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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우리 Jun 12. 2022

안녕하세요, 저는 미어캣입니다

비단 유아교사 뿐 아닌, 사회 초년생의 불안과 걱정

  나의 첫 직장은 한 교실을 2명 이상의 교사가 이끌어가는 메이트제를 운영하며, 특별히 팀티칭 제도를 활용하여 고경력 교사와 저경력교사가 팀을 이루어 교실을 이끌어간다. 그리고 나는 팀티칭 제도 속에서 아이들과 같이 적응해가고 있는 신규이다. 그리고 이번 주는 나의 첫 헤드 주이다. 한 교실의 담임교사가 돌아가며 헤드(수업 준비 및 일과 진행)를 맡고, 다른 교사가 정해진 헬퍼 역할을 맡는데, 시간별로 각자 역할이 다르며 매주 이 역할이 로테이션된다. 나는 개인적인 사유로 이번 주에 처음으로 헤드 역할을 수행 중이고,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생각보다 많다.


  아직 시야도 좁고, 원 내 매뉴얼이나 흐름에 익숙하지도 않은데 '처음'이라는 이유로 용납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일례로 알림장에 매일 기록해야 하는 아이들의 급간식 섭취량, 학부모의 질문에 대한 응답, 젖거나 낮잠 등의 이유로 벗어 놓았던 아이들의 옷 구별 등이 있다. 이런 것들은 내가 초임이라는 이유로 '그럴 수 있지'라고 넘어갈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에 매일 눈에 불을 켜고 기억하려 해도 자꾸만 실수하게 된다. 챙겨놔야 할 것을 안 챙긴다든지, 포지션을 착각하여 내가 할 역할을 다른 선생님이 대신해주신다든지, 손이 느리고 통솔 능력이 아직 부족한 나로 인해 다른 선생님이 휴게시간을 버리시고 보조역할을 해주신다든지, 아이들의 등 하원 인계(역시 이번 주 내가 해야 할 역할)를 대신해주신다든지 하는 것 등이 이번 주 어려운 점 중 하나이다. 


  사실 마음은 편하다. 헤드라고 부담이 되는 것 말고는 청소도, 알림장 작성도 하지 않고 아이들의 교육과 보육 및 일과 진행에만 초점을 두고 생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일지 작성 이외에는 역할을 다 대신해주시니 부담이 될 것이 없다. 그래서 사실문제라고 할 수 있다. 폐 끼치는 게 너무 죄송하기만 한 내 성격에, 자꾸만 실수를 하게 되는 것이 극도로 스트레스를 유발한다. 나는 나 대로 늘 미어캣처럼 아이들의 안전 관련 사항에, 선생님들의 반응과 질문에 대해 대답하고 대응하려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 미어캣인 상태로도 실수를 연발한다. 사실 이런 시기에 도움을 주시는 것 자체가 감사하게 여기면 될 일인데. 처음부터 경력자처럼 능숙하면 그게 초임이라고 할 수 없는 게 맞는데. 그런데도 너무 죄송한 마음에 고개가 절로 푹 숙여진다. 성격 문제인 것 같다. 당연한 걸 당연하게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하는데.


  그래서인지 자존감이 많이 낮아진다. 눈 코 뜰 새 없이 열정적으로 생활한다고 자부할 수 있는데 막상 돌아보면 나는 한 게 없는 것 같고 내 일을 다른 선생님들이 떠맡으신 것 같아 죄스러움이 겹친다. 오늘은 까먹지 말아야지. 그래도 난 이제 4개월 차인데.라고 생각하면서도 매일 반복되는 생활 속에서 왜 나는 한 번에 기억을 못 할까- 한 번에 대답을 못할까. 똑 부러지게 이야기 못할까. 생각하면 자존감이 매일같이 바닥을 치게 되는 것 같다. 이번 주가, 너무 길다. 너무 지친다. 나 잘하고 있는 걸까? 하는 마음에 죄송해요. 소리는 입에 붙어 매번 나의 진심이 가벼워지는 것만 같고, 감사합니다. 말의 소리는 잦아지기만 한다. 감사할 일을 만들기보다 누군가 내게 감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는데. 


 매일 할 것 적어놓자. 그리고 체크하자. 꼼꼼히 시뮬레이션하자. 교구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매일 일과를 더 중시하자. 해보자. 할 수 있다. 벌써 4개월째 경력을 쌓고 있는 중이다.



2022.04.07. AM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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