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만나러 갑니다> 시사회를 다녀와서
스트레스 받을 때 빗소리를 들으면 좋다는 정보를 듣고 유투브에서 빗소리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정말 머릿속이 깨끗하게 씻겨 내려가듯 아무 생각이 들지 않고 편안했었다. 영화가 흐르는 동안 내내 비가 내렸다. 후두둑 쏴 내리는 빗소리에 기분이 가벼워졌고 동화같은 이야기에 젖어들어갔다.
아들을 낳으며 병을 얻은 수아는 사랑하는 남편 우진과 어린 아들 지호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난다. 수아가 쓰고 그린 그림책의 스토리대로라면 구름나라로 떠난 것일까. 장마가 시작되면 떠나간 아내이자 엄마가 돌아올 것이라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찰떡같이 믿는 아빠와 아들, 그들의 믿음은 정말 비와 함께 현실로 나타났다. 장마가 시작되자 정말로 수아가 떡하니 나타났고,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는 그들의 모습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다.
‘절대 아무데도 안가’, ‘우린 잘 할거야, 그렇게 정해져 있어’, ‘우리 이렇게 쭉 행복할 수 있겠지’, ‘꼭 지켜줄거야’, 절대, 잘, 우리, 쭉, 꼭.. 세 사람이 말하는 강한 긍정의 단어들은 아픈 현실을 부정하는 마음의 반작용이었다. 수아를 만나러 서울에 간 날에 비가 내렸다. 구름나라에서 내려온 수아를 다시 만나는 날도 비가 내렸다. 첫 키스를 하는 날에도 비가 내렸다. 비가 내리면 웃고 해가 뜨면 슬픈 사람들. 비는 그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약손이었다.
우진과 지호는 너무나 사랑하는 수아를 떠나 보내는 방법을 모른다. 비는 사랑을 영원히 잃어버릴까봐 꼭 붙들고 사는 그들에게 이야기 한다. ‘아프지? 마음껏 울어, 더 슬퍼해도 돼, 괜찮아, 괜찮아’ 하며 도닥도닥 위로한다. 그렇게 계속 옆에서 내리고 내리며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조금씩 말을 건넨다. ‘이제 놓아 볼까? 이제 괜찮겠니?’ 사랑하는 사람이 떠난 뒤 사랑을 살아있는 그대로 저장하도록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 준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영화제목은 <지금 이별하러 갑니다> 라는 의미를 숨기고 있다. 만남 후엔 이별이, 이별 후엔 만남이 온다. 잘 만나고, 잘 이별하는 법. 잘 살아가는 방법이라는 것을, 비는 아래로 내려가면 다시 올라갈 힘이 생겨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잔잔한 그림책 같은 영화가 끝나자 어딘가에 꼭 붙들었던 마음 구석이 풀린 듯한 듯한 기분이 든다. 누구에게나 지난 사랑을 저장할 시간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