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양의 위로 05
더 많이
누르고,
늘리고,
두드릴수록
더 쫄깃해져.
시간을 들일수록 더 맛있는 음식이 있어요. 손칼국수도 그 중 하나지요. 단골 칼국수집 사장님은 언제나 쉴 새 없이 반죽을 하세요. 몸이 지치면 가차없이 휴무 푯말을 내 걸고요. 반죽의 질을 유지하겠다는 철학이 있으시더라고요. 비록 예고 없이 문을 닫기는 하지만 가기만 하면 야들야들 맛있는 면발을 맛보게 돼요.
밀가루 반죽이 야들야들 면발이 되는 과정은 참 신기하답니다. 풀풀 날리던 하얀 가루가 물을 먹어 진득해지면 찰기가 생겨날 때까지 치대지요. 계속해서 반죽만 하면 안돼요. 잠시 숙성하다가 다시 반죽하고, 또 숙성하고 반죽하기를 반복한답니다. 이렇게 가열차게 누르고, 두드리고, 숙성하기를 반복해야 야들야들 면발이 되지요. 반죽을 덜한 면은 텁텁한 밀가루 맛이 나지만 충분히 오랫동안 치대고 숙성한 반죽은 육수를 잘 흡수해요.
책 <인간의 품격>의 한 구절이 생각납니다.
"소명을 끌어안은 사람은 자기실현을 위한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는다."
경험한 세계만 알 수 있어요. 직접 뛰어들어 경험한 뒤에야 알게 되요. 부러질듯 단단한 교만과 구석에 숨은 연약함과 억눌렀던 두려움을요. 폴폴 날리는 하얀 가루에 물을 넣어 누르고, 두드리고, 숙성되는 동안 교만이 녹고, 연약함이 강해지고, 두려움의 힘이 빠져요. 누군가의 마음을 부드럽게 감싸줄 칼국수가 되려고 반죽은 기꺼이 운명에 순응합니다.
음.. 역시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