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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우빛 Oct 06. 2023

순한맛 검은 눈동자

모양의 위로 04




산 속 작은 암자에 들어서자 바둑이 한 마리가 우리를 바라봅니다. 그저 가만히 가만히 그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가만히 바라보기만 해요. 기쁜지, 슬픈지, 화나는지, 행복한지 어떤 감정도 읽혀지지가 않아요. 그냥 그저 그 자리에 앉아 있습니다. 


윤기 흐르는 검은 털 사이에 자리잡은 검은 눈동자에서 순한 눈빛이 다가옵니다. 

에구구 예뻐라. 

사진을 몇장 찍으니 슥 머리를 내밀어요. 마구 쓰다듬어주었더니 눈을 반쯤 뜨고 지긋이 바라봅니다. 



마음껏 쓰다듬어 주세요.

좋아요. 좋아요. 그렇게요.

얼마든지 만져도 좋아요.

머리, 목덜미, 등도 좋아요.

눈빛으로 먼저 연결되고 손으로 연결되고

그다음엔 마음으로 연결되지요.

그러면 우리 마음이 커지고 커져서 더 행복해져요.

그러니까 마음껏 쓰다듬어 주세요.



하루종인 굽이굽이 흘러가는 자연을 바라봐서 그런가. 대나무 사사사거리는 소리를 들어서 그런가. 포근한 꽃향기 싱싱한 초록향기 맡으며 때마다 목탁소리 불경소리 들어서 그런가. 참으로 순하디 순한 아이입니다.


완전히 힘을 풀어버린 뽀송뽀송한 발 사이로 슬그머니 내어 놓은 발톱까지도 순한, 검은 눈동자와 연결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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