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 있던 도시

by 연월랑

가을은 조용한 지방도시에 먼저 내려앉아 있었다. 터미널은 크지 않았고, 안내 방송은 길지 않았다. 아침 공기는 아직 덜 깨어 있었고, 바닥 위에는 전날 떨어진 잎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치운 흔적은 없었다. 이미 한 번 지나간 계절의 뒷면이 도시의 가장자리에 오래 머물러 있었다.

나는 신호등이 있는 교차로 앞에 서 있었다.
건너편에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서로를 향한 채 잠시 멈춰 있었다.

그 사람의 어깨는 약간 내려앉아 있었고,
손에는 아무것도 들려 있지 않았다.
어딘가 지친 기색이 얇게 남아 있었다.

신호등 위에 걸린 빛이
잠깐 길 위에 퍼졌다가,
사람들 사이에서 조용히 끊겼다.

초록불이 켜지자 우리는 동시에 걸음을 옮겼다.
가까워졌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스쳐 지나갔다.

그 순간,
아주 짧게 스친 표정이 있었다.

익숙한 계절의 흔적 같은 것.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이미 지나간 쪽이 더 분명하게 느껴졌다.

나는 반대 방향으로 걸었다.
도시 안쪽으로 들어가는 길이었다.
하지만 안쪽이라는 말이,
어디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가방 안에는 아무것도 꺼낼 것이 없었다.
예전에 들고 다니던 것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필요하지 않았다.

상점들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골목은 조용했다. 낙엽은 길 가장자리에 모여 있었다. 일부는 형태를 유지하고 있었고, 일부는 이미 밟혀 흐릿해져 있었다. 특별히 붙잡을 이유는 없었다. 이 도시의 하루는 선명함보다 남아 있음에 가까웠다.

오래된 연인을 떠올렸다.
한참 전의 관계였고,
끝난 이유를 다시 더듬지는 않았다.

그 사람은 어디선가 다른 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이 조금 늦게 닿았다.

나는 그 사람이 아니라,
그 사람이 사라진 자리를 떠올리고 있었다.

하천 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었다. 물은 많지 않았고, 소리는 낮았다. 나무들은 대부분 비어 있었고, 몇 장 남은 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떨어질 시기를 이미 놓친 것처럼, 매달려 있는 시간들.

나는 그 아래를 지나갔다.
위에서 떨어진 것들이 내 어깨에 닿았다가,
아무 일 없다는 듯 미끄러졌다.

그 순간,
내가 떨어진 것인지
낙엽이 떨어진 것인지
잠깐 헷갈렸다.

편의점에 들러 따뜻한 음료를 하나 집었다. 계산대에는 사람이 없었고, 무인 계산기의 불만 켜져 있었다. 바코드를 찍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그 소리는 금방 멈췄는데,
내 쪽에서는 아무 소리도 이어지지 않았다.

봉투 선택 화면이 떴지만, 그대로 넘겼다. 음료를 손에 쥔 채 잠시 서 있다가, 아무 말 없이 문을 밀고 나왔다.

손바닥 위에서 온기가 천천히 식어가고 있었다.
온기가 식는 속도보다,
내가 여기에 있다는 감각이 더 빨리 사라지고 있었다.

나는 다시 길 위에 서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어디에 도착하든
나는 잠시 머물다 흩어질 쪽에 가까웠다.

가을은 그렇게 흘렀다.
떠나는 사람도 있었고,
남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이 도시에서는
누가 떠났는지보다
누가 이미 사라졌는지가 더 중요했다.

낙엽은 그대로 남아 있었고,
나는 그 사이를 지나가고 있었다.

오래 남아 있는 것들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다만,
언젠가는 바람이 와서
낙엽 몇 장을 조금 밀어내고,
겹쳐 있던 자리를 느슨하게 풀어놓은 뒤
누가 먼저였는지는 남기지 않은 채
조용히 지나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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