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늘 같은 방향에서 시작되었다.
창문을 열면 바람이 먼저 들어왔고, 그 뒤를 따라 햇빛이 천천히 밀려왔다.
작년까지는 그 순서가 익숙했다.
누군가는 창문을 더 열었고, 누군가는 커튼을 걷었다.
올해는 내가 혼자 그 순서를 지켰다.
바꾸지 않았다.
방 안의 가장자리로 연두가 얇게 번지고 있었다.
달력이 한 장 넘어가자 주변이 바빠졌다.
엘리베이터 안에서는 새 일정 이야기가 오갔고, 출근길 카페에는 줄이 길어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시작하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그 얼굴들 사이에서 조금 늦게 서 있었다.
늦었다기보다, 아직 발을 떼지 못한 쪽에 가까웠다.
유리 안쪽에 고인 공기가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집 안에는 소리가 작았다.
알람은 같은 시간에 울렸지만, 나는 한 번 더 눈을 감고 있다가 일어났다.
급할 이유가 없었다.
계절은 언제나 하나의 빛으로만 오지 않는다는 것만 알고 있었다.
부모님의 물건은 아직 그대로였다.
치우지도, 정리하지도 않았다.
식탁 한쪽에 놓인 안경은 접힌 채 남아 있었다.
닦이지 않은 렌즈 위로
창문에서 들어온 빛이 얇게 겹쳐졌다.
나는 가끔 시선을 그쪽으로 옮겼다가,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돌아섰다.
표면 위로 먼지가 얇게 내려앉아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지나갔다가, 다시 돌아오지 않은 자리처럼.
베란다 한쪽에 놓인 화분 속 꽃은 이미 시들어 있었다.
언제부터였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물을 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물을 줘야 한다는 사실이 오래 비어 있었던 것처럼 보였다.
줄기 끝에는 말라붙은 꽃잎이 매달려 있었다.
분홍도, 갈색도 아닌 빛이 남아 있었다.
봄은 다시 오고 있었지만,
그 화분에서는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았다.
대신,
어딘가에서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느낌만 남아 있었다.
밖에서는 벚꽃이 피었다고 했다.
사진과 영상이 도착했다.
나는 답장을 하지 않았다.
보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무엇을 보고 싶어 하는지 알 수 없어서였다.
분홍은 늘 축하처럼 보였지만,
내 쪽에서는 종종 신호에 가까웠다.
누군가에게 보내졌지만,
끝내 도착하지 않은 것 같은.
점심시간, 회사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다.
사람들이 웃으며 지나갔고, 아이들은 떨어진 꽃잎을 밟으며 소리를 냈다.
나는 그 소리를 듣고 있었다.
어디에도 선명하게 속하지 않는 온도가
공기 속에 머물러 있었다.
벤치 맞은편 길로 교복 차림의 소녀 하나가 지나갔다.
배낭을 멘 채, 잠깐 멈춰 서서 손에 쥔 것을 내려다봤다.
꽃잎 몇 장이 어깨에 붙었다가 떨어졌다.
소녀는 그것을 털지 않은 채, 다시 길을 건넜다.
어깨 위에 잠깐,
식지 않은 듯한 차가운 빛이 남았다.
그 빛이 처음 보는 것인지,
이미 알고 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저녁이 되자 공기가 식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나는 일부러 천천히 걸었다.
가로등 아래에서 그림자는 길어졌다가,
차가운 바닥에 얇게 눌렸다.
현관문을 열자 불이 켜지지 않은 집이 나를 맞았다.
스위치를 누르기 전, 잠깐 멈췄다.
어둠 속에서도 집은 그대로였고,
나 역시 그대로였다.
빛이 빠져나간 공간 위로
시간이 조용히 내려앉아 있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건 작년 말이었다.
사고였고, 준비할 시간이 없었다.
그 문장이 사라진 자리에는,
설명되지 않는 계절의 기척만 남아 있었다.
봄은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사람들은 새로운 계절이라고 불렀고,
나는 그 말이 맞는지 틀린지 생각하지 않았다.
나는 그쪽에 서 있었다.
그 사실만이,
이 봄의 방식이었다.
방 안의 연두가,
하루의 가장자리에서
조용히 번지고 있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미 다른 계절을
먼저 건너고 있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