 수가 없을 정도로 단 주말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리고 첫 헤드 주(수업 진행 및 일과 운영 주)를 마친 후 내가 느낀 감정을 남겨본다.
보육실습 6주, 교육실습 4주 총 10주간의 실습기간을 거쳤으며 총 2번의 올데이(전일 수업)를 거쳤다. 진짜 교사처럼 아이들을 이끌고, 수업 준비 및 진행을 하고, 평가를 하는 날이었으며 실습생 기간 중 가장 마지막에 딱 하루씩 경험했던 최종 보스 같은 절차였다. 그리고 이제 '진짜 교사'가 된 지금 이번 헤드 주를 겪고 나니, 전일 수업 올데이를 일주일 내내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다. 심지어 학부모 등 하원 지도도 내가 해야 할 역할임에도 다른 메이트 선생님께서 해주셔서 도움받은 부분도 많다. 그래도 후련하게 토요일을 맞이한 지금, 교사- 그것도 보육교사란 결코 쉬운 직업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유아교육과를 졸업하여 밥그릇 싸움을 하는 유아교육-보육계 소식을 모르는 바가 아니기에, 으레 교수님들이 자부심을 가지셨듯 나 역시도 은연중에 어린이집은 돌봄/보육이 주가 되니 유치원보다 덜 힘들겠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다른 유형 기관은 어떨지 몰라 비교가 어렵겠다만 결코 내가 입사한 곳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숨 쉴 틈 없이 아이들의 안전을 살피고, 아이들 수가 8-10명일 때 교사가 2-3명이나() 있음에도 정신이 하나도 없다. 특히 바깥놀이를 나갔다 들어오는 등 전이 시간은 정신없음이 하늘을 치솟는다. 내가 뭘 하고 있고 뭘 해야 하는지 멀티 사고가 불가능할 지경에 이른다. 안전을 기본 바탕에 두고 위생/청결을 위해 손을 씻기고 물을 마시도록 도우며 놀이 몰입에서 빠져나온 아이들을 위해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며 우는 아이를 안아 달래는 등 해야 할 일들은 결코 여유롭지도, 쉽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헤드 주를 마치며 보육교사가 정말 '어려운'일이라는 것을 느낀다. 일반적인 인식이나 학부모가 말하는 '선생님 정말 고생 많으시네요', '어려운 일, 힘든 일 하시네요' 등의 뉘앙스와는 약간 다르다. 나는 이번 한 주를 제대로 느끼며 정말 전문성이 필요한 직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동시에 수업준비도 사전 계획과 진행과정에서의 흥미를 파악하여 추가하고 변경하고 교체해주는 등의 교육적인 부분도 등한시되면 안 되는 것도 느꼈다. 정말로 학교에서 배운 그대로. 수업 전주에 교구나 자료를 제작하고 영역별로 추가해주며, 요일별로 새 교구를 넣어주고 제시해 주었다. 흥미가 떨어질 주 후반 쯔음엔 계획에 없던 새로운 무언가를 추가 제공해 주기도 하였다. 어리다고, 영아라고 단순할 것만 같았는데 그렇지 않았다. 누구보다 아이들의 생활을 가치롭게 여기고, 배우고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주는 것이 교사라는 것을 느낀다.
하지만 나의 이런 노력이 인정받을까 하여 가끔 매스컴이나 카페 등을 찾아보면 내가 다니는 유형의 기관의 좋은 점을 느끼지 못하는 부모들이 많은 것 같다. 일반인들도 아직 보육교사라 하면 '애들하고 놀면서 일해서 좋겠다', '눈치 볼 상사도 없으니 편하겠다'라는 말을 하는 경우도 많다. 타인의 직업에 대한 이해는 물론 존중 또한 없는 그야말로 저질스러운 말이다. 세상에 좋기만 한 직업, 편하기만 한 직업이 어디 있을까. 학부모는 이 기관의 좋은 점을 '밥 잘 나오고 오래 보육할 수 있는 점'뿐이라고 여기는 경우도 있다. 이보다 더 교육적으로 헌신하고 살피는 곳이 어디 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걸 보면, 아직까지 보육교사와 어린이집에 대한 인식은 정말 낮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돌봄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로 인해 교사의 노동력 역시 평가절하되고, 그 처우는 나아지기가 힘들다.
나는 정말 정신없는 한 주를 보내며 뿌듯했으며 보람을 느꼈고 직업정신을 고취시켰는데, 아직 사회의 인식은 나와 같지 않구나. 사람들은 굳이 이 직업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싶어 하는 마음이 없구나.라는 마음이 들어 씁쓸한 하루였던 것 같다. 부모가 말하는 고생 많다, 힘든 일 한다-라는 말은 말 그대로 수고스러운 일(고생스럽고 힘든 일)을 한다라는 의미를 가지거나, '나(부모)의 일과 양육 병행을 위해 내 애를 돌봐주는 고마운 사람' 정도의 생각에서 나오는 감사이지만 듣는 입장에서는 '고생하는 것 맞지만 전문성을 더 인정해주고 감사해 주셨으면 좋겠는데'라는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내 직업의 전문성을 나만 인정하면 되지 않느냐, 다른 직업도 마찬가지다'라고 할지라도.
교사의 사회적 인식이 조금 더 나아지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애 볼래, 밭맬래?라는 말에 '애 볼래'라고 말하는 사람이 없듯, 어린 나이의 아이들이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가르치는 교사들의 삶이 조금 더 인정받는 날이 온다면 더없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다. 적어도 '교사'라는 타이틀로 인해 부과되는 의무만을 강요당하지 않는 직업이 되기를 원한다. 어떤 면에서는 가장 애틋하고 사랑을 바탕으로 가르쳐야 하는 학교 급 유형의 교사이면서도 그 절반의 절반도 인정받지 못하는 전국의 모든 영유아교사들에게 존경스럽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나는 이번 주, 정말 숨도 못 돌릴 정도로 힘들었으나 또 그만큼 보람차고 행복했었다. 내 직업의 전문성을 체감한 주였기 때문이다. 보육교사, 유치원 교사의 하루는 결코 단순하지도, 쉽지도 않았다. 더없이 전문적이어야 하고, 다재다능해야 하는 히어로의 하루였다.
2022.04.09. PM 14: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