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서 7장
밤은
끝내 조용해지지 않았다.
산길의 어둠은
사람의 숨결을 붙잡고 있었고,
공기는
팽팽하게 당겨진 줄처럼
끊어질 듯 떨고 있었다.
앞을 막아선 이는
검을 들고 있지 않았다.
그러나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만으로
길은
이미 끝난 것처럼 보였다.
태조의
그림자 무사였다.
왕의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아도
그의 존재는
이미 명령이었다.
“여기서
돌아가라.”
낡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이 지나간 자리에는
이유가 남지 않았다.
남는 건
해야 할 일뿐이었다.
윤검은
잠시
말하지 않았다.
검을 들고 있었지만,
그것이
정말 필요한지
확신하지 못한 채였다.
“돌아갈 수 없어서
여기까지 왔다.”
그림자 무사는
윤검을 보지 않았다.
검을 보는 눈이 아니라,
상처를 먼저 확인하는 눈이었다.
윤검의 옆구리,
숨의 흔들림,
발끝의 무게.
그리고
그 뒤에
누가 있는지까지.
“그 여인 때문인가.”
윤검은
대답을 늦췄다.
“… 그래.”
짧은 말이었다.
그러나
그 말속에는
확신보다
균열이 먼저 스며 있었다.
그림자 무사는
그제야
검을 뽑았다.
소리는 없었다.
그러나
공기는
단번에 갈라졌다.
첫 합은
서로를 확인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한쪽은
확인할 필요가 없었다.
두 번째에서
피가 먼저 말했다.
그의 검은
직선이었다.
망설임 없이
결론을 향해 달려가는 칼.
윤검의 검은
조금 늦었다.
그러나
그 늦음 속에는
사람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세 번째 교차에서
둘은
동시에 베었다.
피는
어둠 속으로
흩어졌지만,
어느 쪽이 먼저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
윤검의 옆구리가
갈라졌고,
그림자 무사의 어깨가
찢어졌다.
숨이
낮게 무너졌다.
그림자 무사는
짧게 말했다.
“멈춰라.”
그 말은
살리기 위한 말이 아니었다.
더 베기 전에
정리하기 위한 말이었다.
“지금 멈추면
서로 산다.”
윤검은
대답하지 않았다.
검을
조금 더 세웠다.
그의 손이
아주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 떨림은
두려움도,
결심도 아니었다.
검이
어디까지 내려갈 수 있는지
그 자신이
확인하려는 떨림이었다.
윤검은
한 걸음 다가갔다.
그림자 무사의 목 아래로
검끝이 들어갈 거리.
그 순간,
윤검의 머릿속에
짧은 생각이 스쳤다.
베면,
모든 것이
조용해질지도 모른다.
그 생각은
연을 위한 것이었지만,
연이 없는 자리에서도
같은 모양으로 살아남을 생각이었다.
네 번째 합은
바로 오지 않았다.
멀리서
금속이 부딪히는 소리가
번져왔다.
발소리.
많았다.
훈련된 군사의
리듬이었다.
공기가
다른 방향으로
쏠리고 있었다.
숫자가
이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었다.
그림자 무사의 눈이
산 아래로 향했다.
“왔다.”
윤검도
느꼈다.
이제
이 싸움은
검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그림자 무사가
낮게 말했다.
“이 싸움은
여기까지다.”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러나
더 다가오지도 않았다.
잠시 뒤,
그가 말했다.
“다음은
결투가 아니다.”
짧은 침묵.
“사냥이다.”
윤검은
이를 악물었다.
상처에서
피가
멈추지 않고 있었다.
어둠 너머에서
횃불이
하나둘
켜지기 시작했다.
그 불빛 사이로
사람의 형체가
조용히
늘어났다.
그날 밤,
두 개의 칼은
승부를 내지 못한 채
서로를 남겨두었다.
그러나
멈춘 자리에는
대가가 남았다.
윤검이
한 번 더 베지 못한 이유가
윤리였는지,
살기 위한 계산이었는지.
그 답을
윤검 자신이
가장 먼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윤검의 안쪽에서
어떤 자리 하나가
조용히 비어갔다.
그는
누군가의 적이 아니라,
어느 편에도
필요되지 않는 존재가 되어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